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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례(茶禮)는 배려하는 마음이다

2019-11-05

문화 문화놀이터


겸손이 빚어내는 기품
다례(茶禮)는 배려하는 마음이다
'다례'

    내게 있어 차(茶)는 청(淸)이요, 화(和)요, 예(禮)이다. 이른 아침 차(茶) 한 잔을 앞에 두고 사색을 하는 것은 내게 있어 오랜 습관이 되었다. 이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나만의 의식인 셈이다. 맑은 마음,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차(茶)가 주는 특별한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차(茶)는 청(淸)이요, 화(和)요, 예(禮)이다. 우리나라 혼례풍습에 채봉(寀俸)이 있다. 시집가는 딸에게 차(茶) 봉지를 넣어서 보내는 풍습이다. 낯선 곳으로 시집가는 딸에게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차(茶)를 마시며 맑은 정신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전해주었다고 한다. 차(茶)를 우려내는 동안 나를 비우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茶)는 청(淸)이라 할 수 있다. 
    차(茶)는 또한 화(和)이다. 커피를 마시며 싸우는 사람은 보았어도 차(茶)를 마시며 싸우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찻물을 우려내면서 화(禍)를 다스리고, 차(茶)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茶)는 화합(和合)이요, 편안함이요, 너그러움이다.
 

(左)우리 나라의 다례(茶禮)에서 차문화를 알 수 있듯이 우리민족은 차(茶)를 대할 때 예를 다했다.
(右)국가무형문화재 제130호 제다는 차나무의 싹, 잎, 어린줄기를 찌거나 덖거나 발효 등을 거쳐 재료로 만든 후 비비기, 찧기, 압착, 
      건조등의 공정을 통해 마실 수 있는 차(茶)로 만드는 전통기술을 말한다.

    차(茶) 한 잔을 마시는 동안에는 그 향과 맛, 그리고 차(茶)를 재배한 사람들의 수고를 생각하게 된다. 
    한국차문화협회는 차(茶)를 사랑하는 차인(茶人)들의 대표적인 비영리 문화단체이다. 매년 차의 날(5월 25일)을 기념하는 전국차인큰잔치를 비롯하여 인설차문화전, 전국청소년 차문화전-차예절 경연대회, 하계연수회, 동계연수회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을 1년에 몇 차례씩 열고 있지만 큰 소리 한 번 오간 적이 없다. 
    큰 행사를 치르다 보면 말들이 많이 오가지만 어디서도 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는 차(茶)를 통하여 교만을 버리고 나를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배웠기 때문이다. 화(和)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화합(和合)의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화(和)를 항상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
    차(茶)는 예(禮)이기도 하다. 차(茶)는 늘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살면서 교만해지고, 과시하고, 무례해지는 마음이 부지불식간에 나오는 것을 경계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점에서 차(茶)는 청(淸)이요, 화(和)요, 예(禮)라고 말할 수 있다. 

차(茶)는 나를 찾아가는 정신 
    차(茶)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지 1300여 년이 지났다. 오래된 역사만큼 차문화(茶文化) 또한 다양하게 꽃을 피웠다. 지금은 커피가 차(茶)의 자리를 빼앗아, 국적 불명의 차문화가 횡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커피가 우리 사회에 이렇게 빨리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은 담소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차(茶)를 한 잔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던 것은 우리의 오래된 전통이었다.  
    중국의 다예(茶藝), 일본의 다도(茶道), 우리나라의 다례(茶禮)에서 차문화를 알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은 차(茶)를 대할 때 예를 다했다. 흔히 다례는 의식다례와 생활다례로 구분된다. 의식다례라 함은 제사 때에 올리는 차례, 불교의식에서 행하는 육법공양에서의 다례, 왕실에서 행하던 각종 의례에서의 다례 등을 말한다. 반면 생활다례는 일상생활에서 차(茶)를 우려 마시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차문화협회는 규방다례(閨房茶禮)를 전승하여 전국의 회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규방다례(閨房茶禮)는 한국의 전통 차문화를 복원·계승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차문화(茶文化)와 생활예절을 복원·정립한 것이다.
 
01. 규방다례를 전승하고 있는 한국차문화협회   
02. 한국차문화협회는 차에 담긴배려의 마음으로 전국차인 큰잔치를 비롯한 크고 작은행사들을 매년 열고 있다.
03. 떡차를 만들기 위해 찌는 과정

    규방다례는, 초대 보유자인 고(故) 이귀례 명예이사장이 어릴 적 동학운동(東學運動)을 하던 조부(祖父)에게서 차(茶) 예절을 접한 이래 1973년 성균관 유학장(儒學長) 류승국 교수에게서 생활 법도와 형식을, 전주 이씨 인천지원장인 이덕유에게서 전주 이씨 제례예법을 전수받았다. 1974년에 다경, 다신전, 동다송, 국조오례의, 주자가례 등 각종 문헌과 전통사찰의 다례를 수학하였고, 1978년 한국차인회, 1979년 한국차문화협회 활동 등으로 한국의 규방다례(閨房茶禮)를 복원·개발하여 2002년 인천광역시로부터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현재 2대 보유자인 필자에게 전승되었다.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1호 규방다례는 일반인들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차문화(茶文化)를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거기에서 우리의 미풍양속인 효(孝), 예(禮), 지(智), 인(仁) 등을 배울 수 있도록 인성교육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의 차문화(茶文化)가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으며 외국인들에게 우리 차문화(茶文化)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전통문화의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금도 많은 학교에서 차예절 교육을 요청하면 전국의 27개 지부(일본 교토지부 포함)에서 전문사범들이 해당 학교를 찾아가 차예절을 지도하고 있다. 2019년에는 행정안전부의 지원을 받아 전국의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11월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차(茶)가 지닌 미덕
    고(故) 이귀례 명예이사장은 생전에 ‘나를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것’을 몸소 실천하였다. 나 또한 이귀례 명예이사장이 실천한 차인의 길로 들어선 것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만약 차(茶)를 몰랐다면 필자의 삶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茶)는 필자에게 있어 하나의 정신이자,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차(茶)가 가진 본래의 성질인 ‘자연성’을 사랑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맛이 없는 것같지만 마실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차(茶)이다. 
    맑은 아침, 차향을 맡으며 곱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잎을 바라본다. 아직은 푸른 기운이 더러 남아 있지만,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차(茶)에는 일체의 꾸밈이 없다. 또한 귀천이 따로 있지 않으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것이 차(茶)가 가진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차(茶)가 가진 힘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일반인에게 행다를 통한 차(茶)의 시음은 쉽지 않겠지만, 모든 국민이 굳이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서라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차(茶)를 우려 마시면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날이 꼭 오기를 기대해본다. 오늘 이 아침에 한 잔의 차(茶)를 마시며 또 하루를 행복하게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