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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2019-11-19

교육행정 체험현장


다 같이 놀자!동네 한 바퀴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학성초등학교 교사 한철훈'

     ‘우리 학교에서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인가요?’
     ‘숲 속 밧줄놀이터요!’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우리 학교에서 어디가 가장 좋아?’라고 물어본다면, 아마 한명도 빼놓지 않고 전교생 모두가 ‘숲 속 밧줄놀이터요!’라고 외칠 것이다. 그만큼 우리학교 학생들의 ‘최애’ 장소가 바로 숲 속 밧줄놀이터다. 아이들이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밧줄 놀이 시설이 설치되어있는 곳으로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 등 짬짬이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은 이곳을 찾아가 신나게 놀곤 한다.



     우리 학성초등학교는 놀이 활동뿐만 아니라 초록교육활동인 생태환경교육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학교다. ‘놀이’와 ‘생태환경교육’ 이 두 가지의 좋은 점을 어떻게 살리면 좋을까 하는 고민끝에 아이들과 즐겁게 실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숲 놀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학교 숲 한 편에 ‘숲 속 밧줄놀이터’를 마련해줬다. 우리 학교의 장점인 학교 숲에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숲 속 밧줄놀이터’를 만든 것이다. 이곳에는 총 6종(슬랙라인, 타잔 슬랙라인, 버마다리, 원숭이다리, 그네, 외줄 그네 등)의 밧줄놀이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방과후 시간이면 언제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신나게 놀다 간다. 학교 숲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도 당장 나가서 놀고 싶을 정도로 웃음소리가 즐겁다. 교실에 있는 아이들도 어느새 창문 밖 숲 속 놀이터를 보면서 ‘선생님! 우리도 나가서 놀아요~’라고 아우성이다. 또, 쉬는 시간뿐만 아니라 교과학습 시간에도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숲 속 밧줄놀이터에 나가 수업을 하는 경우가 있을 때면 아이들은 가끔 ‘우리 언제 공부해요?’라고 질문한다.
     ‘지금 하고 있는건데!? 교실에 들어갈까?’라고 너스레를 떨면, 아이들은 금방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지금 시간이 아까운 듯 더욱 격하게 뛰어논다.



     아이들과 함께 ‘숲 놀이’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이나 어른들은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물을 때가 있다. 물론, 수업과 연계하여 숲 놀이를 할 때는 가장 기본적인 교육과정 속 수업 내용을 충실히 진행하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이 숲에서 놀도록 그냥 둔다. 정해진 프로그램 없이 숲에서 논다고 하면 그게 가능한지 의구심을 품으며 우려하시는 분이 많다. 하지만 한 시간 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이제 숲 놀이를 마무리하려고 하면 숲에서 나가지 않고 더 놀려는 아이들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아이들은 심심해야 놀이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것하고 놀자!’, ‘저것하고 놀자!’ 이러지 말고 심심하도록 빈둥거리도록 아이들을 내버려 두면 아이들은 어느새 기어다니는 곤충, 작은 풀꽃, 떨어진 낙엽 속에서 놀이거리를 찾아낸다. 바로 스스로 놀이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숲 놀이라고 거창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을 숲에 놓아두면 먼저 움직이고, 두리번거리고, 살피고, 발견하고 다가가서 논다. 놀거리를 찾아 자연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정말로 놀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온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학교 숲에서 즐기는 숲 놀이 외에도 우리 학교에서 실시했던 놀이 행사를 소개하면, 학생자치회 주도로 운영했던 ‘신나게 노는 날’이 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보드게임을 하면서 놀아보고 싶다는 의견을 받아 진행됐던 활동이다. 고학년 아이들이 미리 다양한 보드 게임을 경험해보고, 저학년 교실에 가서 저학년 아이들에게 보드게임을 가르쳐주면서 하루를 보내봤다. 아이들의 반응은? 아이러니하게도 고학년들은 “선생님~ 너무~~힘들어요ㅠㅠ”, 반면에 저학년들은 “선생님~ 너무~~ 재미있어요!!” 고학년들은 저학년 아이들에게 보드게임을 가르쳐준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그래도, 동생들에게 뭔가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다는 말 한마디에서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놀이 행사로는 9~10월 추석 전에 우리나라 전통 놀이를 즐겨보는 한가위 한마당을 운영했다. 우리학교에서는 무학년제 동아리 ‘학성 오누이’를 운영 중인데, 오누이별로 장소를 옮겨 다니며 윷놀이, 제기차기 등 우리나라의 전통 민속놀이를 포함하여 훌라후프 옮기기, 협력 공 튀기기 등 다양한 공동체 놀이를 즐겼다. 저학년 아이들은 형, 누나, 언니, 오빠들과 같이 손잡고 다니며 즐겁게 놀이에 참여하고, 고학년 아이들은 친동생처럼 저학년들을 돌봐주는 모습 속에서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놀이의 진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하루 종일 동네를 누비고 다니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아~ 저녁밥 먹어라!” 라는 이름이 울려 퍼지고 나서야 하루가 끝났다. 한 번의 부름에 달려가는 일도 없다. 아슬아슬 화나기 직전의 엄마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놀았다. 우리 학성초 아이들도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해질녘까지 신나게 뛰어 놀며 각자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가꿔가길 바란다. 놀이로 행복해진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365일 끊이지 않는 학성초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