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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시간의 맛, 젓갈

2018-11-09

문화 문화놀이터


 




   음식물을 오랜 기간 보관하는 방법 하면 냉장고를 쉽게 떠올릴 것이다. 지금이야 냉장고가 보편화되어 김치냉장고를 비롯해 화장품냉장고, 와인냉장고, 차량용냉장고 등등 가정에서도 여러 대의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1965년 금성사(現 LG전자)에서 냉장고가 만들어졌을 때 600가구당 1대가 있었으니 냉장고가 우리나라에서 보편화된 것은 50년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냉장고가 있기 전에는 어떤 방법으로 식품을 보관했을까? 북어처럼 건조하기, 간고등어처럼 염장하기, 굴비처럼 염장 후 건조하기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식재료를 보관해왔다. 이러한 방법 중 흔하게 쓰이는 방법이 젓갈을 담그는 것이다.


다양한 젓갈, 다양하게 먹는 젓갈

    기록에 의하면 육고기로도 젓갈을 담갔다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어패류를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젓갈을 담그고 있다. 새우, 멸치처럼 작은 생선은 손질을 하지 않고 젓갈을 담그며, 명태, 갈치, 낙지, 오징어처럼 큰 것들은 손질을 하여 담근다. 생선은 아가미부터 상하는데 대구, 명태, 민어, 갈치 등은 아가미만을 모아 젓갈을 담그기도 한다. 또한 생선의 알도 젓갈을 담그는데 지금은 명태의 알로 담근 명란젓이 유명하지만 조선시대에는 명란젓보다 대구알젓을 으뜸으로 쳐주었다.


각종 어패류의 근육·내장 또는 생식소 등에 소금을 넣어 알맞게 숙성시킨 젓갈

    명태알로 만든 명란젓은 그 자체로 반찬으로 먹을 수 있지만 들기름을 발라 구워 먹을 수도 있고, 알탕으로도 먹을 수 있으며 마늘, 파 등을 다진 후에 무쳐먹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계란찜이나 계란말이에 넣기도 하며 명란파스타나 바게트빵에 명란젓을 바르고 구운 명란바게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명란젓은 명태알에 소금을 넣고 발효시켜 젓갈로 담근 알젓의 한 종류이다. 명란젓 외에도 숭어알젓, 조기알젓, 양대알젓, 게알젓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알젓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복어알젓과 대구알젓이다. 복어는 알, 내장, 근육에 독이 있어 손질에 주의해야 하는데, 복어알젓은 독이 있는 알을 이용해 젓갈을 담근 것이다. 10년 이상 담가야 먹을 수 있다는 복어알젓은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민간요법으로 찾기도 한다. 지금은 비싸게 판매되는 명란젓은 조선시대만 해도 대구알젓의 대용품이었다. 『승정원일기』 효종 3년(1652) 9월 10일 기사에는 강원도에서 대구알젓을 올리지 않고 명란젓을 올려 이를 조사하라는 기사가 실려 있다.


전 세계의 젓갈

    이런 명란젓은 해방 후 일본에서도 만들어지는데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카와하라(川原)가 해방 후 일본에 돌아가 어린 시절 맛보았던 명란젓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둔다. 이러한 이야기는 몇 년 전 일본의 TV드라마로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명태알을 뜻하는 멘타이코(明太子)는 명란젓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물론 젓갈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음식은 아니다. 일본어 시오카라(しおから)는 젓갈로 번역되는데 일반적으로 오징어나 생선 내장으로 만드는 것으로 창란젓에 해당되며, 해삼창자젓갈 고노와다(このわた)는 고급요리에 속한다. 필리핀의 바공(bagoong)이나 태국의 가피(kapi)는 새우젓, 이탈리아의 앤초비(Acciughe)는 멸치젓에 해당된다. 주로 통조림의 형태로 유통되는 캐비아(caviar) 역시 철갑상어 알을 소금에 절인 것으로 알젓의 한 종류겠다. 이처럼 젓갈은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01. 일본에서 판매 중인 명란젓(멘타이코, 明太子)   02. 태국의 가피(kapi)  03. 필리핀의 바공(bagoong)   04. 이탈리아의 앤초비(Acciughe)


한국의 젓갈

    앞서 언급했듯이 고기나 어패류 모두 젓갈로 담글 수 있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토끼, 사슴, 돼지고기와 민물고기인 누치, 은어로도 젓갈을 담근 기록이 남아있다. 지금은 어패류를 이용해 젓갈을 많이 담근다. 굴이 많이 생산되는 경기만 일대에서는 굴을 이용해 굴젓을 담갔다. 경기도 화성시 제부도에서는 ‘진달래 필 때쯤’ 굴젓을 담근다. 굴젓은 식감이 없어 소라젓과 함께 양파, 파, 마늘, 참기름, 고춧가루, 식초를 넣어 밥반찬으로 먹는다. 굴젓을 먼저 담그고 6월쯤 소라젓을 담가 젓갈이 익으면 섞는다. 낙지로 담근 낙지젓갈은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지만 명란젓, 창란젓과 함께 교민들에게 가장 많이 보내는 젓갈에 해당된다. 새우젓은 작은 크기의 새우를 통째로 절이는데 잡히는 시기에 따라 오젓, 육젓, 추젓 등으로 거래되며 그 가격이 다르다. 새우젓은 김장할 때뿐만 아니라 젓찌개로 끓여 먹거나 수육 등을 먹을 때 찍어먹는 용도로도 이용된다. 새우젓만큼이나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것에는 멸치젓이 있다. 멸치로 담근 멸치젓은 젓갈의 형태로도 먹으나 대부분 젓국으로 내려져 국물형태로 사용된다. 지역에 따라 멸젓, 멜젓, 어장(魚醬), 어간장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전남 무형문화재 제1호 거문도뱃노래, 전남 무형문화재 제22호 가거도 멸치잡이노래는 모두 멸치를 잡을 때 부르는 노동요이다. 이렇게 잡은 멸치는 말리거나 젓갈로 담겨서 거래되었다. 이외에도 칠게, 황석어, 꼴뚜기, 멍게, 바지락 역시 젓갈로 먹을 수 있다. 소금을 적게 넣은 얼간으로 담근 젓갈을 어리젓이라고 하는데 특히 충남 서산은 굴로 담은 어리굴젓이 유명하다. 소금을 적게 넣었기 때문에 장기보관이 불가능하며 젓갈이 익으면 바로 먹는다.


01. 철갑상어 알을 소금에 절인 일본 캐비아(caviar)
02. 『승정원일기』에는 강원도에서 대구알젓을 올리지 않고 명란젓을 올려 이를 조사하라는 기사가 실려 있다.
03. 새우젓은 작은 크기의 새우를 통째로 절이는데 잡히는 시기에 따라 오젓, 육젓, 추젓 등으로 구분한다.
04. 거문도뱃노래는 전남 거문도의 어민들이 멸치를 잡을 때 부르는 노동요이다.



전국의 젓갈 시장

    이렇게 다양한 한국의 젓갈은 오래전부터 상품화되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정조 6년(1782) 『일성록』 11월 21일 기사에는 마포에 사는 김광련(金光鍊)이 “염해전(鹽?廛)은 저희들이 300여 년 동안 생업으로 삼아 생계를 유지해 온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염해전’은 젓갈가게를 의미한다. 300년이라는 기간을 입증할 수는 없으나 그만큼 오래전부터 젓갈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단서이다. 마포에서 거래되는 새우젓은 새우젓독에 담긴 후 황포돛배에 실려 남한강과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가 거래되었다. 지금도 강변마을에는 그 당시 올라왔던 길쭉한 형태의 새우젓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강 마포와 마찬가지로 충남 논산의 강경 역시 금강을 따라 내륙 깊숙이 위치했으나 금강의 수운을 따라 배가 들어왔으며 현재도 유명한 젓갈시장이다. 이외에도 인천 소래포구, 강화도 외포항젓갈시장, 충남 홍성 광천시장, 전북 부안 곰소젓갈시장 등이 알려져 있으며 지자체에서는 젓갈과 연계해 축제를 열기도 한다. 이러한 축제와 상관없이 김장철이 되면 부녀회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젓갈을 구매하러 오는 것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