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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 있는 한국 근대사 수업을 꿈꾸며

2019-12-18

교육행정 교육프로그램

충북교육소식지

수업이 활짝
생기 있는 한국 근대사 수업을 꿈꾸며
'청주외국어고등학교 교사 김유란'

    올해는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100주년으로 한국 근대사 수업에 큰 의미가 있는 해다.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은 일제 강점기 민족 운동사에 가장 큰 의미가 있는 활동이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 교사로서 한국 근대사, 특히 일제 강점기 수업을 할 때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지금껏 청산되지 못한 친일 잔재와 독립 운동에 대한 미흡한 평가가 교실 수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해결되지 못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아이들마저도 무력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일제 강점기의 억압적이고 폭력적 분위기가 더해지며 아이들은 근대사 수업에 답답함과 암울함을 느낀다. 위와 같은 고민 속에서 임시 정부 계기 수업을 구상하고 근대사 수업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했던 활동들을 정리하며 느낀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쳤던 모둠별 발표, 아이들도 교사도 통쾌했던 염라대왕의 재판
    수행평가 중 하나로 진행된 모둠별 발표 활동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형식으로 근대사 수업에 큰 활기를 주었다. 퀴즈나 게임 형식부터 뮤지컬, 역할극까지 아이들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했고 암울한 시대 분위기를 다루면서도 유쾌함을 잊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올해 인상적이었던 발표는 영화 ‘신과 함께’를 모티브로 하여 우리의 국권을 빼앗은 일본인과 친일파에게 염라대왕의 통쾌한 판결을 선보인 역할극이었다. 악명 높은 이완용, 이토 히로부미는 물론 고무라 주타로, 가쓰 라 타로 등 우리의 국권을 빼앗은 주요 인물들을 엄중히 재판하였다. 그들의 잘못이 낱낱이 밝혀지고 지옥행이라는 ‘합당한’ 처벌이 이어지자 교실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독립 운동가의 인간적 고민을 이해하는 글쓰기
    학생들에게 ‘만약 일제 강점기에 살았다면 어떤 활동을 했을 것 같아?’라고 물으면 학생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친일파였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독립 운동과 친일파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단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독립 운동가로서의 선택을 고민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상황과 고민을 이해하는 글쓰기 활동을 꾸준히 지속하였다. 독립 운동가들은 원대한 포부를 갖고 드높은 이상을 쫓은 나와는 다른 ‘위인’이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고 폭력을 거부한 우리 이웃이자 바로 ‘나 자신’이라는 점을 느끼길 바랐다.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지폐 만들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학생들이 기억할 만한 수업을 구상하며 학생들이 직접 기념 지폐를 제작해보도록 하였다. 지폐에 들어갈 인물과 문화유산을 선정하여 도안을 디자인하고 관련 내용을 발표하도록 하였다. 임시정부와 관련해 김구 정도만 알고 있던 학생들이 심화된 내용을 찾고 스스로 역사적 평가를 내리는 모습을 보며 학생들의 주체성과 창의력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선과 악의 구도에서 벗어나 반전과 인권 교육으로
    일제 강점기를 쉽게 선과 악의 대립으로 설명하면 학생들의 집중력과 흥미는 높아진다. 일제라는 ‘악’과 그에 저항하는 우리 민족 ‘선’의 대립은 마치 히어로물처럼 극적이기 때문이 다. 하지만 역사와 현실은 선과 악의 세계가 아니며 우리도 소위 ‘악’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근현대사를 가르치며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민주 시민으로서 평화를 지향하며, 나와 타인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교육하고 싶다. 이를 위해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는 역사 시간을 만들겠노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