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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다시르고 마음을 움직이는 색채

2018-10-18

비즈니스 기획기사







수술복은 왜 녹색일까?

    오래전 미국 뉴욕의 한 외과 의사가 도료 메이커로 유명한 듀폰 사를 찾아갔다. 그는 수술을 할 때마다 주위의 흰 벽이나 천장에 청색 그림자가 어른거려 언짢은 기분이 든다며 문의를 했다. 13만 조도의 무척 밝은 무영등 아래에서 수술을 하는 동안 의사의 눈은 장시간 붉은 피에 노출된다. 이때 빨간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피로해진 상태에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되면 빨간색의 보색인 녹색이 눈에 잔상으로 남아 나타나는 것이다.
    듀폰사의 도료 전문가는 곧 병원에 가서 벽과 천장을 옅은 녹색으로 바꾸고, 의사가 입는 수술용 가운도 같은 녹색으로 바꾸게 했다. 만약 흰색 진찰 가운을 입고 수술을 하게 된다면 흰색 가운 위로 녹색 잔상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녹색으로 수술실 환경을 바꾼 이후로 그 의사는 잔상 문제도 해결되고 눈의 피로감도 줄어들어 수술을 편안히 진행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모든 병원의 수술실과 수술복은 녹색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렇듯 작게는 수술실 환경부터 의식주에 이르는 일상생활 환경에까지 색채는 인간에게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준다. 의식하든 못하든 우리는 온갖 색채들로 가득한 주변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의 눈은 무수한 색채의 파노라마에 휩싸여 있다. 하늘과 햇빛, 나무와 구름 같은 자연에서부터 침실의 벽지, 식탁에 놓인 갖가지 음식과 그릇들, 집을 나서면서 만나는 건물, 버스, 사람들의 옷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접하는 모든 사물은 제 각각의 색채를 지니고 있다.





색을 본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색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아무리 시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어둠 속에서는 색깔을 볼 수 없다. 우리가 색을 볼 수 있는 것은 빛이 있기 때문이며 색채는 이 빛의 반사와 흡수로 만들어진다. 빛, 눈, 사물 가운데 어느 하나가 조금이라도 변하면 색은 변한다. 색이란 빛의 성질이며 시감각의 성질이며 사물의 성질이기도 하다.
    우리는 몸의 여러 감각을 통해 빛을 느낀다. 햇빛에 선탠을 하면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것처럼 피부를 통해서도 빛을 느낀다. 호랑나비는 꼬리 부분에 빛을 느끼는 세포가 있다. 살무사 뱀은 가시광선이 아니라 적외선을 느끼는 세포가 머리 앞쪽에 있어서 사냥감이나 적의 체온을 입체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시각을 통한 색채 자극이 오감의 감도 중 80~90%를 차지한다. 주위의 모든 사물은 자신에게 필요한 빛은 흡수하고 필요하지 않은 빛은 반사하면서 고유의 색을 갖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유한 색은 시신경을 통해 우리의 뇌로 전달되고, 뇌의 중추신경계에서 일어나는 수천 억 개 세포들의 끊임없는 미세한 정보교류를 통해 우리는 색을 통한 자극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주위 환경에서 색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 자극을 통한 대뇌 감각세포의 생물학적 활성화보다 더 심오하고 복잡한 과정으로 관념적, 공감각적, 상징적, 감정적, 생리학적 효과를 수반한다.
    1951년 러시아의 생리학자 S. V. 클라코브가 붉은색은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을 촉진하고 푸른색은 부교감신경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컬러가 인체에 미치는 생리적인 영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여러 사실들이 밝혀졌다. 우리가 빨간색에 노출될 때 간뇌의 시상하부 밑에 달린 조그만 내분비기관인 뇌하수체선이 움직이면 아주 짧은 시간에 화학적 신호가 뇌하수체선에서 부신으로 전달되어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아드레날린은 호흡이 가빠지게 하며 혈압을 상승시키고 맥박수를 늘린다. 반면 파란색은 사람을 심리적으로 가장 편안하게 하는 색으로 뇌를 안정시키는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해 맥박을 감소시키고 호흡을 깊고 길게 유도한다. 또한 체온을 떨어뜨리며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초록색은 인체에 유익한 신진대사 작용을 일으킨다. 혈액 히스타민 수준을 올려 혈관을 팽창시키며 피부 손상 시 다량으로 분비되어 손상 부위를 빠르게 호전시킨다. 갈색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합성을 촉진해 만성 피로를 완화시킨다.




컬러 테라피란 무엇인가?

    건강을 유지하는 조절 기능이 파괴되는 것은 사람의 생체리듬이 깨진다는 것이다. 작게는 피로와 수면 장애가 생길 수 있으며, 크게는 질병에 이르는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색채에 따른 특성을 활용, 인공적인 광선을 몸에 비춤으로써 파괴된 생체리듬을 회복하여 치료하는 것이 컬러 테라피의 기본 원리이다. 컬러 테라피(Color therapy, 색채 치료)는 ‘컬러’와 ‘테라피’의 합성어로 색의 에너지와 성질을 심리 치료와 의학에 활용하여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삶의 활력을 키우는 정신적인 요법이다. 테라피(Therapy)란 ‘요법’ 또는 ‘치료’라는 뜻으로 심신의 컨디션을 좋게 하는 간접적인 치료방법들을 통칭하는 의학용어이다. 약물 치료나 수술 같은 직접적인 질병 치료방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고통을 줄이는 보조 수단들이 모두 테라피의 범주에 들어간다.
    현대적인 각종 의학 치료법들의 발달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컬러 테라피는 진지하게 연구하거나 조사해야 하는 가치 있는 영역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여러 의학자들에 의해 컬러를 통한 다양한 치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21세기의 새로운 대체·보완 의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UCLA 의대의 데이빗 히버(David Hever) 교수는 가시광선을 흡수하여 만들어진 식물의 색깔을 ‘식물성 생리활성 영양소(phytonutrient)’라고 명명하고, 이들 물질이 인체의 DNA를 손상시키는 활성 산소의 전자를 흡수해 산소 손상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식물의 서로 다른 색깔은 각각 인체에 서로 다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다채로운 무지개색 식사를 하는 것이 세포 안의 유전자를 보호하고 최적화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또한 미국의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 노먼 쉴리(Norman Shealy)는 색깔이 있는 광선을 이용하여 통증과 우울증을 치료하고 있다. 그는 광선의 자극이 신경 화학적 분비에 변화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뇌가 각각 다른 빈도의 광선과 색깔에 서로 다른 특수한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컬러의 힘

    이 세상에는 온갖 색이 넘쳐나고 우리는 기분이나 몸 상태에 따라 끌리는 색을 선택한다. 화려한 색과 독특한 인테리어로 장식된 식당에서 색다르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거나 마음에 드는 색깔의 옷이나 물건을 사는 식으로 얼마든지 기분전환을 할 수 있다. 고운 꽃을 한아름 산다든지, 초록이 아름다운 식물을 가꾸기 시작한다든지, 혹은 향과 색이 풍부한 입욕제로 목욕을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기에 부족함이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스트레스에 대항해 싸우는데, 아드레날린이 부신에서 만들어질 때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물질이 비타민 C이다.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에는 감귤, 파인애플, 망고 등 노란색 과채류가 많다. 그래서 노란색 과일을 섭취하면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 제약회사에 피로 회복제인 비타민보조제의 상품 마케팅에 노란색을 이용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부드러운 베이지 색은 근육을 이완시켜 긴장을 풀어주고 피로를 줄여주어 노란색과 함께 사용하면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이다. 복잡한 인간관계나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우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소외감으로 인해 고립감을 느끼며 우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우울함을 느끼는 정도가 지나치면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되고, 심리적 우울함은 몸의 건강까지 해치기 쉽다. 우울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계통의 색들을 가까이 하며 그 기운을 접하는 것이 좋다. 삶의 열정과 에너지를 자극하는 빨강이나 온화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주황과 분홍, 그리고 생기와 밝음을 주는 노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사소하게 느껴지는 일일지라도 인간은 색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취하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색채는 마치 마법처럼 일상으로 파고들어 우리의 몸과 마음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기에 색은 우리의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색채의 힘을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보다 풍요롭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