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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칠 수 없는 매콤한 유혹 떡볶이

2018-05-09

문화 문화놀이터


 




    성대시장이라는 작은 동네 시장 골목 안에 꽤 큼지막한 가판대가 하나 있었다. 가로로 기다란 나무판을 이용해 넓적하고 네모난 팬을 엊어 주방을 꾸며놓고, 각종 튀김과 순대, 그리고 떡볶이를 팔던 간이식당 같은 곳. 커다란 팬에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내 얼굴만하게 큰 엿을 녹이고 고추장을 풀고 하얀 떡볶이 떡을 넣으면 이내 또래 친구들이 줄을 섰었다. 당시 초록색에 흰 점이 박혀있는 타원형 그릇 한 접시에 가득 담아 100원이면 먹을 수 있었던 떡볶이. 꼭 쥐고 있던 주먹을 펴 100원을 아주머니께 건네면 입안에선 매콤 달콤한 축제가 펼쳐졌다. 그리고 입에 묻은 고추장을 얼른 소매로 닦고 집에 뛰어 들어가던 나의 어린시절. 누구에게나 있는 떡볶이에 대한 추억일 것이다.




가래떡과 다른 떡볶이 떡

     어떤 이에게는 가판대의 떡볶이, 누군가에게는 냄비에 끓여먹는 즉석떡볶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컵 떡볶 이 등 세대가 달라져도 떡볶이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추억 속 떡볶이의 모습은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빨간색 고추장떡볶이. 과연 떡볶이는 원래부터 이런 모습이었을까? 떡볶이의 색은 양념에서 나온다. 그래서 간장을 넣고 만들면 검은색, 고추장을 넣고 만들면 빨간색이다. 모 두들 본인의 떡볶이 취향을 이야기할 때 양념을 기준으로 말하지만 단연코 떡볶이의 주인공은 떡이다. 우리민족이 떡을 먹기 시작한 시기는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쌀이나 수 수, 기장 등의 곡물을 재배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실제로 황해도에서는 곡물을 빻는 데 쓰는 도구가 발견되었고 그 시기를 대략 신석기시대로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청동기시대의 유물로 여겨지는 떡시루도 출토된 바가 있다. 이러한 단서들로 미루어볼 때 우리민족은 이미 삼국시대 이전부터 곡물을 빻아 쪄서 먹는 떡의 형태를 주식으로 삼았을 것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유물들에 근거해 초창기 곡물 섭취는 죽의 형태였다가 쪄서 먹는 떡, 그리고 밥으로 변천해왔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이전부터 여러 형태로 떡을 섭취해왔겠지만, 현재 떡의 종류는 크게 네 가지다. 백설기처럼 쪄서 만드는 떡, 인절미처럼 때리고 쳐서 만드는 떡, 송편처럼 빚어서 만드는 떡, 주악이나 부꾸미처럼 지져서 만드는 떡이다. 떡볶이 떡이란 고전적인 이 네 가지 형태의 떡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떡 만드는 기계가 생겨난 이후 새로운 떡의 종류라 할 수 있겠다. 흔히 먹는 굵은 가래떡은 찐 쌀을 다시 쳐서 모양을 잡은 후 하루 말렸다가 동그랗게 동전 모양으로 썰어 떡국을 끓이는 것인데 이 떡은 사실 현재 떡볶이 떡과 모양과 역할이 사뭇 다르다. 
 




양념과 조리법에 대한 궁금증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간장떡볶이 혹은 궁중떡볶이와 비슷한 조리법이 최초로 언급된 것은 『시의 전서』를 통해서이며 흰떡에 쇠고기 등심, 간장, 참기름, 파, 석이버섯, 잣을 넣고 조리했다고 알려진다. 간장으로 떡을 양념해서 조리하는 것은 원래 파평윤씨 종가의 음식으로 이 집 간장이 맛있어서 쇠고기를 넣고 조리하는 쇠고기찜 요리에 떡을 넣은 데서 유래된 것이 떡볶이라고 추측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의 요리 이름은 떡찜, 떡잡채 등으로 불렸으며 이후 『조선요리제법』(박신영, 1942)에서야 비로소 간장을 넣고 조리하는 떡볶이라는 요리 이름이 제대로 쓰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간장을 넣고 조리하는 떡볶이들을 지금은 ‘궁중 떡볶이’라 부른다.
    떡볶이라는 요리 이름에 따르면 떡을 볶아내는 것이 떡볶이이다. 하지만 기껏해야 참기름, 들기름 약간을 식용으로 섭취하던 당시 식문화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른 후 떡을 볶는 것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떡은 밥을 지어먹기 시작한 이후 별식이었던지라 떡과 기름이 들어가는 요리는 특정 양반가의 별미 정도로 자리 잡았다.




    떡볶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름에 볶는 형식의 떡볶이는 통인시장에 있는 기름 떡볶이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프라이팬의 일종인 번철과 비슷한 커다란 솥뚜껑을 뒤집어놓은 듯한 조리기구에 기름을 부어가며 떡을 익힌다. 하지만 이마저도 ‘원조논란’ 속에 겨우겨우 명맥만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통상 떡볶이를 볶지 않을까?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떡볶이는 끓여서 만든다. 특히 고추장떡볶이 중에는 국물이 주종을 이뤄 국물 떡볶이라고 부르는 종류까지 있다. 이렇게 찜이나 국물요리에 가까운 것을 떡볶이라 부르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처음엔 떡 외에 다양한 재료들을 볶아 만들고 거기에 떡을 넣어서 개발한 요리라서 이름도 그리 붙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떡 자체의 특성상 기름에 볶는 것만으로 그 질감과 맛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 대부분 쌀이나 기타 곡물을 반죽해 쪄서 익혀 만든 떡은 익힌 후부터는 빠르게 수분을 빼앗기고 딱딱해진다. 저온상태에서 더 빠르게 노화가 진행되는 떡의 특성상 다시 수분을 보충하고 재가열을 하지 않는 한 부드러운 떡을 섭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떡볶이의 이상적인 조리 형태는 수분을 더해 끓 여내는 것이다. 게다가 고추장이 더해진 레시피가 만들어지고 크게 히트한 이후로 더더욱 볶을 수가 없게 된다. 고추장의 특성상 볶기 시작하면 금세 타버리기 때문이다. 


떡볶이의 변신은 무죄

    고추장떡볶이는 신당동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고추장이 상업화·대량화된 이후 어쩌면 그런 형태의 떡볶이가 만들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보관이 용이하지 않은 떡은 양념을 한 고추장에 버무려두면 상하는 속도가 더뎌진다. 게다가 떡볶이 양념에는 친수성이며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는 설탕도 다량 포함되고 기름도 들어간다. 모두 떡의 수분을 온전히 지키고 맛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재료들이다. 이후 보관이나 유통이 용이한 밀떡이 값싸게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고추장떡볶이는 실로 전성기를 맞이한다. 학교 앞 불량식품에서부터 다양한 토핑을 얹어서 바로 끓여먹는 즉석떡볶이까지. 이렇게 끊임없는 레시피 개발에 따라 떡볶이는 조리법이 천차만별인 별미 요리로 자리 잡았다. 끓여서 먹지만 볶는 음식이란 뜻의 이름을 가지고 우리 식탁에서 늘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떡볶이. 앞으로 20, 30년 후의 달라진 모습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모두의 추억 속 그 맛에 새로움이 더해진 더 새로운 모습일 거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