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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

2018-08-03

문화


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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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CEO, 버려진 도시에 주목하다 
     ‘고객에게 행복을 배달한다(delivering happiness)’는 독특한 기업 문화로 유명한 자포스(Zappos)는 포천(Fortune)이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단골손님으로 오를 만큼 높은 소비자 만족도와 직원 우대 정책을 지닌,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신발 회사다. 이 같은 자포스의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CEO인 토니 셰이(Tony Hsieh)다. 선견지명 있는 비즈니스 리더로 이름 높은 토니 셰이는 자포스의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에너지와 어마어마한 재산을 더 큰 목표를 향해 쏟아붓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자신이 꿈꾼 유토피아적 계획에 맞춰 낙후된 구도심에 새롭고 혁신적인 기업 공동체를 건설하는 일이었다.
    기업이 자사 건물을 대도시의 오래된 구도심으로 옮겨 도시를 재생시키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것은 미국에서 어느덧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마존은 오래된 창고 건물들이 밀집한 시애틀 북쪽의 사우스 레이크 유니언 지역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새로운 기업 캠퍼스를 만들었으며, 트위터는 폐업이 늘어 빈 건물이 많아진 샌프란시스코 미드마켓에 입주해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자포스 역시 이런 혁신의 물결에 동참한다. 하지만 컬트적 성향의 CEO 토니 셰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새 사옥이 필요해지자 그는 구글, 페이스북 등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IT 기업들의 사옥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찾은 뉴욕대학교 캠퍼스에서 ‘도시 같은 일터’를 만들고 싶다는 영감을 얻었고, 이후 도시를 ‘창업’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를 위해 만든 회사 이름이 ‘다운타운 프로젝트(Downtown Project)’다.



자포스 내부로 깊숙이 들어간 여성 저널리스트

    토니 셰이가 주목한 곳은 문 닫은 상점과 텅 빈 주차장, 그리고 노숙인들이 전부인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라이베이거스 구도심을 이르는 말)이었다. 그는 단순히 자포스 본사를 이전한 데서 그치지 않았다. 혁신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고 어울릴 때 저절로 발생한다고 생각하여 IT 스타트업뿐 아니라 디자이너, 뮤지션, 작가, 화가, 의료인, 대학 교수,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전문가들을 불러들였으며, 이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카페와 식당, 술집 등에도 지원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3억 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책의 저자 에이미 그로스(Aimee Groth) 또한 토니 셰이의 이상향에 이끌린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다. 그녀 역시 ‘작가로서의 스타트업’을 펼치기 위해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고 뉴욕에서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으로 온 것이다.
    비즈니스 전문 저널리스트인 에이미 그로스는 이렇듯 토니 셰이의 사회적 엔지니어링 실험에 동참한다. 라스베이거스로 이주한 그녀는 자신만의 이상 사회를 만들려는 토니 셰이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관찰했으며, 토니 셰이의 컬트적인 개성에 푹 빠진 추종자들부터 자포스 직원들과 실리콘밸리 최상위 계층까지 자포스와 관련된 모든 이들을 인터뷰했다. 그리하여 토니 셰이라는 천재 CEO가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추적한다.




미지의 자포스 생태계를 속속들이 파헤친 대담한 비즈니스 르포

    토니 셰이는 미국 전역을 돌며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신과 함께 새로운 꿈을 펼쳐보자며 순회강연을 다녔다. 그는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을 5년 이내에 변모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누구에게든, 어떤 일에든 투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이미 그로스의 지적처럼 다운타운 프로젝트의 ‘황금기’는 고작 1년에 불과했다.
    기대와 희망에 들뜬 시간이 지나자 점점 균열이 드러났다.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자신들의 소유지를 확보하기 위해 원래 거주자들을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을 배제시키며 처음부터 지역사회에 흡수되지 못했다. 토니 셰이와 일하게 된 것을 복권에 당첨되기라도 한 양 기뻐했던 수많은 창업자들은 투자수익 압박에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망가진 인형’처럼 내던져졌다. 좌절한 나머지 자살에 이른 사람들까지 생겨났으나 토니 셰이는 이를 외면하고 언론의 입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 공동체의 방향을 설정해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마다 오즈의 마법사처럼 배후에 숨어버린 것이다.
    그사이 토니 셰이가 자포스에 도입한 홀라크라시(Holacracy, 전통적인 직위 체계를 버리고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자율적으로 일하는 시스템)는 자포스 직원들에게 이중, 삼중의 혼란을 안겨주는 꼴이 되었다.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천재들을 냉철한 시선으로 봐야 할 때가 왔다!

    이 책의 저자 에이미 그로스는 5년간 자포스 생태계 깊숙이 들어가 자신이 보고 듣고 겪고 느꼈던 것들을 가감 없이 써 내려갔다. 그녀는 수많은 언론들과 달리 자포스의 혁신을 미화하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자포스를 맹목적으로 비판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는 분명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기존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한 사고를 지닌 사람들, 혁신적인 방법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 우리는 이처럼 실리콘밸리의 천재들에게 칭찬과 동경의 시선을 보내왔다. 이 책은 그 혁신의 그늘 뒤에 밀린 임대료를 걱정하는 소상공인, 집세를 내야 하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월급쟁이 등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아무리 좋은 생각과 실천도 독단적이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토니 셰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꿈꾼 이상 사회는 자신과 그 추종자들만을 위한 세상이 아니었을까.
    애초 5년 계획이었던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현재 15년으로 연장되었으며, 초기 100개에 이르렀던 스타트업은 30~40개로 줄어든 상태다.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 이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토니 셰이와 같은 실리콘밸리 리더들의 이면을 평가하기에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레퍼런스다. 과연 토니 셰이의 이야기는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만한가? 아니면 이뤄낼 수 없는 도전에 대한 엄중한 경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