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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한 마을 교육과정 실천기

2020-02-05

교육행정 교육프로그램

충북교육소식지

학교가 활짝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한 마을 교육과정 실천기
'옥천여자중학교 교사 안다겸'

    십여 년 넘게 현실주의에 빠져 입시와 시험을 위한 수업을 해왔다. 그러면서 종종 무기력과 허무에 빠지곤 했다. 배움을 너무나 갈망하는 아이들에게 시험과 입시라는 굴레를 입히며, 죄의식과 부끄러움도 커갔다. 그러다 내 아이가 생겼다.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 한 시간 한 시간은 너무나 소중한 삶의 현장임을 새삼 깨달았다. 육아휴직 동안 결심했다, 복직을 하면 아 이들의 삶에 실질적 감동과 변화가 있는 수업을 하겠노라. 그러나 복직 후 실천하면서 밀려오는 외로움과 짙어가는 소외감이 힘겹기만 했다. 동지가 필요했다. 그러다 다행히 행복씨앗학교의 선도인 옥천여중에 근무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학교구성원의 지지와 협력 속에서 가장 교사 다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옥천여중은 학교민주주의가 자리 잡혀 있고, 배움중심수업과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에 대한 기반이 탄탄하게 잡혀 있다. 다만 ‘지역사회와의 연계 협력’에 있어 다소 부족한 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연계한 학생 중심, 배움 중심 수업 및 각종 프로젝트에 도전해 보았다.
 
옥천닷컴에 올라간 학생들의 기사
 
자유학년제 주제수업 - ‘마을 기자 되어 나의 길 찾기’
    학생들이 옥천에서 살면서 호감이 가는 마을 사람을 선정하여 인터뷰하고, 이를 기사문 형식으로 작성하여, 지역신문(옥천신문)에 기고하여 수록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신문에 기고한 기사는 옥천닷컴에 검색하여 볼 수 있다(이삭토스트와 어린 기자들의 다짐 / 옥천여중 관악부의 수장, 육혜림 선생님을 만나다 / 어느 공주댁의 옥천 행복기 / 옥천 토박이 주부의 가족사랑, 옥천사랑). 
    자신이 평소 가까이서 보았던 사람들에 대해 좀 더 알아가며 인생에 대해 깨달음을 얻고, 이것이 아이들 자신의 앞날을 설정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 또한 이를 마을 신문에 기고함으로써 마을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경험해 보고,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 또한 높이고자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취재와 기사가 신문으로 나오는 경험을 통해 배움을 세상과 연결하도록 했다.

자유학년제 주제수업 ‘옥여중 공익광고 협의회’
    2학기에는 아이들이 ‘인권, 생명환경, 마을’을 주제로 지면 공익광고와 영상 공익광고를 제작하는 수업을 기획했다. 이 수업은 마을교사와 협력하여 구성하였다. 마을교사는 지역의 언론인과 지역 미디어 전문가를 초빙했다. 그리고 이 또한 마을신문(옥천신문)에 기고하는 방식을 통해 아이들 목소리가 지역에 반영될 수 있게 했다. 즉, 지역자치와 민주적 참여가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마을 언론인과 마을미디어전문가를 초빙하여 학교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일은 작은 일자리 창출도 될 뿐 아니라, 마을자원을 활용한 배움이 일어난 지점이다. 아이들의 공익광고와 이번 수업에 대한 마을 신문 기사는 옥천닷컴에서 검색하여 볼 수 있다(옥천여중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갖춘 공익광고 수업 주목).
 
아이들이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모습
 
교과통합 프로젝트 ‘배움을 마을에 기부하기’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교과통합 프로젝트 ‘배움으로 마을에 기부하기’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하였다. ‘일본어로 마을 홍보 영상 제작하기, 영어로 마을 홍보 영상 제작하기, 고전소설 재구성하여 마을 유아에게 동극(인형극) 공연하기’이다. 각 테마 당 2개 학급씩 선정하여 세 가지 양상으로 추진하였다. 외국어로 마을 홍보 영상 제작하기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국어 시간에 대본을 쓰고 이를 외국어 시간에 번역하였다. 마을미디어 협동조합에 근무하시는 분을 초빙하여 영상촬영기법을 가르치고, 직접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했다. 마을 협력교사에게 부탁하여 영상편집기술도 배우도록 했다. 결과물은 마을 영화관에서 시사회를 통해 상영하였다.
 
어린이집 공연 모습과 단체사진

    고전소설 재구성하여 마을 유아에게 동극(인형극) 공연하기 과정은 다음과 같다. 교과서의 ‘토끼와 자라(별주부전)’를 재구성하여 대본쓰기 수업을 했다. 대본 완성 후, 인형극을 전문으로 하시는 마을협력교사를 초빙하여 인형 만드는 법, 인형극 연기 및 발성 등의 수업을 했다. 아이들이 준비한 동극(인형극)은 네 개 어린이집에 가서 직접 공연을 했다. 아이들은 어린 동생들을 보며 행복해했고, 동생들도 언니들 공연을 보며 즐거워했다. 아이들 배움이 삶과 직접 연결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겨울 방학에 봉사활동처럼 더 공연을 하고 싶다는 아이들도 생겼고, 유아교육 을 꿈꾸는 아이들도 있었다. 자신들이 무엇인가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자부심도 커졌고, 자존감도 더 커졌다. 연극 준비과정 동안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는 일을 배웠고, 서로 사이도 좋아지고, 반 분위기도 활기차고 수업 분위기도 더 좋아졌다. 공연은 학교축제 때도 연결하여 공연하기로 하였다.
아쉬움과 앞으로의 계획
    마을과 연계한, 아이들의 실질적 삶과 연결된 수업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작 나도 아이들도 마을에 대해 잘 모른다. 마을에 대한 공부를 좀 더 잘 하고,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수업을 하고 아이들에게 프로젝트를 주어야 더 의미 있는 수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들이 사는 옥천이라는 마을에 대해 아이들도 나도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내년에도 아이들이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는 방안을 더 강구해 볼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사는 마을, 아이들의 삶과 연결된 수업을 실천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나도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