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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오스 섬의 유향 수액 재배법

2018-08-03

문화 문화놀이터


히오스 섬의 유향 수액 재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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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마다 기후에 따라 장소에 따라 식생활도 다르고 언어의 표현도 다르고 서식하는 식물도 다르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맞닿는 곳 그리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엔 한대와 열대 식물이 공존한다. 식물을 보면 그리스가 지구의 배꼽이라는 표현도 틀리지는 않다. 그리스의 섬들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고 아름답다. 그중에 기적의 눈물, 자연의 선물인 매스틱을 자랑하는 히오스 섬이 있다. 매스틱 하면 히오스이고, 히오스하면 매스틱이다. 그 정도로 히오스의 매스틱은 유명하다. 매스틱이란 유향나무에서 나오는 자연 송진을 의미한다.  


성(聖) 이시도로스의 눈물과 첫 번째 자연 껌

    성 이시도로스는 230년경 알렉산드리아의 우상 숭배 귀족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로마 함대의 장교로서 일하였는데, 운명이 함대를 히오스 섬으로 데려갔다. 거기서 그리스도교인이 되었는데, 그 당시는 그리스도교인들을 박해하는 시기였으므로 성 이시도로스 역시 박해를 받아 250년에 순교했다. 섬의 남쪽에서 자라던 매스틱 나무가 젊은 순교자의 유혈이 낭자한 몸에 의해 축복을 받아 그때부터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매스틱의 눈물을 성 이시도로스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BC 5세기 헤로도토스는 매스틱에 대하여 그리스인들은 매스틱 나무껍질에 흐르는 건조 송진액을 씹는 습관이 있다고 언급했다. 히오스의 매스틱은 고대인들의 첫 번째 천연 껌이었다. 매스틱의 역사와 사용에 대한 기록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테오프라스토스, 플리니오스, 디오스쿠리디스, 갈리노스, 히포크라테스는 매스틱과 그 치료 특성에 대해 언급했다.



01. 매스틱의 재배는 종합적인 사회적 행사의 하나로서 작업을 중심으로 협력의 네트워크와 상부상조의 체계가 수립되어 있다. ⓒ유네스코
02. 매스틱 나무껍질에 상처를 내 건조 송진액을 채취한다. ⓒ유네스코



매스틱이 히오스 섬의 24개 마을에서만 재배되는 이유


    히오스 섬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매스틱인데, 매스틱이 히오스 섬 전역에서 재배되지 않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단지 히오스 섬의 남쪽에서만 재배가 가능한데, 기후의 영향으로 보인다. 히오스 섬의 지형은 좁고 긴 형태이고, 북쪽으로 높고, 나무가 우거진 산들이 있다. 그래서 습기가 있고 북풍을 약화시킨다. 이렇게 해서 언덕으로 된 남쪽 지역은 특별한 기후 즉 겨울엔 온화하고 여름엔 매우 메마른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런 메마르고 더운 기후가 눈물이 마르는 데 도움을 준다. 적은 강수량, 쨍쨍 내리쬐는 볕, 석회질 토양은 이 식물이 잘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매스틱 재배 과정

    매스틱 재배에는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한다. 매스틱은 상록수이며 높이는 4~5m가 되는데 천천히 자라며 완전한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40~50년이 걸린다. 나무를 심은 지 3년이 지나면 가지를 치기 시작한다. 통풍이 잘 되고 햇빛이 잘 비치게 5~6년마다 체계적인 가지치기를 해야 원하는 모양의 나무가 된다. 해마다 1월이나 2월에 거름을 주며, 첫 해 여름에 두세 번 또는 네 번 물을 준다. 심은 후 2~3년이 지나면 얼마의 물을 주느냐에 따라 재배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물을 줄 필요가 없다. 땅에 물이 많으면 뿌리의 통풍을 방해하기 때문에 나무가 잘 자라는 데 오히려 장애요인이 된다.
    5월 말 경 잡초를 뽑고 돌멩이들을 골라내고 나무 주위 땅을 평평하게 고른 후, 6월엔 나무 아래에 백토 (석회)를 뿌려 매끈하게 만든다. 백토 위에서 매스틱의 방울들(눈물들)이 더 빛나고 쉽게 마르게 되는데, 백토는 매스틱에 화학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 매스틱은 본래 성분 그대로를 간직한다.
    7월 중순부터 첫 번째 상처 내기가 나무의 아래서부터 시작된다. 깊이 4~5mm, 길이 10~15mm의 상처를 나무 한 그루에 10~20개에서 많게는 100개까지 상처를 낸다. 상처 내기는 한 주에 2번 하며 5~6주간 정도 지속되는데, 상처 내기는 아침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
  


01.수컷 매스틱 나무가 암컷 나무보다 질이 더 좋으므로 수컷 매스틱나무만 재배한다.
02.연장자인 공동체 구성원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나무에 상처를 내서 매스틱을 수확하는 기술을 젊은 세대에 전수하고 있다.
03.커다란 덩어리의 ‘눈물’을 먼저 골라서 씻은 후 목제 상자에 담아 시원한 장소에 보관한다.
04. 매스틱은 유향나무에서 나오는 자연송진을 의미하며 현지인들은 이를 성 이시도로스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히오스 섬에서의 매스틱 수확은 축제의 성격을 갖는다. 8월 15일 이후 매스틱이 응고되면 수확이 시작된다. 집게처럼 생긴 특별한 연장을 가지고 맨 처음 바닥에 떨어져 있는 굵은 매스틱을 모은다. 그런 다음 나무의 몸통에서 응고된 매스틱을 모으고, 가지에 걸려있는 응고된 매스틱도 모은다. 한 곳으로 모은 깨끗한 매스틱은 바구니에 담아 가져가 더 큰 바구니로 옮겨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놓는다. 땅바닥에 떨어진 가늘고 작은 매스틱과 바닥에 있는 모든 것들(백토, 돌멩이, 나뭇잎 등)을 모아 나무 밑에서 임시로 체로 친다. 이것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놓아두었다가 10월 초순 가는 매스틱을 고르는 작업을 한다. 처음에 망이 좁은 체를 사용하여 가장 작은 매스틱을 골라내고 그 다음 망이 더 큰 체를 사용하여 더 굵은 매스틱을 골라낸다. 이 작업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데, 여러 번 반복한다. 11월 초에 매스틱을 거르기 위해 물이 든 통에 매스틱을 넣는다. 그런 뒤 또 이것을 체에 붓는 과정을 여러 번 한다.
    대부분 한 나무에 80~200gr(그레인, 1gr은 약 0.06g이다)이 나온다고 종사자들은 말한다. 처음엔 7~13gr이 배출되며 나중엔 130~200gr 정도가 배출된다. 가장 큰 배출은 나무가 12~15년생일 때이다. 이 기간에는 나무에 너무 많이 상처를 내서는 안 된다. 탈진을 유발하여 나무의 조기 노화가 오기 때문이다.
    매스틱 나무는 100년 이상을 사는데 200년 된 나무들도 있다고 한다. 70년 후부터 나무는 노화하기 시작한다. 수컷 매스틱 나무가 암컷 나무보다 질이 더 좋으므로 수컷 매스틱 나무만 재배한다. 매스틱은 거의 1년 내내 보살펴야 한다. 



UNESCO와 EU로부터 인정받은 매스틱

     히오스의 매스틱은 1997년 EU로부터 원산지 보호 제품으로 지정됐다. 2015년 EU 의약청은 매스틱을 자연 의약품으로 인정하였다. 두 분야에 있어 인정을 받았는데 소화불량과 피부염증의 치유이다. EU 의약청의 인정과 함께 히오스의 매스틱은 EU에 가입된 나라들의 의약품으로 인정되어 유럽에 유통 가능하게 되었다. 매스틱 나무는 히오스의 특정 장소에서만 자라서 자연의 선물, 성 이시도로스의 눈물을 만들어낸다. 매스틱 재배는 이곳 지역사회의 생계 수단일 뿐 아니라, 매스틱을 통해서 공동체는 고유한 정체성을 지니게 되었고 일상적 경험을 통해 전통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있다. 이런 점을 높이 사 UNESCO는 2014년 ‘히오스 섬의 매스틱 재배법’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신의 축복 그리스

    그리스는 지형과 자연 환경에서 신의 축복을 많이 받은 나라이다. 강렬한 태양과 건조한 기후로 몇 가지 식물들은 그리스만의 특유성을 자랑한다. 같은 꽃이라도 그리스의 것은 향기가 짙으며, 같은 꿀이라도 그리스의 것은 더 달다. 차 재료들도 향기가 아주 좋다. 히오스 섬의 매스틱도 지형과 기후 덕분에 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다른 곳에서는 재배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히오스 섬의 매스틱은 그리스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