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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새롭지만 두렵지 않다”

2020-05-06

교육행정 교육프로그램

충북교육소식지

이달의 교육가족
원격수업, “새롭지만 두렵지 않다”
'아직 부족하지만 방향 찾아가는 충북 원격수업'

    “애들아! 안녕? 잘 지내지? 다들 내 목소리 들리니? 아~그래, 그래, 우리 이제 시작해볼까? 어제 과제는 다 올린거지? 뭐라고? 잘 안 들려. 좀 더 크게 말해줄래?” 14일 오전 10시 40분 봉명고등학교 3학년 1반 교실. 학생 없는 빈 교실에서 최 모 교사가 분주히 움직인다. 오늘따라 뭐가 문제인지 소리가 작게 들린다. 좀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 얼굴 이 모니터에 다 보였었는데……. 20분째 씨름중이다. 부족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수업을 시작한다. 노트북과 태블릿, 핸드폰을 번갈아 보며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 후 PPT자료를 올린다. 하나하나 설명하고, 불쑥불쑥 나오는 질문에 답하고, 아이들이 잘 듣고 있나도 확인한다. 어느새 50분이 훌쩍 지나간다.
    최교사는 쌍방향·실시간으로 화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니터 상이긴 하지만 아이들 얼굴을 보며 수업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최교사는 “아이들도, 저도 적응하고 있어요. 처음엔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았었는데 이제는 좀 괜찮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교실엔 아이들 대신 동료교사들이 의자에 앉았다. 4월 16일 개학을 앞두고 있는 1,2학년 교사들이 자신들 수업에 도움을 받고자 (미리 개학을 맞은)최교사 수업을 참관한 것이다. 다시 새내기 교사라도 된 듯 40~50대 교사들이 ‘온라인 선배교사’ 수업에 집중한다.

 
(左) 정인선 교사의 원격수업에 참관한 봉명고등학교 교사들       (右) 봉명고등학교 정인선 교사의 원격수업 모습

    같은 시간, 3학년 5반 교실에선 수학수업이 한창이다. 정인선 교사는 단방향 수업을 택했다. 미리 영상을 녹화해 아이들에게 보내고 수업시간엔 영상을 함께 보면서 의견을 주고받는다.
    “녹화한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기존에 나와 있는 교육영상도 활용합니다.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은 완전히 달라요. 수업구성을 새로 해야 하고 그만큼 준비시간이 많이 걸려요. 모둠수업이 잘 안 되는 건 많이 아쉽습니다.”
    그야말로 사상초유의 일이었다. 인터넷 강의가 흔하다곤 하지만 ‘직접’,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인강을 하게 될 줄이야. 학생도 교사도 모두 어리둥절했다. 그렇게 고3, 중3 학생들이 지난 9일 개학을 맞았고 일주일이 흘렀다. 불가피한 결정이었고, 부족했지만 교육현장에선 조금씩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정인선 교사는 “온라인에 맞게 수업을 재구성하려면 준비시간만 최소 3~4시간은 걸려요. 매일매일 해야 하니까 많이 힘들어요. 아이들 피드백도 확인해야 하고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별도로 보충도 해야 하고. 그래도 성과는 있어요. 수업을 재구성하고 다양한 자료를 활용 하다보니 수업의 질이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들이 수업내용에 집중한다면 초등학교 교사들은 어떻게 원격수업을 할까? 초등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까를 고민한다. 중고생들에 비해 집중력이 낮아 5분미만의 영상물을 활용해야 하고 아이들의 반응 또한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오창초등학교 교사들이 원격수업과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받은 오창초등학교 교사들은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기 전인 3월 초부터 원격 수업을 준비했었다. 각 반별로 클래스팅을 구축하고 매일 모여 사용방법과 교육 철학을 논의했다. 협력수업을 위한 교사들 간의 협의, 온라인이지만 놓칠 수 없는 상호교류, 표현, 특히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등등 생각할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8일 김병우 교육감이 원격수업 점검 차 오창초를 방문했을 때 교사들은 이러한 고충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온라인 개학을 맞아 충북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120명의 현장교사로 구성된 원격수업지원단을 운영하고 운영 매뉴얼과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동시에 교사들의 역량강화 연수도 실시한다. 특히 지난 3월 23일 관리형 온라인학습지원시스템 ‘바로학교’를 개통했다. ‘바로학교’는 유·초·중·고·특수학교 학교 급별 서비스, 독서교육, 고3을 위한 진학상담 등 원격교육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목고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교 유형별로 특성을 반영한 기자재와 예산을 지원하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위해선 현장실습을 대체할 온라인 콘텐츠도 개발하고 있다. 온라인 학습기기가 부족한 학생들에겐 기기도 지원하고 있다.
    김병우 교육감은 “아이들 학업이 걱정되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저마다 다양한 경로와 속도로 교육받을 것을 요구한다. 우리 충북교육은 코로나19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 새로운 미래교육 패러다임을 정책적으로 실천하고자 한다”며 “교사는 학생의 멘토이자 안내자, 동반자가 될 것이며, 학생은 학업의 주인공으로 자기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북교육의 미래지향적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