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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자격증 없어 꾸준하게 작업해야

2018-05-10

문화 문화놀이터








    “제 그림의 주된 소재와 주제는 자연입니다. 여기 입주해 있는 10년 동안 나무를 심고 풀을 뽑고 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보다보니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라는 생각이 더 깊어졌어요. 가령 비슷비슷해보여도 나무의 이파리나 질감 등이 다 달라요. 같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늘 보는 풍경이지만 참 대단해요.”
    손부남 화백(60)은 충북을 대표하는 예술인 중 한 사람이다. 비가 지겹게도 내리던 2017년 7월 진천 공예마을에서 만난 손 화백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새삼스레 그의 예술세계 등을 알아보자고 인터뷰를 하기는 멋쩍어서 본인이 생각하는 ‘화가’는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그는 ‘지속성’을 꼽았다.



ⓒ2017.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All Rights Reserved.


청주서 나고 자란 토박이… 무심천의 ‘무심’ 작품에 녹여

    “화가는 라이선스가 없어요. 미대 나왔다고 해서 화가라고? 웃기는 일이죠. 본인이 꾸준히 작업하고 일관성을 보여야 합니다. 무슨 자격증이 있나요. 예술가 하나 키우기가 공군 파일럿 육성보다 더 힘들어요. 출발은 대부분 20대 때 하는데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손 화백은 청주시 석교동 출생이다. 석교초등학교와 대성중학교, 청주기계공업고등학교를 거쳐 충북대 미술교육과 대학원을 나왔다. 군대도 청주에서 전투경찰로 마쳤다. 대학 과정을 마치고 충남 서산의 성현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하지만 가만히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은 체질에 맞지 않아 1년도 채 안 돼 사표를 내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손 화백을 만난 시기는 청주에 유례없는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크게 발생했을 때였다. 그의 ‘호구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비 얘기와 무심천 얘기가 섞였고 우연치 않게 작품 활동과 그것이 맞물렸다. “나고 자란 곳이니 청주의 변화 과정을 잘 압니다. 무심천의 변천사도요. 하천 이름에 ‘무심’을 붙이는 경우가 흔치 않아요. 그래서 최근 제 작업에 ‘무심’을 넣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백로들이 무심히 서있는 모습 등이죠.”
    최근까지 개인전을 23회 열었던 손 화백은 전시를 할 때마다 배낭을 메고 세계 여행을 다녔단다. 각 국의 문명을 눈으로 보며 시각적 체험을 하기 위해서다. 가령 청주와 뉴욕을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무엇이 장점이고 무엇이 뒤처지는 부분인지 등을 알기 위해서다. “이집트와 40대 때 가 본 인도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당시 인도는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던 때였는데 인도와 유럽의 땅덩이 크기가 엄청나더군요. 주 지역만 넘어가도 많은 게 달랐어요.”
    그는 1983년 첫 전시를 열었다. 당시는 아카데믹한 사실적인 그림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손 화백도 비슷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이게 과연 내가 원하는 그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하죠. 그 때 유행했던 화풍이 ‘사실적인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저한테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어요. 그래서 나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10년 동안 여행을 다니고 나름 수련을 거쳐서 1993년에 두 번째 전시를 가졌습니다. 그 후 매년 전시를 하고 있죠. 교수가 논문을 발표하듯 작가는 그림 전시가 곧 발표입니다.”



“소질의 본질은 좋아서 하는 것… 청주, 외지 작가들과 교배 필요”

    안정적인 교사직을 던져버리고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건 짜인 틀을 못 견뎌하는 손 화백의 기질 때문이었다. 또 남을 가르치는 일은 엄청난 사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그림과 병행하면 어느 쪽도 만족스럽지 못 하게 될 공산이 커서였다. 보수적이고 틀에 갇혀있던 당시 학교 분위기도 한 몫 했다. “소질의 본질은 어떤 것이 좋아서 계속 하는 겁니다. 똑같이 그리는 건 그냥 ‘기능’일 뿐이죠. 공예마을에 입주한지는 10년이 됐습니다. 원래 공예 작가들이 들어오는 곳인데 전체의 2%가 다른 계열 작가들이고 거기서 초청이 들어왔죠. 제가 원하는 자연 속에서 작업하며 다른 작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어요. 순수미술인과 공예인이 어울리기가 쉽지 않은데 저는 참 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첫 전시 후 10년 동안 수련 과정을 거쳤다고는 했지만 그룹전은 계속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돈벌이 유혹도 있었지만 그는 계속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물론,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한 약간의 부업을 하긴 했다. 미술학원과 대학 강사 등 10여 가지를 전전했다고 한다. 그 중에는 검도 사범도 있다. 현재 5단인 손 화백은 사회체육지도자 자격도 갖고 있다. 최근 손 화백의 작업 소재는 스티로폼이다. 스티로폼 특유의 유연성과 저렴함, 수월한 가공 등이 매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공하기가 지나치게 쉽다보니 되레 조절하기가 어려운 문제점이 있어서 연습에 또 연습을 하는 중이다. 인터뷰 말미 청주와 순수예술은 어떤 접점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역사성’을 꼽았다. 문화적인 부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곳곳에 유적이 있어요. 선배들도 좋은 분이 많고. 한때였지만 미대가 7곳이나 있기도 했죠. 서울과의 거리도 적당하고요. 매력적이에요. 아무래도 출생지이다 보니까 편안하기도 하고요. 그림 작업과 맞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청주지역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는 외지 작가들과의 이종 교배가 필요해요.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다 보면 자극이 필요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