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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 여름이 찾아왔어요

2018-05-17

비즈니스 기획기사


입하 여름이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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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루의 상징, 파란색과 녹색을 닮은 계절 5월이 어느덧 절반을 지났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지만, 어느덧 낮 기온이 초여름 날씨를 보이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도 한다. 오늘은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절기, 입하(立夏)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입하 무렵 먹는 음식에 대해서도 함께 소개해 보려 한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는 절기, 입하(立夏)

    입하는 올해 양력 5월 5일로, 곡우와 소만 사이에 들며, 이때부터 여름이 시작된다고 한다. 한 해의 24절기 가운데 일곱 번째 절기이다. 이 무렵은 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여름으로 접어들어 신록이 푸르름을 더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입하(立夏)란,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 맥추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명하, 초하. 괴하, 유하라고도 불린다.
    예로부터 입하 15일 동안을 3후로 구분해 초후에는 청개구리고 울기 시작하며, 중후에는 땅에서 지렁이가 올라오며, 말후에는 참외 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한다. 음력에서는 보통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을 여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입하 이후의 입추 전날까지를 여름이라고 여겼다.
   나무에는 푸르른 잎이 물들고, 이 시기에 유독 아름다움을 뽐내는 나무도 있다. 입하 즈음에 피어나서 '입하목'으로도 불리는 이팝나무이다. 5월 초쯤에 피는 이 나무는 하얀 꽃잎이 마치 흰쌀밥처럼 보이기도 한다. 흰쌀밥이 귀했던 옛날에는 이팝나무를 보면서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이팝나무


입하(立夏)에 관련된 속담과 풍속

    입하 즈음이 되면 농촌에서는 마련해 두었던 못자리가 자리를 잡아가며 농사일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는 입하에 관련된 속담으로도 알 수 있다. 옛날 재래종 벼로 이모작을 하던 시절에는 입하 무렵에 한창 못자리를 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볍씨가 몰리게 되는데, 이때 못자리 물을 빼서 피해를 방지하라는 뜻으로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우리 조상들은 입하 바람을 썩 내키지 않았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바람뿐만 아니라 산간지방에서는 때때로 우박이 내려서 옮겨심기 위해 씨앗을 뿌려 가꾼 어린 식물들이 피해를 보기도 하고, 높새바람의 영향으로 농작물이 말라 버리기도 하였다. 산간지방의 조상들은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해의 농사를 점치기도 했는데, 앞서 이야기한 이팝나무의 흰 꽃이 한꺼번에 잘 피어나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다 하였고, 흰 꽃이 한꺼번에 잘 피어나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팝나무가 습기를 좋아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어, 그해의 강수량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고 이를 농사에 접목시켜 에측한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점이다.




입하(立夏)에 먹으면 좋은 음식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계절마다 절기에 맞는 재료의 특성을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다. 봄이 제철 나물들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엄청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입하에도 다양한 나물들이 조상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산과 들, 밭에서는 파드득나물, 가죽나무순, 질경이, 왕고들빼기, 달개비, 명아주, 텃밭에서는 달래, 부추, 쑥갓, 쪽파, 쑥 등 다양한 나물들이 있다. 입하에 먹는 음식으로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쑥을 이용한 음식이 많다. 특히 쌀가루와 쑥을 버무려서 시루에 쪄먹는 떡, 쑥버무리가 유명하다. 쑥버무리는 지역마다 '쑥범벅', '쑥설기' 등 부르는 명칭도 다양하다. 우리 조상들은 쑥버무리를 먹으며 농부의 원기를 복 돋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쑥부더기(좌)와 어린잎을 우려 마시는 우전차(우)

    이 시기에는 찻잎도 잘 자란다. 우리 조상들은 입하 전 곡우 시기에 수확된 어린잎을 이용해 '우전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우전차는 차의 종류중 에서도 최상급으로 분류했으며, 입하 전후에 채취한 찻잎을 따서 만든 차를 입하 차라고 부르는데, 우전차에 버금갈 정도로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녹차로 가장 유명한 보성의 큰 축제인 다향제도 입하가 시작된 후인 5월 중순 즈음 열린다고 하니 다시 한번 조상들의 지혜에 놀랄 따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 변화와 이상 기후 증상으로 인해, 우리의 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2018년 올해의 여름은 평균 기온이 작년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를 지나 무더위가 다가오기 전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느껴보고, 보다 활기차게 준비된 여름을 맞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