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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가져보는 소소한 행복

2018-12-11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그림으로 가져보는 소소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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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상화는 특정 인물을 묘사하는 회화의 한 분야입니다. 예전에는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많은 초상화가 그려졌습니다. 또 작가 자신을 모델로 한 자화상 역시 굉장히 유명한 작품들이 알려져있죠. 그러나 우리는 사진을 찍어 오롯이 똑같은 나를 만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시대에 도래했지만, 여전히 그림으로 우리의 얼굴을 기록하고 남기고 싶어합니다. 팝아트 초상화, 디지털 초상화, 인물화 등 아직도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위 그림은 <태조 어진> 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도화서의 화원들의 가장 큰 임무가 바로 초상화그리기 였다고 합니다. “터럭 한 올 이라도 닮지 않으면 그 사람이 아니다” 라고 했다는데요, 동양의 초상화는 단순히 인물을 그리는 데만 그치지 않고, 그 정신가지도 옮겨 그리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조상 추모의 의미 뿐만 아니라 왕실의 영구한 존속을 도모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태조는 개국시조로서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습니다. 화려한 색채와 문양을 사용하고 또 신장이 크고 위풍당당한 군주의 위엄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가셰 박사의 초상 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입니다. 고흐가 자살하기 약 두 달 전 그렸다는 작품으로 무려 1600억원에 팔린 적이 있어 한 때 세상에서 제일 비싸게 팔린 그림 중 하나입니다. 가셰 박사는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작가들을 후원하며 그들을 돕던 의사로 고흐가 자살하기 직전까지 그를 돌봐주었던 친구이기도하며 자진해서 그의 모델이 됩니다.  고흐가 죽기전 남긴 작품이 바로 이 의사의 초상화 세 점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고흐는 가세의 초상화를 제작하면서 자신의 의도를 밝혔는데요 “ 한 세기 후의 사람들에게 유령같이 보일 초상화를 그리고싶다. 사진과 닮은 그림이 아니라 격정적 표현, 즉 현대의 색감으로 성격과 심층을 표현한 그림을…” 이라고 밝히며 그는 외모를 모방하는 그림이 아니라 성격을 강조하는 초상을 그렸습니다.



    저는 공방을 운영하면서 팝아트 초상화 수업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었는데, 조금 더 새로운 초상화는 없을까? 하다가 “레트로 초상화” 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즐겨 그리던 크라프트지에 색연필로 그리는 레트로 초상화는 올 여름 시작한 이후로 꽤나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했어요.
    처음 기획 의도는 옛날 사진을 추억으로 남겨보자! 였습니다. 30년 전에 인화된 딱딱한 결혼식 사진, 흑백으로 인쇄된 사진 등 ‘추억을 선물하세요’ 라는 카피를 메인으로 잡았었습니다. 크라프트지라는 특수한 종이를 사용했는데 이 종이는 약간 거친 질감의 갈색의 종이로 세련된 흰색 배경보다는 조금 더 그 때의 분위기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제작을 시작해보고 나니 예전 결혼식 사진의 그 때 그 풍성한 면사포와 화려한 하얀 웨딩장식은 요 갈색 배경 위에 그리니 너무나도 잘 어울렸습니다. 더욱 그림은 화사하고 밝게 표현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께서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에 선물로 많이 주문을 주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2인 초상화로 제작을 많이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기획 의도와 주문자분의 선물계획과 잘 맞아 떨어지다보니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초상화는 단순히 사진과 꼭 닮은 외모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감정, 그리는 자의 의도, 혹은 주문자의 의도 등이 녹아들어간 복합적인 그림이기 때문에 여전히 인기 있는 그림인 것 같습니다. 인간이 그리는 작품에 있어 뗄래야 뗄 수 없는 ‘사람’ 이라는 주제는 몇 십년 혹은 몇 백 년이 지나도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와 함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