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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지구 역사의 흔적

2018-11-30

문화 문화놀이터


 




    반구대 암각화가 위치한 울주 대곡천 일원은 약 1억 년전에 만들어진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암석들은 책장을 쌓아 놓은 듯 켜켜이 쌓여 있다. 이는 마치 책의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처럼 아래에 쌓인 암석은 위쪽에 쌓인 암석보다 오래된 것을 의미하며, 암석의 한 페이지마다 당시의 기록(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있다. 켜켜이 쌓여있는 암석을 조심스레 하나씩 걷어내면 당시에 살았던 생물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화석이 되어 남아 있다.


7천 년 전, 바위에 남긴 흔적 - 반구대 암각화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7천 년 전, 선사시대 인류가 ‘바위에 남긴 흔적’으로 당시의 생활상과 정신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역사서이자 그 어떤 명화(名?)보다 뛰어난 작품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한 편의 이야기책과도 같으며, 울산 앞 바다를 배경으로 등장인물만 고래, 사슴, 호랑이 등의 동물과 사람을 포함하여 300명이 넘고 이야기의 치밀한 구성은 한 편의 멋진 명작과도 같다.
이처럼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우리 조상들이 바위에 남긴 그들의 삶에 대한 흔적이자 삶의 모습이 담긴 일종의 ‘풍속화’인데,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울주 대곡천 일원에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우리 선조들이 바위에 남긴 다양한 흔적들이 새겨져 있다.



(上) 천연기념물 제411호 고성 덕명리 공룡과 새 발자국 화석산지의 초식공룡이 남긴 공룡발자국들. 여러 마리의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으로
        무리지어 다니는 초식공룡의 습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下)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인류가 ‘바위에 남긴 흔적’으로 당시의 생활상과 정신문화를 엿볼 수 있다.



1억 년 전, 바위에 남긴 흔적 - 공룡발자국 화석


    화석은 지질시대(46억 년 전~1만 년 전)에 살았던 생명체가 남긴 흔적 정도로 정의할 수 있으며 ‘공룡’은 중생대(약 2억 5천 1백 만 년 전~약 6천 6백 만 년 전)의 육지에 살았고 알을 낳았던 파충류의 한 무리인데, 공룡이 남긴 발자국을 ‘공룡발자국 화석’이라 부른다. 오랜 지질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생명체들이 화석이 되어 암석에 그 흔적을 남겼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그 당시의 환경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예컨대, 강원도 일대의 약 5억년 전 형성된 암석에서는 바다 속에 살았던 삼엽충이 화석이 되어 그 흔적을 남겼고, 약 3억 년 된 암석에는 육지에 살았던 식물들이 그 흔적들을 남겼다. 이를 통해 한반도가 약 5억 년 전에는 바다 속에 잠겨 있다가, 그 후 서서히 이동하여 약 3억 년 전에 육지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 앞마당 넓게 펼쳐진 암반 위에도 수많은 자국들이 남겨져 있다. 암반에 남겨져 있는 자국들은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고 그 수도 많다.
이들은 1억 년 전에 살았던 공룡이 남긴 ‘공룡발자국 화석’이다. 지금까지 두 번에 걸친 발굴조사에서 육식공룡이 남긴 발자국 18점과 초식공룡이 남긴 발자국 93점 등 총 111점의 공룡발자국이 확인되었다. 초식공룡발자국에 비해 육식공룡발자국이 훨씬 적은 것은 초식공룡들은 무리지어 생활하고 육식공룡은 대체로 단독 생활하는 습성에 기인된 결과이다.



01. 반구대 암각화 도상 색상 처리 이미지  
02. 반구대 암각화 앞마당에서 발견된 초식공룡 발자국.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초식공룡의 발자국 중 하나이다.
03. 반구대 암각화 앞마당에서 발견된 육식공룡 발자국. 발가락이 진흙에 밀린 흔적이 관찰된다.
04. 다른 형태의 소형육식공룡의 발자국. 중생대 대형 조류발자국과 매우 흡사하다.
05. 도롱뇽(추정) 발자국 화석. 뒷발자국 바로 위에 앞발자국이 찍혀있다.


소형육식공룡이 남긴 것으로 발자국의 크기는 길이 9~11cm, 폭 10~12cm 정도로 공룡발자국으로는 작은 편에 속한다. 이 발자국 화석은 울산에서 보고된 육식공룡발자국 가운데 보존상태가 가장 좋으며, 보행렬이 인지되는 첫 사례이다. 이러한 발자국 화석들은 공룡이 생활하면서 남긴 흔적으로 공룡 골격(뼈) 화석과는 매우 다른 학술적 가치를 가진다. 공룡발자국을 통해 반구대 앞마당을 거닐었던 공룡은 어떤 종류의 공룡이었는지,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였으며 어떠한 행동을 하였는지,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었는지, 단독 혹은 집단생활을 하였는지 등 공룡의 서식환경과 습성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정보를 알 수 있다.


1억 년 전, 바위에 남긴 흔적 - 새로운 형태의 동물발자국 화석

    2018년 상반기 발굴조사의 마지막 날, 반구대 암각화 앞마당에서 공룡발자국과 함께 국내에서 한 번도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4족 보행 척추동물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 발자국 화석은 약 1억 년 전 물과 육지에서 생활하던 4족 보행 척추동물이 남긴 것으로 한 마리가 걸으면서 남긴 총 18개의 발자국이었으며 보존상태도 매우 좋다. 발자국의 크기(길이)는 뒷발자국이 약 9.6cm, 앞발자국이 약 3cm로 앞발자국이 뒷발자국보다 작다. 뒷발자국에 남겨져 있는 발가락의 개수는 5개이고, 앞발자국에 남겨져 있는 발가락은 4개이다. 모든 앞발자국은 뒷발자국의 바로 앞에 찍혀있으며 앞발자국의 좌우 발자국 간격 폭은 뒷발자국의 좌우 간격 폭보다 좁은 특징을 보인다. 또한, 좌우 발자국 사이에 배를 끈 자국이 관찰되는데 이는 몸집이 납작하고 다리가 짧은 동물이 얕은 물속에서 배를 끌며 이동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자국의 크기와 보폭간격으로 추정된 이 동물의 몸길이는 약 100cm~110cm 정도이다.


주요 척추동문의 발자국 형태와 걸음걸이 모습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많은 발자국 화석들(공룡, 익룡, 거북, 악어, 도마뱀 및 포유동물의 발자국 화석)과 이번에 발견된 발자국의 형태적 특징과 해부학적 특징을 비교해본 결과 국내에서 한 번도 보고된 적 없는, 처음 발견된 새로운 형태의 척추동물발자국 화석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현재까지 조사·연구된 정보들은 하나의 유력한 용의자를 지목하고 있다. 그것은 중생대에 살았던 거대 도롱뇽(Cryptobranchidae)이다. 도롱뇽은 중기 쥐라기(약 1억 7천 4백만 년 전~1억 6천 3백만 년 전)에 중국에서 기원하여 현재 10개의 과(Family)가 있는데 화석 기록은 대부분 신생대(약 6천만 년 전~현재)에서 그 흔적이 보고 될 뿐 중생대의 화석기록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따라서 이 발자국이 도롱뇽이 남긴 발자국이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도롱뇽 진화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가진다. 현재 도롱뇽이 가장 유력해 보이지만 보다 정확한 동물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에 있으며 그 결과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