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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시간 속으로의 초대

2019-01-22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낯선 시간 속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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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길을 걷는 사람은 명주바람에도 행복하다. 시원한 그늘을 만나도 기쁘고 스쳐지나가는 웃음에도 마음이 부푼다. 그 길에서 천천히 풍경 속으로 녹아들어 하늘과 태양과 바람을, 그리고 시간과 사람을 품어보자.


천오백년 전 백제인의 시간  신봉동 고분군과 유물전시관

    움집처럼 생긴 고분 모양의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묘하다. 천오백년 전 백제인이 되어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그 옛날 마한의 영토였던 청주는 삼국의 접경을 이루면서 백제의 권역에 속한 시간이 많았다. 신봉동 백제고분군은 그렇게 삼국이 서로 뺏기고 빼앗기던 시기의 유적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백제 무덤들이 집단으로 발견되어 사적 제319호로 지정되었다.



    신봉동 백제고분군의 발굴은 1982년 명심산 자락에서 토기조각을 발견하면서 여섯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만큼 유례가 없는 대규모의 고분군이었다, 3기의 석실분과 300기가 넘는 토광묘, 목관묘, 목곽묘 등이 엄청난 부장품과 함께 발견됐다. 철제유물이 특히 많이 나왔다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4세기에서 5세기 무렵, 융성했던 초기 백제인들의 철기문화를 밝힐 수 있는 소중한 유산들이다.
    백제유물전시관은 바로 그 고분들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2001년에 세워졌다. 이제 천오백년 전 낯선 시간 속으로 들어 가보자. 1층 전시실에는 토기와 무기들이 있다. 토기류에 자주 새겨져 있는 새 발자국 무늬는 ‘새’를 신성하게 여겼던 당시 백제인들의 토템문화 중 하나다. 사후 세계를 믿었던 고대인들이 자신들이 쓰던 토기를 무덤에 함께 묻었고, 그 유물들이 아득한 시간을 건너와 그들의 삶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삶은 또 어떤 시간의 저편으로 건너가 낯선 시간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까.
    청주백제유물전시관에서는 백제역사 속의 청주를 알리고, 백제유물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다양한 기획전시를 하고 있으며, ‘박물관에서 놀자’, ‘탁본과 인쇄체험’, ‘외국인과 함께하는 역사문화체험’ 등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공예의 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청주 한국공예관

    공예는 고독한 예술이다.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치열하고, 아름답고, 고독한 시간에서 나오는 산물이다. 모든 장르의 예술이 다 지난한 일이지만 사랑을 잃은 사람,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그리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가난한 그리움들을 형상화시켜 남기고 싶은 것이 조각과 공예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공예의 종류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우리 생활 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다 공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금속, 도자, 섬유, 유리, 목공예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공예가 오랜 시간 빛을 발할 수 있는 이유는 손을 통해 삶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술은 사람을 부르는 손짓이다. 입 아프게 부르지 않아도 훌륭한 예술품이 있는 곳은 아무리 멀어도 제 발로 달려간다. 루브르 박물관으로, 오르세 미술관으로 몰려가듯 말이다.
    청주에는 청주고인쇄 박물관 건너편에 공예전문 미술관인 한국공예관이 있다. 청주라는 도시의 특별함 덕에 공예문화의 향기와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독특한 것에 끌린다. 예술가의 지독한 고독, 시간의 흔적으로 작품이 탄생한다.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소장할 수 있는 것은 나만의 별을 하나 간직하는 것이란 생각이다. 모든 예술은 특별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즐기는 자의 것이다.
    한국공예관은 매년 세계와 지역의 공예작가들의 작품으로 20여회의 기획전을 선보이며, 지역 공예작가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예전문 미술관. 직지의 금속활자 공예에 뿌리를 둔 공예도시 청주의 자부심으로 1층은 아트샵, 2,3층은 전시실, 4층은 아카데미실, 5층은 사무실과 수장고로 쓰인다. 공예품 감상과 함께 스카프, 넥타이, 명함집, 도예품 등 작가들이 소품을 구입할 수 있다. 다양한 공예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통일신라시대의 3대 동종  운천동 출토 동종

    1970년대 운천동에서 담장공사를 하던 중 주민의 신고로 발견되었다. 담장을 새로 쌓으려고 땅을 파게 되었는데 여기서 금동불상, 징 모양의 금고 등과 함께 종이 나온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말기인 8세기에서 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상원사 종, 성덕대왕 신종과 함께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통일신라시대 3대 동종 중 하나로 보물 제1167호로 지정되었다. 높이 78cm, 지름 47cm로 출토 당시엔 국립 공주박물관에 소장되었다가 1987년 국립 청주박물관이 개관하면서 귀향했다. 이 운천동 출토 동종을, 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 원광식 옹이 실물 크기로 복원하였고 현재 청주 흥덕사지 금당 안에 있다.


(左)운천동 출토 동종    (右)운천동 신라사적비


통일신라시대의 3대 동종  운천동 출토 동종

      1982년 3월 운천동 산직말에서 발견된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사적비이다. 사적비란 어떠한 사건이나 사실, 자취를 기록한 것으로 운천동 신라사적비는 당시 청주에 있던 사찰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발견 당시 산직말 마을의 공동 빨래터에서 빨랫돌로 사용되고 있었기에 비문의 마멸이 심하다.
    비문 중에 ‘수공이년세차병술壽拱二年歲次丙戌’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수공壽拱’은 당나라의 측천무후 시절의 연호이기에 통일신라 신문왕 6년(686)에 세워진 사적비로 추정한다. 비문을 정확히 알아보기 어려우나 대체로 부처의 가르침을 찬양하고 임금의 덕을 칭송하는 신라 호국불교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강암 재질로 높이 92cm, 너비 91cm, 두께 15~20cm이며, 1983년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34로 지정되었다. 현재 국립청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