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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匠人)의 맛, 라면의 아버지

2017-03-22

맛집 서원구


장인(匠人)의 맛, 라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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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의 맛집 추천으로 찾아간 ‘라면통부’는 산남동 현진 에버빌 아파트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일본 라멘을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하는 맛 집 이라서 맛에 대한 기대를 잔뜩 하고 방문하였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식당 외관은 푸른색 간판과 격자무늬의 출입문, 자그마한 창이 아담하게 있는 신선한 느낌의 인테리어였다. 자리를 잡고 앉으려고 하니 테이블 위에 직접 그린 독특한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의 그림마저도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 좋은 고기로 잡내가 나지 않게 삶은 차슈와 탱탱한 면발이 일품이다

독특한 이름인 ‘라면통부’의 뜻은 ‘라면의 아버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메뉴는 사골된장과 각종 볶은야채 등이 어우러진 구수하고 깊은 맛의 탕면인 된장 고기면(7,000원), 자체 개발한 맛다랑어 간장과 사골 국물, 시원한 각종 야채, 두툼한 고기가 풍미를 더한 부드러운 장유탕면 인 간장 고기면(7,000원), 사골장과 콩나물 각종 해물이 시원하게 속을 풀어주는 얼큰한 해물탕면인 매운 라면(9,000원), 토마토와 계란을 올리브 오일에 볶아 바질로 향을 낸 토마토 계란볶음(6,000원), 돼지등심을 구워서 녹황색 야채로 볶아낸 후 특제 소스로 맛을 낸 등심스테이크인 초록등심 구이(15,000원)이 있다.


이 라멘집의 철학과 라멘에 대한 정성을 담고 손님들을 대접한다.

    메뉴판의 맨 뒷장에 있던 아래의 글귀는 이 라멘집의 철학과 라멘에 대한 정성을 알 수 있는 글이었다. <라면, 아니 지금부터 탕면이라 부르겠습니다. 좋은 탕면을 만든다는 게 중국, 한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음식의 녹아 난 히스토리, 그 속에서 함께 한 사람들의 삶, 그리고 현재, 각자의 주체의식 챙기기까지 많은 결정하기 어려운 복잡함... 이런 면이 생각해 보면 만든다는 것보다 어려웠던 것 같고 지금도 힘든 선택의 진행인 것 같습니다. 이십여 년 전, 일본에서 마주쳤던 돈부리속 라멘의 맛! 놀라움과 많은 생각을 했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 맛에 반해 만드는 법을 배우려 여러 라멘집을 쏘다니며 배우고, 훔치고, 동냥하에 얻은 얄팍한 지식으로 소개합니다. 반죽은 천연밀로 중력분과 강력분을 섞어 천연의 간수로 주무르고 눌러서 공기를 빼고 흰포로 덮어 4시간 이상 숙성시켜 푸른빛이 날 때쯤, 면을 뽑는데 여타의 불순물도 섞이지 말아야 한다. 육수는 돼지등뼈와 사골을 하루정도 불려 핏물을 빼고 실핏줄을 핀셋으로 제거한 후, 엄선한 천연 양념류와 야채류로 뭉근히 6시간 이상 끓여 낸 후, 식히고 다시 끓여 천연 콜라겐을 만드는데, 그 탕 맛이 너무 탁하지도 밋밋하지도 말아야 하며 뒷맛이 달작하여 감칠 맛과 깊이감이 우러나야 한다. 면을 끓일 때는 정해진 온도에 물의 양이 면의 양보다 6배이상 이어야하고 건질 때는 면가락의 5분의 1이상이 익어 투명하여야 한다. 면은 건진 후 바로 찬물로 세척하여 건져 물기를 잘 털어내야 한다. 사발의 깨끗함을 확인 한 후, 물기를 없앤 면에 미리 조제했던 장을 붓고 탕을 부어 면을 다시 들어 자리를 잡고, 고명을 얹어 전체적으로 모양과 풍미를 가다듬은 후 내어내면 된다.>


‘라면통부’는 음식의 맛에서 이미 그 정성과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장인의 맛이었다. 

    이렇게 만들어 낸 ‘라면통부’의 라멘은 지금까지 먹어 본 라멘 중 최고의 육수 맛이었다. 질 좋은 고기로 잡내가 나지 않게 삶은 차슈와 탱탱한 면발이 일품이었다. 특히 천연조미료 만으로 만든 육수는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었다. ‘라면통부’의 면은 오직 밀가루와 소금, 물로만 반죽을 하고 달걀은 직거래를 통하여 들여오는 유정란을 사용하며 어떤 메뉴에도 나쁜 것은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라면통부’는 음식의 맛에서 이미 그 정성과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장인의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