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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분단이 준 특별한 선물

2019-11-20

문화 문화놀이터


우리나라 유일의 고층 습원 용늪
남북 분단이 준 특별한 선물
'대암산 용늪'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었던 용늪은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뜻으로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이다. 그 가치를 일찍이 인정받아 1973년 용늪이 자리한 대암산 일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받았으며, 1989년 용늪 단독으로 생태계보전지역이 되었다.


 
우리나라 유일의 고층 습원 용늪
    때마다 가을이 되면 산들은 아름다운 단풍 옷들을 뽐내며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강원도 인제(양구)에 있는 대암산은 1973년 천연기념물 제246호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단풍 등 좋은 경관을 가지고 있으며 또 다른 매력으로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 유일의 고층 습원(식물 군락이 발달한 산위의 습지)인 용늪이다. 용늪은 1989년 자연생태계보존 지역으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계절별 식생의 변화로 시시때때로 옷을 갈아입으며 수시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용늪은 해발 1,280m에 위치하고 있으며 물웅덩이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어간다고 하여 용늪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용늪의 총 면적은 7,490m2로 큰용늪, 작은용늪, 애기용늪으로 구성되어 있다. 용늪을 특별한 선물이라고 지칭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4,500년 전 형성되어 낙엽이나 풀 등이 퇴적되어 생화학적으로 탄화된 이탄층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탄층 형성은 그간의 식생에 대해 연구해볼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고, 특별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은 용늪은 1997년 람사르 협약 등록 제1호 습지로 지정되었다. 용늪의 이탄층은 평균 1m 정도의 깊이로 형성되어 있으며 최대 1.8m까지 된다고 한다. 이탄층의 화분을 분석해보면 4,500년 전의 포자가 밑바닥에서 발견되었고 1,000년 단위로 신갈나무, 소나무 꽃가루가 순차적으로 형성되었음이 밝혀졌다.
 
(左) 용늪에는 4,500년 전 형성되어 낙엽이나 풀 등이 퇴적되어 생화학적으로 탄화된 이탄층이 형성되어 있다.
(右) 대암산 용늪은 해발 1,280m에 위치하고 있으며 물웅덩이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어간다고 하여 용늪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남북 분단의 선물
    특별한 용늪을 유지하는 데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현재의 형태로 잘 보존된 가장 큰 이유는 남북 분단에 있다. 군사보호구역에 위치한 용늪은 민간인통제구역에 위치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보존이 잘 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탐방객 수요 증가나 인근에 군부대가 위치한 점은 용늪에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1967년 용늪이 한국자연보존연구회에 의해 처음 알려지게 된 이후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이어 자연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이로 인하여 용늪에 대한 관심은 다수의 탐방객 방문으로 이어졌고 훼손에 대한 위험을 감지하기 시작하여 1994년부터 2010년까지 고층습원 보호측면에서 용늪은 출입을 제한하였다. 또한 무분별한 방문으로 인한 습지 파괴를 막기 위해 한정된 인원만 전망대를 통해서 용늪을 관찰하도록 하였다. 2016년 이전에는 탐방객을 100명으로 제한하였으나 현재는 사전예약을 통해 인제 150명, 양구 100명 총 250명을 방문·관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대암산 용늪 습지보호구역 보전계획 수립 연구’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용늪을 관리하고 있으며, 2018년 말에는 육지화 방지의 일환으로 인공 습지를 조성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용늪이 훼손된 이유 또한 군사보호구역 때문이었다. 작은용늪 인근에 위치하던 군부대는 오염원 유입, 토사 유입 그리고 지하수로 변경으로 인한 건조화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러한 문제는 작은 용늪의 육지화를 야기했고 그 수준이 매우 심각하였다. 하지만 2013년 ?대암산 용늪 군부대 이전 신축공사 및 생태복원사업’을 통해 군부대 이전사업이 실시되었고 동시에 훼손지역에 대한 생태복원사업도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전한 군부대도 애기용늪의 훼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용늪 보호를 위한 또 다른 숙제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지속적인 정부의 관심은 용늪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산양은 멸종위기야생생물1급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을 통해 설악산, 오대산, 월악산에서 복원사업을 진행 중일 정도로 희귀하여 용늪에서도 많은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생태계의 보고, 용늪
    용늪은 동·식물의 보고로서도 우리에게 특별한 선물이다. 2016년 조사 결과 용늪에 출현하는 관속식물 선물은 67과 227분류군으로 법정보호종인 기생꽃, 날개하늘나리, 닻꽃, 제비동자꽃, 조름나물 등 5분류군이 확인되었으며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은 금강초롱꽃, 끈끈이주걱, 바로용담이 분포하여 8종의 중요종 중 6종이 확인되었다. 큰용늪에는 뚝사초군락, 진퍼리새군락, 갯버들군락 등 28개 군락이, 작은용늪에는 달뿌리풀군락, 동의나물군락, 산새풀군락 등 9개 군락이 확인되었다. 특히 날개하늘나리는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꽃이 아름다워 원예적 가치가 높고 다른 식물들도 한대기후에서 자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용늪에 식물 법정보호종이나 중요종의 분포을 통해서 중요성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동물들 중에서도 선물들이 많다. 용늪 주변으로는 포유류 20종, 조류 39종, 양성·파충류 10종, 육상곤충 498종 저서성대형무척추 61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 중 법종보호종 중 포유류는 산양,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이고 조류는 수리부엉이, 참매, 조롱이, 황조롱이 등이며 육상곤충은 왕은점표나비이다. 특히 산양은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개체수가 급감하여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을 통해 설악산, 오대산, 월악산에서 복원사업을 진행 중일 정도로 희귀하여 용늪에서도 많은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처럼 용늪에는 다수의 동·식물 법종보호종 등이 식생·서식하고 있어 우리나라,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귀중한 자원으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물론 이렇게 보호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남북 분단으로 인해 출입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임은 틀림없다.  
 
(左) 천연기념물 제246호 대암산·대우산천연보호 구역의 처녀치마(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右) 육지화되고 있는 용늪
 
많은 관심이 그리고 무관심이 필요한 용늪
    관심과 무관심의 공존, 자연환경 문화재가 가지는 재미있는 오류인 것 같다. 자연환경은 많은 관심을 통해 보호하고 아껴야 하나 너무 많은 관심이 집중되면 훼손되기 쉽다. 특히 탐방객 증가는 식생 및 환경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용늪의 육지화에 대한 많은 관심은 ‘훼손 정도가 심각한가?’ 하는 걱정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생태복원사업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우리에게 특별하게 주어진 선물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후손들에게도 좋은 모습으로 물려주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