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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2019-12-27

문화 문화놀이터


세계기록유산
오즈의 마법사
'빅터 플레밍, 1939'

    <오즈의 마법사>는 1939년에 제작된 미국의 뮤지컬 판타지 영화이다. 세계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들 중 하나로 인정받았으며 오늘날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원작은 미국에서 출간된 동화들 가운데 제일 많이 읽혔다고 하는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 (The Wonderful Wizard of Oz)』이다. 
    프랭크 바움이 1900년에 출간한 이 동화는 여러 버전으로 각색되어왔지만, 그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 빅터 플레밍이 감독한 이 영화이다.

 
(左) 『오즈의 마법사』의 한 장면     (右)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 포스터
 
독보적인 뮤지컬 판타지
    도로시 게일(주디 갤런드 분)은 캔자스에 있는 이모의 농장에 살고 있는 소녀이다. 그녀의 강아지 토토가 이웃의 여성을 물자 보안관으로부터 강아지를 안락사 시키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차마 그럴 수가 없는 도로시는 토토를 데리고 도망치지만 이모가 걱정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거대한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집이 날아가고, 집과 함께 도로시는 낯선 곳에 떨어지게 된다. 그곳은 오즈라는 이름의 마법의 세상으로, 여러 마녀들이 지배하는 곳이다. 도로시는 마녀의 손아귀에서 겁쟁이 사자,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 뇌가 없는 허수아비를 구해내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의 여정을 함께한다.
    한 고아소녀가 시련을 통해 성장해가는 판타지 영화이다. 서사의 골격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분위기는 더 밝다. 캐릭터들에 코믹함이 더해졌고, 노래와 춤, 몸짓 등을 통해 전체적으로 영화의 톤이 발랄하게 변했다. 특히 음악은 이 영화에 개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부분이면서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드러내는 중요한 장치이다. 영화 속 뮤지컬 스코어 전체가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을 정도로 완성도가 있었지만, 특히 주연인 주디 갤런드가 직접 부른 “Over the rainbow”의 인기는 대단했다. 외모답지 않은 성숙한 목소리의 이 노래는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인의 애창곡이 될 정도로 사랑받았다. 

 
(左) 허버트 스토다트(Herbert Stothart)의 지휘로 녹음된 『오즈의 마법사』 사운드 트랙     (右)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 도로시 게일(주디 갤런드 분)

    제작을 맡은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MGM)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선두주자다. MGM의 주력 상품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빅터 플레밍, 1939)처럼 명망 있는 원작과 화려한 스펙터클, 스타를 앞세운 대작영화다. <오즈의 마법사>는, 월트 디즈니가 만든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데이비드 핸드, 1937)가 흥행에 성공하자 가능해진 기획이었다. 인기 동화나 민담을 각색한 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MGM은 그 시기로서는 획기적이라 할 정도로 많은 제작비를 투입했다. 화려한 기술팀과 촬영진이 꾸려졌으며 이례적으로 22주간 촬영이 이뤄졌다. 5개의 촬영 스튜디오를 독점해서 사용하는 대규모의 제작이었다.     
    환상적인 스펙터클은 물론이고, 색상의 사용은 특히나 눈길을 끌었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암갈색의 흑백필름이 사용되었고, 나머지 부분은 다양한 톤의 컬러필름으로 촬영되었다. 1930년대 중반부터 컬러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한 만큼 컬러 사용 자체가 획기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오즈의 마법사>가 컬러를 사용하는 방식은 매우 의도적이고 창의적이었다. 빨강, 초록, 파랑의 기본색과 노랑, 녹청, 자주와 같은 2차색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오즈의 공간은, 환상이 갖는 화려하면서도 공허한 면모를 절묘하게 담아내었다. 흑백과 컬러의 전환은 현실과 꿈의 낙차에서 생겨나는 복잡한 심리를 사실적으로 표현해줄 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을 가능케 해주었다.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의 반응은 찬사 일색이었다. 작품상을 비롯하여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최우수 주제가상과 음악상 부문을 수상했다. 이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할리우드에서는, 아이들의 서사를 담은 인기 있는 고전들을 각색하여 음악과 결합시키는 새로운 형식의 뮤지컬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봉 당시에는 영화가 받은 명성이나 비평적 찬사에 상응할 만한 수익을 거두지는 못했다. 277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자해 301만 달러를 벌어들지만,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이 높았던 까닭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훗날 TV를 통해 이 영화는 더욱 광범하게 대중과 만나게 된다. 1956년 11월 3일 CBS 방송국에서의 방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이면 TV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지금의 고전명작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지금까지도 <오즈의 마법사>는 TV에서 가장 많이 방영 된 영화로 기록되고 있다.  
    오랫동안 다양한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관람한 영화의 경우라면, 그 인기만큼이나 원자료가 소실되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영화를 관리하고 있는 곳은 조지 이스트먼 하우스(George Eastman House)이다. 3중 테크니컬러 질산염 네거티브 필름 원본과 흑백 시퀀스가 담긴 네거티브 필름, 사운드트랙이 소장되어 있다. 복제 필름이나 디지털 사본 등은 모두 이들 자료로부터 나온 것이다. 미국의 로체스터에 소재한 이 박물관은 1975년부터 영화의 법적 소유자인 워너브라더스로부터 원본 자료들을 전달받아 지금까지 자료들을 관리하며 보존하고 있다.

 
(左) 『오즈의 마법사』 로비 카드 (Lobby Card)     (右)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스미스 소니언협회)에 전시된 루비 슬리퍼
 
문화적 향력과 보존의 가치
    <오즈의 마법사>는 어린이 영화의 외관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품고 있는 내용은 그 이상이다. 단순한 판타지물로 보이지만 다양하게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도로시의 성장 이야기만 해도 그러하다. 도로시의 성장담은 미국의 발전사와 겹쳐진다. 영화는 캔자스에서 시작하고 캔자스에서 끝이 난다. 이때 흑백의 화면으로 담겨지는 캔사스는 회색의 황무지이다. 그곳은 개척되지 않은 변경지역이다. 반면 에메랄드 시티는 화려한 꿈의 도시이다. 캔자스 농장을 떠난 도로시가 노란 벽돌 길을 따라 에메랄드 도시라는 메트로폴리스로 향하는 과정은 미국의 서부개척사를 환기시킨다. 
    그러나 영화의 종착지는 대도시가 아니라 집이다. 결국 도로시는 캔자스 집으로 돌아온다. 도로시의 모험은 오즈라는 환영적 세계에서 벗어나 집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는 여정이다. 오즈는 지속될 수 없는 한때의 환상일 뿐이다. 영화가 끝날 무렵 도로시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깨달음이 함의하는 바는, 가정이 문제를 해결할 이상적인 장소이자 궁극적인 안식처라는 것이다. 또한 프론티어 신화라는 미국적인 판타지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말해준다. 이 영화가 제작되던 시기는 경제 불황의 시기이고, 전쟁이 발발하던 때이다. 가족의 가치에 대한 이러한 믿음에서 우리는, 위기의 시대를 맞아 잃어버린 것을 회복하려는 미국인의 심리적 현실을 읽을 수 있다. 
    그런 한편으로 도로시의 성장담은 글로벌한 관객이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가치를 품고 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역경을 이겨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한편으로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는 깨달음도 필요하다. 도로시는 저마다 결함이 있는 친구들과 연대하여,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동반자의 관계가 된다. 그녀가 보여주는 용기와 우정, 관용, 사랑은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가치이자, 공동체가 요구하는 필수적인 미덕이다. <오즈의 마법사>가 긴 세월에 걸쳐 변함없이 사랑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가치의 보편성에 있다. <오즈의 마법사>는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 영화가 보존될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선정된 데에는 역사적·미학적인 중요성과 고유성, 그리고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당대 사회와 긴하게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자질을 갖고 있다. 이 영화가 미치는 문화적 영향은 비단 특정한 사회나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상황을 반하면서도 국경 너머까지 통용되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고, 오랫동안 세계문화에 영향을 미쳐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점에서 <오즈의 마법사>는 보존되어야 할 소중한 세계기록유산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