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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옥토에 뿌려라.뿌렸으면 쉽게 옮기지 말라

2018-01-11

문화 문화놀이터








클래식 음악, ‘같이’의 소중함을 새기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음표가 빽빽하게 그려진 악보를 이야기하는 것은 차라리 수월하다. 음악이 좋아 음악이 인생이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에는 무대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이 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선택해 한길만 걸어온 호른 연주가 이만우(55)씨는 지금도 어릴 적 집 근처 성당에서 들려왔던 오르간의 부드러운 선율을 잊을 수 없다. 


꿈의 첫 조각을 맞추던 시절

    충북 진천, 그의 고향 집 근처에는 큰 성당이 있었다. 바라만 보아도 건물이 뿜어내는 웅장함과 그 안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은 어린 소년의 감수성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학창시절 음악 시간이 되면 더욱 즐거웠던 그는,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관악부에 가입하게 된다. 낯선 금빛 서양악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온화하면서 부드러웠고 때론 폭발적인 힘이 느껴졌으며, 여럿이 모여 만드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깊은 감동을 주곤 했다.


ⓒ2017.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All Rights Reserved.   

    그는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사진 한 장을 소개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75년, 진천중학교 관악부가 ‘광복 30주년 기념음악회’의 충청북도 예능 분야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촬영한 단체사진이다.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주하기 위해 밤낮없이 연습했던 기억과 우승이라는 놀라움이 교차하며 단원들 모두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황오연 선생님께서 관악부를 정말 열심히 지도해주셨어요. 그리고 저에게 음악을 해보라고 권유도 해주셨던 분이죠. 제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가장 처음 길을 열어주신 분이라 지금도 마음속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분이에요.”


목표를 향해 천천히, 그러나 뚜렷하게

    호른은 음색이 온화하고 부드러워 오케스트라 안에서 전체 악기의 소리를 모으고 감싸는 역할을 한다. 관의 길이가 매우 길어 깊은 울림을 지니지만 깨끗하고 정확하게 연주하기가 더 어려운 악기이도 하다. 그가 걸었던 음악의 길 역시 호른의 음색처럼 깊었지만 쉽게 열리지는 않았다. 음악을 반대하던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공과대에 진학한 그는 한동안 음악과는 거리가 없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인생의 이정표는 군대에 숨어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군악대에 선발되어 다시 악기를 잡게 되었고 드디어 자신의 길이 음악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제대하고 다시 시험을 치러서 중앙대학교 음대에 진학했어요. 군악대에서도 제 이야기가 전설처럼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간절하게 소망하면 옆에서 도와주는 분이 생기는 것 같아요. 군악대의 악대장님이 많이 가르쳐주시기도 했고, 저의 뜻이 굳은 것을 아시고 나중에는 아버지도 응원해 주셨으니까요.”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던 그는 중앙대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Essen국립음악원과 네덜란드 Zwolle국립음악원, 러시아 Petrozavodsk국립음악원에서 호른과 지휘를 전공하면서 음악가로서의 역량을 쌓았다. 연습장소, 언어소통, 음식 등 어느 것 하나도 쉬운 것이 없었지만 음악을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은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에너지가 됐다고 회상했다.


아름다운 음악, 공유하고 함께 나아가기

    그는 귀국 후 호른연주자로 청주시립교향악의 단원이 되면서 청주에 뿌리를 내렸다. 시향 단원으로 활동하고 충주대·공군사관학교·서원대·중앙대 등에 출강, 원광대학교 음악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던 그는 차츰 음악은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같이 향유해야 된다는 것에 생각이 닿는다. 비슷한 뜻을 가진 지인들과 힘을 모아 차례차례 ‘청주콘서트밴드’, ‘영심포니오케스트라’, ‘청주WIND오케스트라’를 창단해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특히, 그가 10년 동안 지휘자로 있었던 청주콘서트밴드는 아마추어 동호인들로 이루어진 팀으로 ‘제1회(2005)’와 ‘제3회 제주국제관악제(2009)’에 동호인 관악단 경연부문에서 금상을 차지해 청주 음악인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이렇듯 음악발전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달려온 그는 한국음악협회(사)에서 수여하는 ‘2009 한국음악상’ 공로부문 수상자에 선정되어 박수를 받았다.
    그는 연주자, 지휘자, 그리고 교육자의 길을 동시에 걷고 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하나씩 물려주고, 제자들에게 인생의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중견음악인인 그는 후학들을 향해 당부한다. 씨앗을 심을 때는 성급하게 자리를 정하지 말고, 정했다면 쉽게 옮기지 말라고. 그리고 음악은 참고 기다려야 이뤄지는 예술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이야기가 비단 음악인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닌 듯해 마음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