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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그 너머 지역 사회와 함께 만들어 가는 울타리

2020-08-05

교육행정 교육프로그램

충북교육소식지

배움이 활짝
교육, 그 너머 지역 사회와 함께 만들어 가는 울타리
'덕산중학교 교감 하태복'

    코로나19가 발병하던 올해 초, 각 학교의 졸업식과 입학식이 취소되면서 걱정스럽게 생각나는 곳이 있었다. 지난해 몇 차례 자원봉사를 다녀왔던 화훼농원이었다.



    일손이 부족하여 힘들어하는 지역 화훼농원을 찾아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였는데, 지역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하여 봉사활동을 하면 약간의 교통비를 받게 된다. 얼마 안 되는 교통비였지만 모두 모아서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고자 뜻을 모았다. 다름 아닌 다솔(가명,덕산중 학생)이의 치료비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 3월 중순, 다솔이가 급성 소아당뇨 발병으로 갑작스럽게 입원하게 되었는데, 어려운 가정 사정을 알게 된 지역 사회에서 다솔이의 병원비 마련에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지역 봉사단체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받은 교통비를 보냈고, 회갑을 맞은 어느 부부는 자손들이 모아 준 회갑 기념 여행 경비를 쾌척하였으며, 어떤 농가에서는 봉사활동으로 뽑아준 파 판매금 전액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지역발전단체에서도 팔을 걷고 도와주셨고 학교에서도 학생, 교직원들이 십시일반 따뜻한 마음을 모아서 다솔이에게 전달하였다. 그처럼 병마와 힘들게 싸우던 다솔이는 혼자가 아니었고 학교와 학교 울타리 너머 봉사단체와 지역 사회 많은 분들의 진심어린 염려와 도움 속에서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석 달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다솔이가 등교하던 날, 모든 교직원과 학생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다솔이를 뜨거운 환영의 꽃다발로 품어 주었다. 그후 다솔이는 좋아하는 댄스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학교생활을 즐겁게 했고 다솔이 어머니는 안심하고 직장 생활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한 아이를 건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해 학교와 온 마을이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섰던 아름다운 공동체의 모습, 그것은 우리 사회와 학교가 바라는 진정한 교육의 모습이 아닐까 몸소 체험하는 뜻깊은 기회였다.
    그때 다솔이를 돕기 위해 찾았던 곳이 튤립 농원이었는데, 졸업식과 입학식에 출하했던 튤립의 알뿌리를 정리하는 일을 했었다. 올해도 농원 사장님은 좋은 결실을 기대하며 하우스 가득 튤립을 심었을 텐데,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적으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오래 보관하기 어려운 그 많은 꽃들을 어떻게 할까, 사장님은 얼마나 애를 태우고 있을까, 걱정스럽게 전화를 하니 출하를 바로 앞둔 꽃의 판로가 막혀 경제적으로 너무나 힘들다고 깊은 한숨이셨다.
    조금이라도 도움 드릴 방법이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 딱한 사정을 알렸다. 놀랍게도 여기저기서 화훼농가 돕기 따뜻한 손길을 펼치기 시작했고, 판로에 숨통이 트였다고 말씀하시는 사장님 얼굴에 미소가 번져 있었다.
    아름답고 따뜻한 소문은 바람에 실려 전해지고 청주에서부터 꽃을 사기 위해 직접 운전해 오는 고마운 분들도 이어졌다. 저렴하게 구입한 꽃으로 졸업 기념 전교생에게 꽃 한 송이씩 선물하는 몇몇 학교와 어린이집 행사는 그 의미가 더해져 더욱 향기로웠다. 소품 가게 사장님은 가게 앞 양동이에 꽃을 담아 팔아 주셨고, 적게 10송이부터 많게는 100송이까지 전체 교직원들이 기꺼이 꽃을 사 주는 학교도 있었다. 어려움에 빠진 농가에 적으나마 보탬도 주고, 저렴하게 꽃을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도 하며 모처럼 가정에 꽃을 꽂아두고 바라보는 호사도 누리니 일거양득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바깥나들이도 자유롭지 못해 답답하고 우울했는데 거실에 꽂아 둔 화사한 튤립으로 많은 위로와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사진과 문자를 받으며 가슴이 뿌듯해졌다.
    학교는 늘 지역 사회의 도움만 늘 받아왔는데, 지역 사회의 어려움을 돌아보고 사랑의 마음을 나누는 뜻깊은 기회였다. 교육 기관과 교육 가족들이 지역 사회의 사정을 살펴보고 도움을 펼치기도 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더욱 적극적으로 지역 사회와 연계해야 하는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나아가 학교가 지역 사회와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적절한 교육 활동 요소를 찾아내고, 교육과정으로 재구성하여 학생들을 교육할 때 더욱 현장감 있고 실천적인 교육 활동이 될 수 있으며 배움의 효과도 상승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덕산중학교는 현재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수박으로 꽃문양 만들기, 수박 화채 만들기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지역특색 교육 활동, 화훼 농가와 연계한 1인 1다육이 키우기, 지역 농가를 활용한 딸기잼 만들기 체험활동, 지역문화를 살리는 전통 풍물반, 그리고 고구마, 감자, 고추, 가지, 옥수수, 수박, 참외 등 열 가지 이상의 채소를 직접 심고 가꾸어 나눠 먹는 등 꿈마을과 함께하는 초록학교, 학부모님을 비롯한 마을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산책하고 휴식하는 학교 숲 가꾸기 등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체험적인 교육활동은 물론, 가정 및 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고려한 야간 학교 공부방 운영까지 다방면의 교육 활동에서 지역과의 관련성은 끈끈하다.
    그러나 이쯤에서 멈추지 않는다. 교육, 그 너머에서 지역 사회와 연합하며 하나의 울타리로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교육의 모습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