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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복지 10년, 나에게 행복을 준 아이들

2020-01-08

교육행정 체험현장


함께 성장하는 교육복지 이야기
교육복지 10년, 나에게 행복을 준 아이들
'충주중앙중학교 교육복지사 김무곤'

    날마다 우리 아이들의 미소에서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나는 학교.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교육복지 10년을 돌아보면 수많은 아이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치지만 그중에 아주 특 별했던 두 아이가 가슴에 남는다.
사회복지사가 될래요.
    중1때 만난 별님이는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얼굴이 예쁘장한 아이였다. 하지만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엄마라는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마음자리가 늘 허전했던 별님이는 아이들을 일부러 괴롭히고 돈도 뺏었으며, 친구집 냉장고 음식을 다 먹는가 하면 치킨을 시켜먹고 돈을 내게 하였다. 입지 않는 옷은 강매하고, 학급에서는 아이들 왕따를 주동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2학기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별님이에게 당하던 아이들이 별님이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별님이는 불면 증에 구토를 하는 등 여러 이상증세를 호소하며 등교를 거부하였다. 가정방문을 가보니, 별님이네는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불우하기 짝이 없었다. 담장도 없는 길가 허름한 집에 월세로 네 식구가 살고 있었고 할머니께서는 대장암 수술까지 받고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손가락이 전부 굽어 있었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으로 방에서 술만 마시고 지냈으며, 삼촌 역시 백수에 게임중독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별님이 할머니께서는 내 손을 꼭 잡고 엄마 없는 불쌍한 우리 손녀를 잘 부탁한다고 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다음날 별님이를 만나 내가 엄마가 되어 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아이들 피해 목록을 보며 한 가지씩 행동수정을 하고 친구들에게 사과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별님이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솔리언 또래상담반 일원으로 친구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해결사 역할을 하면서 선생님들의 칭찬도 받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코를 킁킁대기에 비염이 있느냐 물었더니 어려서부터 감기를 달고 살았단다. 그래서 이비인후과에 데리고 갔더니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혹이 콧속을 막고 있다며, 의사 선생님께서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냐며 놀라워 하셨다. 이에 별님이를 도울 후원자를 찾아 수술을 받게끔 하였다.
    이후 점점 밝아지는 별님이를 보며 이 기회에 공부도 잘하고 꿈도 갖도록  돕고 싶었다. 가정방문상담과 맞춤형 학습 클리닉을 진행하며 자기이해, 동기부여, 집중력 훈련 등을 시킨 결과 성적이 꼴찌에 가까웠던 별님이가 전교 78등으로 졸업을 하였다. 고교 진학 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나 식사도 하며 고민을 나누고 지역장학금 연계 등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별님이의 중1때 꿈은 양말공장에 다니는 거였다. 주변에 별님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직업은 양말공장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별님이는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사회복지과에 다니고 있고, 내년이면 벌써 졸업을 한다. 멋진 사회복지사로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될 별님이 모습을 그려본다. 햇살이 밝은 오후 창가에서 나를 울고 웃게 했던 별님이가 문득 그리워진다.


 
나의 오른팔
    내가 오른팔을 처음 만난 건 충주A형 교육복지 공동사업을 하면서이다. 또래보다 아주 작은 한 아이가 나의 ‘오른팔’이 되겠다고 하면서 나를 따르기 시작했다. 2년 뒤, 그 아이가 우리학교에 입학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예비소집일에 아이를 찾아보았지만 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연락을 해 보았더니 예비소집일인지도 몰랐고 학교에 올 방법도 없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오라고 일러주고 나는 교문 앞에서 택시비 를 들고 아이를 기다렸다.
    입학을 한 후 나는 아이의 가정 사정을 알게 되었다. 오른팔은 조손가정으로 할머니가 다시 재가하여 만난 할아버지와 고등학교를 자퇴한 누나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노점 채소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누나는 자퇴를 하고 집을 나간 상태였다. 나는 누나를 찾아서 충주시청소년상담 센터와 연계하여 취업을 하도록 도왔다. 한 번은 김치지원을 위해 가정방문을 했는데 추운 날씨에도 연탄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에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연탄 500장도 지원하였다. 
    오른팔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늘 놀림을 받는 아이였기에 아침부터 복지실에 와서 살다시피 하였다. 나는 오른팔이 성장할 수 있도록 복지 프로그램에 꼬박 참여하게 하였다. 아이는 나를 꼭 ‘형님’이라 불렀고, 누가 놀리거나 마음의 상처를 주면 우리 형님한테 일러준다고 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복지실에 왔다. 기세등등하게 ‘우리 형님’이라고 나를 소개하는 오른팔 앞에서 놀린 아이들을 혼내주면 아이는 신이 나서 천진난만한 미소로 나를 웃게 했다. 현재 오른팔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고, 쉬는 날 가끔 나를 보러 복지실에 온다. 자기 친구들 소식까지 전해 주고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자랑도 하고 간다. 입학할 때는 키가 작아서 애처로웠는데 지금은 180센티나 되는 훤칠하고 잘 생긴 아이로 자란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뿌듯하다. 지금도 오른팔을 떠올릴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에 울림이 일고,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잘 성장하는 아이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받는다.
    “고객님, 어서 오세요. 고객님은 저의 영원한 VIP입니다.” 복지실로 달려오는 우리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인사하며 오늘도 행복하고 보람 있는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10년 동안 교육복지사업을 신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충주중앙중학교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