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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앤드 매치 VS 한복 배색

2018-08-03

문화 문화놀이터


믹스 앤드 매치 VS 한복 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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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은 강한 색상 대비가 특징이다. 강한 대비는 활력을 준다. 물과 불, 남성과 여성, 보수와 진보처럼 서로 다른 것에 대한 대립은 긴장을 유발하여 힘을 만들어 내고 부패를 견제하여 조화로 나아간다. 그래서 한복의 색채 대비는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을 보인다. 다른 성격의 색상을 함께 배치하는 대비는 이성과 감성이 어우러지듯이 음양이 교차하고 순환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최근 '미투 운동'이 대중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학교에서도 번지는 여성 혐오 바람처럼 서로에 대한 불신과 폭력성이 신뢰와 화합으로 거듭나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남녀의 사랑과 어울림으로 인류가 지속해온 것처럼 상극이 상생에 섞어야 지극한 아름다움이 가능하다. 한복의 믹스 앤드 매치 배색 효과는 부조화를 이용해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시대에 서로 다른 존재의 조화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左)섞어서 조화를 이루는 스타일을 뜻하는 현대의 '믹스 앤드 매치(mix & match)
색으로 믹스·무늬로 매치, 무늬로 믹스·색으로 매치, 무늬로 믹스·소재로 매치, 소재로 믹스·무늬로 매치 등의 방법이 있다.
(右)강한 색상 대비가 특징인 한복. 다른 성격의 색상을 함께 배치하는 대비는 이성과 감성이 어우러지듯이 음양이 교차하고 순환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음양오행 그리고 오정색과 오간색

    일찍이 인간이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채택한 사상이 음양오행이다. 지구 행성에서 볼 때 강력한 영향 을 미치는 달[陰]과 해[陽]를 음양으로 간주하고, 눈으로 관찰 가능한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을 오행으 로 보았다. 나무와 불, 흙과 쇠 그리고 물은 순환 관계이다. 가늠할 수 없는 우주의 혼돈 상태인 카오스를 해와 달 그리고 태양계 행성의 운행을 통해 질서정연한 코스모스의 세상으로 이해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오색 무지개, 오음계, 오곡밥과 같이 숫자 5는 전체를 뜻한다. 다섯 개 행성, 즉 오행은 천지사방과 중심이라는 방향과 인간의 감정, 정신, 신체, 계절, 소리, 맛, 색깔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구조를 단순명쾌하게 설명한다.
    이 원리에 따라 한양도성을 설계하고, 인간이 갖추어야 할 이상을 구현했으며, 한의학, 국악, 한글 창제를 비롯한 색깔의 적용 원리까지 정립했다. 동서남북과 중앙에 적용한 청색, 백색, 적색, 흑색, 황색이 오정색(五正色)이다. 또한 정색끼리 섞은 색인 녹색, 홍색, 벽색, 자색, 유황색이 오간색(五間色)이다. 음양오행 사상에서 오정색은 양에 해당하고 오간색은 음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전통문화의 여러 분야에서와 한복은 이 열 가지 색을 근간으로 채도와 명도를 조절해서 목적에 맞게 사용해왔다.





우아한 색, 천연 염색

     전통 한복은 비단, 면, 삼베와 같은 자연 섬유를 천연재료로 염색했다. 황색은 치자로, 더욱 짙은 황색은 울금 뿌리로 물들이고 어두운 적색은 소나무 껍질, 분홍은 앵두나 홍화로 염색했다. 또한 자색은 지치나무 뿌리, 청색은 쪽풀, 갈색은 떫은 감을 염색 재료로 사용했다. 식물성 염료로 염색한 천은 오래 입을수록 선명도가 낮아져서 은은한 색깔로 바뀌기도 한다.
    다홍치마는 잇꽃이라 부르는 홍화(紅花)로 염색했다. 홍화를 잿물에 우려내어 오미자 물을 붓고 저으면 황색 색소는 위로 뜨고 적색은 밑에 가라앉는다. 노란 물을 부어버리고 나머지 연지로 염색하면 선명한 다홍색 천이 된다. 비단에 염색하면 주홍이 되고 면에 염색하면 순수한 적색으로 염색이 된다. 이렇게 천의 재질에 따라 약간씩 다른 색이 된다. 성인이 입는 한복의 색은 원색으로 보기 쉬우나 주로 오방색에서 채도를 1~2단계씩 낮춘 색이다. 그래서 무게감이 있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보색의 조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에서 말하는 녹의홍상(綠衣紅裳)은 연두 또는 녹색 저고리에 다홍치마의 보색대비 를 적용한 옷이다. 이 상극의 배색은 새색시나 경사스러운 날에 입는 옷이다. 시집 안 간 규수나 양가댁 마나님은 녹색 치마를 입었고, 남편을 여읜 청상과부는 청색 치마를 입기도 했다. 대체로 여성의 저고리는 황색, 연보라색, 연두색, 옥색이 많고 치마는 홍색, 남색, 자색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런 색채의 대비는 신체의 에너지를 생성하고 시각적 활력을 준다. 예나 지금이나 나이가 젊을수록 원색대비를 선호하고 중년이나 노년의 여성들은 명도와 채도가 낮은 색을 선호한다.



    배색의 믹스 앤드 매치의 극단을 보여주는 경우가 색동이다. 색동은 오색 천 조각을 차례로 이어 붙여 만 든 옷에서 유래했다.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색동은 현대 디자인에서도 곧잘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미지로 활용된다. 오방색을 극명하게 보이는 어린아이의 색동옷은 따뜻한 색을 중심으로 만든다. 적색·주황·황색을 주색으로 하고 보라 띤 청색을 보조색으로 적용하여 활기차고 명랑한 분위기를 살린다.
    악센트 배색인 색동은 면적대비 효과를 주어 포인트를 강조한다. 따라서 어깨부터 소매까지 혹은 소맷자락에 색동을 장식하고, 몸체 부분의 넓은 면은 색채를 단순화시켜 색동의 강한 대비와 조화를 이루게 한다. 흔히 한국화에서 강조하는 여백의 미와 같이 넓은 면은 단순하게, 복잡하고 강한 이미지는 작게 만드는 미적 감각을 발휘하는 것이 색동이다. 색동은 얼핏 보기에 산만한 느낌을 주지만 우리 정서에 잘 들어맞는 미적인 질서와 변화를 보여주는 전통 배색의 결정판이다. 서로 따로 놀면서 하나가 되는 색동은 인간의 다섯 가지 감정인 희로애락과 욕심을 담 은 보색 대비이기도 하다.
    요즘 한복은 화사한 파스텔 배색이 주종을 이룬다. 전통 한복의 원색 느낌을 몇 단계 낮춘 저채도 색상이 현대적인 세련미를 준다. 수박색과 대추색의 대비, 적황색, 홍람색, 취람색, 비색, 자황색, 연지회색, 차색과 같은 세련된 전통색을 되살려 믹스 앤드 매치 배색의 멋을 보여주는 한복이 자주 보였으면 한다.



엄숙함 대신 자유분방함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서구의 합리주의에 반기를 들고 모더니즘이 등장했다. 예술분야에서 위세를 떨친 모더니즘은 엄숙하고 난해했다. 또 다른 반발인 포스트모더니즘은 대중과 친근하고 즐겁고 파격적인 스타일이다. 전통적인 기능이나 아름다움 따위를 밀쳐놓고 포스트모더니즘은 경쾌하고 즐겁게 믹스 앤드 매치를 만들어 나간다.
    형태를 해체시키는 건축물, 기존의 명작을 조롱하는 그림들, 찢어진 청바지, 현란한 인테리어는 옛것에 현 대를 버무려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개인의 인권이 강조되면서 과감하면서도 엉뚱한 현상이 나타난다. 전통의 기능을 해체하고 현대의 재미를 결합한 의자, 시계, 신발을 사용한다. 삶은 엄숙한 그 무엇이 아니라 한바탕 즐거운 놀이라는 인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우리가 존중하던 엄숙함을 파괴해보자는 생각과 행동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렇게 용기 있는 개성이 등장해서 대중의 관심을 끌면 트렌드가 되고 유행으로 번져간다. 과거와 현대, 부정과 긍정의 결합이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