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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귀한 가치를 담다

2017-10-20

문화 문화놀이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귀한 가치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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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로부터 금은 영원불변과 아름다움, 그리고 권위를 상징했다. 옷에 금박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신분과 기품을 드러내는 일이었으며 금박을 이용해 문양과 글자마다 소망과 염원을 담았다. 주로 왕실에서 이뤄졌던 작업은 금박장 김덕환 보유자의 아들인 김기호 이수자와 김미정 작가가 현대에 이르러서도 계승하고 있다. 시간은 흘렀지만 금박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




금박으로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더하다

    금박은 금을 얇게 두드려 편 재료로 문양을 표현해내는 것을 말한다. 순금을 두드려 만든 얇디얇은 금박지를 손끝으로 톡톡 눌러 문양을 찍어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세밀하고 아름다운 문양을 재현해내기 위해 긴 시간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김기호 이수자 | 금박을 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원래는 대학 졸업 후 산업용 로봇을 설계하는 일을 했었죠. 가업을 이을 것인가, 제가 공부한 분야를 지속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통의 일이나 최첨단의 일이나 무언가에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은 같았습니다. 선대로부터 한 가지 가업에 종사하고 그 일을 후대까지 물려준 집안이 흔치 않습니다. 그것을 이어가는 일이 좀 더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미정 작가 | 금박의 가치를 이어가시는 이수자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대례복에 금박 문양을 표현하고 있기에 금박장의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웁니다. 제가 금박을 하게 된 이유는 대례복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잘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례복은 금사로 직조한 문양과 금박을 붙여 만든 문양으로 나뉘는데요. 제작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빛나는 정도와 색도 다릅니다. 이 점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금사로 직조한 문양은 순금가루를 이용한 ‘금니’로 문양을 그립니다.





기품과 위험을 상징하는 금박

    옷에 금박을 두른다는 것은 그 사람의 기품을 드러내는 일이다. 전통 왕실의복을 보노라면 일반 한복보다 위엄이 느껴져 감탄이 절로 나온다. 김기호 이수자와 김미정 작가의 작업방식이나 결과물은 조금 다르지만, 금박에 대한 두 사람의 애정과 열정은 같다.
    김기호 이수자 | 금박장이라고 하면 한복이나 소품 등 직물 위에 금박을 이용해 문양을 찍어내는 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조선시대 궁궐에는 금박을 생산하는 장인 그리고 금박으로 문양을 부금하여 예복을 장식하는 장인 등 단계별로 여러 장인이 있었습니다. 금박 작업의 모든 공정은 철저하게 수작업으로 진행이 됩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의생활이 변화하고 혼례와 같이 특별한 날에만 금박 문양 옷을 입게 돼 작업량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우리의 전통문양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현대인의 삶에 맞게 실용적인 변화를 주는 것, 둘 사이에서 고민이 많습니다. 결론은 우리 전통문양을 이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문양이나 제품에 변화를 주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휴대폰 케이스, 넥타이, 엽서나 카드 등에도 금박을 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김미정 작가 | 금은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빛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 장점이죠. 제가 꼭 순금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대례복은 일상에서 입었던 옷이 아니에요. 왕실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이, 그것도 큰 행사가 있을 때만 착용하던 옷입니다. 전 그 귀한 옷을 현대 여성에게 입혀줌으로써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왕실에서도 귀하게 여겼던 대례복을 신분이나 시대에 상관없이 여성이 착용한 모습을 그림으로써 여성의 존재 가치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한복이나 금박 등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이 현대에도 계승될 수 있게 그 가치를 담아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시대가 달라도 변함없는 가치

    금박에는 물질적 가치뿐 아니라 정신적 의미가 담겨 있다. 김기호 이수자와 김미정 작가는 그것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금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는 전통에서 현대로, 현대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미정 작가 | 현대는 전통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습니다. 전통을 고집하면서 발전하지 못하는 것도, 전통을 무시하고 현대의 모습만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의 가치를 아는 것은 현대는 물론 미래의 가치를 아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통해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에서 어떻게 이어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금박과 전통 소재를 통해 본질적 가치를 표현하는 작업이죠. 앞으로도 금박과 다양한 전통 문양을 소재로 작품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김기호 이수자 | 머지않아 수공(手工)의 영역도 로봇이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앞으로는 ‘Made in Korea’ 보다 ‘Made by human’이라는 말이 탄생할 거라 예상합니다. 인간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것, 인간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갔는가의 여부가 중요해지리라 생각됩니다. 수공은 자연스러움과 비정형이 특징입니다. 정교함과 깔끔함에서는 로봇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 인간이 작업한 비대칭적이고 부정형적인 아름다움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은 따라가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그 지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금박을 찾게 하되, 시대의 변화에 뒤지지 않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이루어나가야 할 일입니다. 전통과 현대는 결코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금처럼, 금박의 가치도 두 사람에 의해 변함없이 존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