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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 한 시선으로 공동체성을 찾아가는 서양화가 김모은

2019-03-21

문화 문화놀이터


청주문화생태계 DB
유니크 한 시선으로 공동체성을 찾아가는 서양화가 김모은
'예술은 도로 위로 뛰어드는 고라니'

    서양화가 김모은은 유니크한 시선으로 사회와 시대의 문제를 탐구해 왔다. 그녀는 속도와 시간의 문제를 드러내며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한다. 은유를 통한 의미 전달이 그녀만의 소통방식이다.
    “로드킬이 단순하게 동물들이 수난을 당하는 사고가 아닌 무언의 메시지로 보였어요. 급속한 경제개발에 밀려난 이들의 비명으로 말이죠. 현재 우리나라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도로 상황은 근시안적인 개발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살풍경이죠. 너무 단시간에 많은 변화와 급격한 성장을 추구하다보니 체계적인 밑그림 없이 마치 낙서처럼 도로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의 성공을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다보니 장기적인 가치 체계를 만들어 국토를 계획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며 누락된 가치들이 붉은 피를 흘리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녀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로드킬에 관한 주제로 작품 활동을 했다. 자연의 속도와 인간의 속도는 맞지 않는다. 이때 뒤처지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로드킬’은 동물과 사람 모두 빠른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상징일 수 있다.
 작가는 실제로 타이어를 찍거나 동물모양으로 잘라 판화처럼 두꺼운 종이에 굴려 찍고, 모양을 내어 바닥에 깔거나 벽에 붙이는 설치작업을 주로 했다. 그녀는 어쩌면 가축이 아닌 동물들은 이미 도시인들에게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가축은 축사에 동물은 동물원에 물고기는 어항에 얌전히 있는 것이 우리 시대에 동물의 처지가 아닌가도 싶다고 한다.
    “그들도 살아 숨 쉬고 자기 생활을 영위하는 고귀한 존재인데 말이죠. 그래서 겨울철에 먹을 것을 찾아 마을로 내려오는 멧돼지나 도로로 뛰어드는 고라니, 쓰레기봉투를 뜯어 놓는 길고양이는 침략자 취급을 받습니다. 여기 있어서는 안 될 존재들로 인식되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작가라는 사람들의 처지도 비슷합니다. 사회에 맞지 않고 없는 듯 있는 존재들이죠. 사회의 전면에서 배제되고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철학이 어렵고 예술이 불편한 것은 이 도로에 뛰어든 고라니 같은 충격을 주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김모은 화가는 괴산에서 출생했고, 2011년 충북대학교 미술과를 졸업했다. 본격적인 활동을 한 지 8년 정도 되었으며, 지난 2012년부터 2015까지는 충북민족미술협회 사무국장을 맡아오며 지역미술 발전에 힘을 쏟았다.


 
꿈꾸는 텃밭, 성장의 기록
    가장 개인적인 시선으로 사회를 녹여낼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싶다는 그녀에게 작품이 주는 톡톡 튀는 느낌만큼 특별한 인상이 느껴진다.
“어느 날, 이름 없는 작은 벌레들이 꿈틀대는 것과 인간의 출근길이 오버랩 되는 거예요.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꿈틀거리다가 결국 죽음으로 귀결되는 ‘자연’이라는 시간, 그 굳고 완벽한 바다 앞에 우리는 오늘을 꿈틀대는 벌레와 다름없죠. 그런데 저는 여기에서 절망이 아니라 생명의 힘을 발견하며 살고 싶어요.”
    그녀의 작품세계는 인간의 세계가 벌레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작가의 의도된 시선에서 출발한다. 특히 사람보다 풀을 크게 배치하여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묻는다. 여기에는 속도와 시간으로부터 뒤처지거나 상처를 받는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번 작품은 ‘로드킬’에서 ‘벌레’로 그 소재의 변화 했어요. 인간의 문명은 자연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고 봅니다. 인간사회 역시 지구와 자연, 숲 그리고 텃밭의 일부로 살아가는 크고 작은 존재와 같아요.”
    자연의 섭리와 무관한 듯 인간이 만들어놓은 도시와 도도해 보이는 문명도 거대한 자연의 일부분 일 뿐이다. 새가 둥지를 짓고 개미가 무리지어 살아가듯 인간은 인간 나름의 환경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 낸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은 정복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에서 작가의 처지 역시 미미해진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작은 텃밭에서 꿈을 꾼다.

 
예술은 개인의 고유한 언어
    “작가의 언어는 독특한 것이지만 이상하게도 전달이 가능하죠. 자신만의 언어를 개발하여 소통을 시도하는데, 그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절망하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기 언어를 가꾸어가요. 이것이 예술가의 삶이죠.”
    작품은 작가와 사회를 연결해주는 끈 같은 것이다. 이때 유니크한 시선과 은유적 방법은 김모은 화가만의 소통방식이다. 그녀는 단순히 사회를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상과 관찰, 스토리텔링을 통해 생각하고 소통하는 능동적인 사회로의 통로를 만들어간다.
    “작품은 제 인생에서 성장의 기록과 같아요. 성장은 평생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을 재인식 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해요. 작가에게 작품이 그런 것 같아요.”
작가에게 작품은 가장 솔직하고 디테일한 언어일 수 있다. 이때 언어는 수많은 세상과 타자 속에서 존재를 드러내는 수단이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성장을  확인한다. 그것은 세상을 향해 건네는 대화이자 지금과 미래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