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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예의 가치

2018-06-14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수공예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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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물주가 만든 최고의 창작품중 하나는 단연코 ‘손’이 아닐까 싶다. 특히 창작 일을 하는 이에게 손은 세상을 향해 창문을 열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자 움직이는 엔진이 되어 주기도 한다. 어릴 땐 미술을 하며, 사회에 나가서는 디자인을 하고 더 나아가 가죽공예를 하는 나에게 손은 남을 위한 그 어떤 사물을 만들어주기도 하며 온전히 나와 나의 정서를 표현하기도 한다. 나에게는 손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기가 더 어렵다. 내 손끝은 나의 시간을 채웠고 내 배를 채웠고 마음의 상처를 덮어주기도 하며, 때론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런 손으로 만드는 작업 바로 ‘수공예“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죽수공예품

    그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은 수공예가 과연 매력만 있는 것인가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 점도 상당하다. 손으로 만드는 일은 고되다. 그리고 기계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많이 든다. 하지만 이런 수공예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드는 것에는 그 보다 큰 가치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만들어진 물건에는 알 수 없는 사람을 끄는 에너지가 담겨있다.
    또한 그 물건 속에는 나의 시간, 과정, 정성이 담겨있기에 때로는 나와 동일시되는 느낌까지 준다. 그것은 윌리엄모리스가 말했듯이 손으로 하는 작업이 기계의 공작보다 즐거운데 그 자체가 바로 ‘놀이’였다는 그의 말에서 수공예의 실체를 볼 수 있다. 수공예부흥운동의 창시자인 윌리엄 모리스는 어릴 때부터 손을 움직여서 하는 일을 좋아했고 손을 움직일 때마다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모리스의 대다수의 제품은 기계가 아닌 손으로 제작한 것이었고, 어떤 디자인을 위해서는 몇 천 매의 드로잉을 그렸다고 한다.
왜 그렇게 손으로 하는 작업에 그는 매달렸던 것일까. 시대적 배경을 들여다보면, 19세기의 산업화에 따른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늘어나고 이러한 추세와 함께 사람들은 값싸고 조잡한 기계생산 공산품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그러한 공산화, 규격화된 물건에 대한 반작용으로 미술 공예 운동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과거에 있었던 일은 다시금 반복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내가 가죽공예를 시작하게 하고 계속 더 나아가게 하는 나의 모습처럼 말이다. 나는 어쩌면 그 시절을 다시금 지금 현실 속에서 되풀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죽공예 무늬 새기는 과정                                                                                                                가죽공예 바느질 과정

    어느 날 공방에서 수강생님들이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손은 더 할 나위 없이 활기가 넘친다. 바쁘게 선을 긋고 자르고 두들기고 색깔을 칠하며 바늘과 실을 사용하여 새로운 면을 부착하기도 한다.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순간은 마치 오롯이 나와 나의 내면이 만나는 즐거운 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완성품을 만들었을 때의 환희는 더 할 나위 없는 크나 큰 만족감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손끝에서 완성된 작품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 과 비교할 수 없다. 내 시간이 담겼기에 유일무이하며 공이 담겨 세상 밖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의 수공예 창작품은 다른 이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하고 선물이 되어 감동을 만들기도 하며 당신의 일상을 아름답게 또는 새로운 분위기로 만들어낸다. 그러기에 손으로 만들어진 수공예품은 이토록 귀하다. 나와 당신의 삶에 기쁨을 주고, 주변을 아름답게 해주니 말이다. 오늘 당신의 손은 당신의 창작 세계를 열어주길 기다리고 있는지 바라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