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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고집을 가진 작가이고 싶다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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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문화생태계 DB
유연한 고집을 가진 작가이고 싶다
'회화를 중심으로 시각미술을 구현하는 김현묵 작가'


새로운 시선을 꿈꾸는 예술 탐사의 시간
    “저는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이기보다 잘 그리고 싶어 하는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그 소망이 생각보다 간절했던 거죠.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다각도로 찾다 보니 프랑스까지 가게 되더군요.”
디종 국립미술학교(Ecole nationale suprieure d"art de DijON)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김현묵 작가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소망이 열망으로 끓어오르며 화가의 길을 찾아 나섰던 지난 시간을 풀어놓았다.


 
그림 안에 내가 있는 세상을 꿈꾸다
    학창 시절, 그림에 대한 그의 지독한 관심은 가족들에게 그다지 환영받는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께서 미술학원 원장님을 아무도 모르게 찾아가 아들이 화가의 꿈을 포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던 일은 지금도 웃음 나는 일화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미술로 정하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구체적으로 묻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은 그의 꿈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때는 복원미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었어요. 장구한 시간을 견딘 문화재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너무 흥미롭게 보였거든요. 그리고 문화재들의 원래 모습을 온전히 되살리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원미술을 제대로 배우려면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이후 미술 공부를 위해 프랑스 유학을 결심하고 나서 스스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언어 소통의 어려움, 거주할 곳, 대학별로 다른 입시전형 등 어느 것 하나 수월한 것이 없었지만 열망하는 사람 앞에서 화가의 길은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회화, 고집과 소신의 경계를 묻고
    그는 디종 국립미술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작품과 포트폴리오를 들고 면접에 참여했던 때를 잊을 수 없다. 언어로 면접관과 소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40여 점이 넘는 자신의 작품을 바닥에 하나씩 펼쳐놓기 시작했던 것. 그림과 함께 펼쳐진 그의 간절한 소망을 면접관들이 알아보았던 것일까? 그는 그토록 원하던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유학생활 중 가장 운이 좋았던 것도 교수님와의 인연이요, 가장 힘들었던 것도 교수님과의 인연이었다고 회상한다.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면서 회화에 애착이 많이 갔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회화보다 새로운 분야의 미술영역을 추천해주셨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페인팅 작업이 가장 저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것 같아서 회화를 멈추지 않았어요.”
    고집을 굽히지 않는 그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따라왔다. 그러나 반대로 예술에 대한 고집을 그만의 소신으로 높게 평가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는 지도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 중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한마디가 있다. 작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교수님께 예의 그 고집을 담아 대답했더니 미소를 담은 한 마디가 돌아왔다.
    “그래, 그렇게 대답해야 너지.”
    그 때의 그 짧은 말은 지금도 그의 가슴 속에 따뜻하고 선명하게 남아 있다.

유연한 고집을 가진 작가이고 싶다
    프랑스에서 (2009), (2010) 등 세 번의 개인전을 열면서 작가로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기억에 의지한 이미지>(2013)展을 시작으로 개인전 <불안정>(2017)과, 올해 열었던 <관찰자시점>(2018)展 등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하는 것 외에 그가 애착을 갖는 것이 있다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꼽는다. 현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서 미술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는 학생들이 미술활동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알고 꿈을 찾아가길 바란다고 말한다. 문화예술을 누리기에는 시간과 기회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미술 수업이 예술적인 감성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작가로서 진정성을 가지고 미술을 대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애정을 담아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작가로서 제 고집을 지켜나가야겠지만 조금은 유연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교육자의 역할도 성실히 해 나갈 생각입니다.”
    문득 그의 회화 속 푸른 눈동자의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아이의 맑고 깊은 시선은 세상을 어떻게 읽어내고 있을지 무척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