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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쿠바 친구를 소개합니다

2018-01-17

라이프가이드 여행


내 쿠바 친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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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마다 살사 소리에 이끌려 언덕을 오르는 도시가 있다. 여행자라면, 당연한 듯 발길을 그곳으로 돌리게 되고, 여행자라면 당연한 듯 그곳에서 모두 만나게 되는 곳이 있다. 밤이면 음악 소리에 몸을 맡기고 낮이면 골목과 냄새와 바람에 이끌린다.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평범한 척 여행자를 맞는 도시, 뜨리니다드다. 



    쓰디 쓴 럼의 원료는 달콤한 사탕수수다. 이 달달한 사탕수수는 설탕과 럼을 만들었고 곧 쿠바 경제의 큰 축을 이루었다. 설탕 산업이 절정을 이루던 18세기와 19세기의 그 풍요롭던 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가 뜨리니다드다. 아바나 다음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곳은 날마다 밤이면 야외 공연장에 몇 백 명이 모여 음악과 춤으로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괜찮은 레스토랑, 아기자기한 골목길, 도심 외곽의 아름다운 자연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공원. 참 관광지스럽다.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곳이다. 아니다, 뜨리니다드는 사랑스러운 도시다.


  매일 밤 파티가 열리는 언덕, 까사 데 라 뮤시카(Casa de La Musica)

    여행자들이 뜨리니다드를 잊지 못하는 것 중 하나는 매일 밤 신나는 살사 파티다. 까사 데 라 뮤시카(Casa de La Musica)는 매일 밤 8시 무렵부터 11시까지 라이브 음악과 룸바 공연이 펼쳐진다. 뜨리니다드를 찾는 여행자라면 꼭 들러야하는 필수 코스다. 스페인어로 ‘음악의 집’이란 뜻으로 마요르 광장(Plaza Mayor)에서 오른쪽 언덕으로 조금만 오르면 된다. 저녁 식사를 끝낸 여행자들은 밤이면 하나 둘 이곳으로 모여 계단을 꽉 채운다. 라이브 밴드의 음악과 함께 흥겨운 파티는 시작된다. 작은 무대에서는 밴드가 연주와 룸바 공연(아프리칸 흑인 노예들의 전통 춤)이 펼치고 무대 앞 작은 공간은 여행자들이 춤판을 벌인다. 전 세계에서 모여 든 여행자들은 음악과 춤으로 하나가 된다. 그렇게 날마다 뜨리니다드의 밤은 음악과 춤으로 가득찬다.


천천히 걷는 도시, 뜨리니다드

    뜨리니다드(Trinidad)는 아바나에서 차로 6시간 떨어져 있다. 쌍끄띠 스삐리뚜스(Sancti Spíritus)주에 속한 작은 도시로 쿠바 섬의 중부에 위치하고 카리브 해에 닿아 있다. 1514년 건설되었으니 이곳도 500년 역사의 도시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데 께야르(Diego Velázquez de Cuéllar)는 스페인에서 온 쿠바 초대 총독으로 이 도시를 건설했고, 뜨리니다드는 설탕과 함께 성장했다. 골목은 앙증맞고 예쁘다. 색색의 식민지 풍 집이 울퉁불퉁한 길과 어우러진다. 한적한 길을 따라 박물관, 전망대, 레스토랑 그리고 갤러리가 늘어서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마치 19세기를 걷는 느낌이다. 천천히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 그렇게 즐기는 것. 이것이 뜨리니다드 여행의 포인트다.


    1. 뜨리니다드 여행의 사직, 삶과 여행이 만나는 세스페데스 공원  2. 시가를 물고 포즈를 취하던 할아버지 3. 마요르 광장 골목 풍경 4. 종탑에서 바라 본 풍경, 오래전에 보이는 곳이 모두 사탕수수 농장 5. 마요르 광장 주변 골목 풍경


달콤한 설탕의 아픈 역사, 로스 잉헤니오스 계곡 Valle de los Ingenios

    로스 잉헤니오스 계곡은 뜨리니다드에서 동쪽으로 약 8km 떨어진 옛 사탕수수 농장 지대다. 뜨리니다드와 함께 1988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사탕수수 농장으로 떠나는 추억 열차는 아침 10시에 출발했다. 하루에 한 번 운행하는 관광용 열차다. 기차는 기관실을 포함해서 세량이 전부다. 그 중 한 칸은 미니바(Bar)가 있다. 하얀 연기와 시끄러운 경적소리를 울리며 느릿느릿 도심을 벗어나면 한 시간쯤 지나 마나까 이스나가(Manaca Iznaga)에 멈춘다. 대부호 뻬드로 이스나가가 1795년에 지은 큰 저택 옆에는 높이 44m 의 탑이 있다. 탑의 좁고 낡은 나무 계단은 발을 옮길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 만만하게 보고 올랐는데 오를수록 오금이 저려온다. 자그마치 44m다. 지그재그로 된 계단은 오르고 내려오는 사람이 서로 사이좋게 비켜가야 한다. 그렇게 꼭대기까지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지금은 그저 푸른 벌판과 듬성듬성 있는 집이 고작이지만 오래 전엔 모두 사탕수수 밭이었다. 19세기말 이곳에는 50여개의 농장이 있었다. 이 높은 탑은 노예들을 감시하게 만든 감시탑이었다. 탑의 입구에는 하얀 천에 손으로 수를 놓은 기념품 가게가 즐비한데 그들은 모두 힘들게 일했던 옛 농장 노예들의 후손일게다. 한 시간 남짓 둘러보며 그들의 아픔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럼주와 시가로 달랬을 그들의 아픔과, 노래와 춤으로 달랬을 그들의 상처를. 쿠바의 달콤한 설탕과 럼주 뒤에 그들의 아픈 역사가 있었다.


카리브 해의 아름다운 바다, 앙콘 해변 Playa Ancon
    뜨리니다드 또 하나의 매력은 아름다운 카리브 해를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앙콘 해변(Playa Ancon)은 도심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갈 수도 있고 택시 혹은 투어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시설이 좋지도, 즐길 거리가 많지도 않다. 그저 자연 그대로의 바다와 한두 군데의 식당, 간단한 해상 레포츠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곳은 뜨리니다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다. 특히 가난한 여행자들에겐 더 그렇다. 하루 종일 썬 베드를 빌려도 2페소(2달러)면 충분하다. 바다에 은비늘이 반짝이고 지는 해에 바다가 물들어 갈 때 이곳의 아름다움은 절정에 이른다. 빨간 태양이 바다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해변을 뜨지 못했던 그날이 문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