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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를 건너는 방법

2020-10-07

교육행정 교육프로그램

충북교육소식지

배움이 활짝
코로나19 시대를 건너는 방법
'충주중산고등학교 교사 양현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2020학년도 1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 없고, 막연한 미래 사회 속에서나 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온라인 방식으로. 과연 이게 가능할 것인가 하는 염려 속에서 시작되었으나, 생각보다 교사들은 적극적으로 새 시스템에 적응하였으면, 학생들도 긴 방학을 끝내고 드디어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기대로 화상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학교에서 얻는 것은 교과 교육을 통한 배움이 전부가 아닙니다.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진로에 대한 탐색도 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신입생 담임으로 저는 학생들이 이 시기에 마땅히 경험해야 할 것들이 시간과 함께 그대로 흘러가 버리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입학식 이후로도 거의 두 달여간 이어진 원격 수업, 그 기간 동안 역시 원격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 결과지 파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읽었습니다.
    그 속에서 평소 수학 학습지를 만들고 채점하며 그 답안지를 통해 학생의 학습 수준과 태도를 평가하던 눈이 아닌, 하나의 기준으로 학생들을 판단했던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학생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고, 과거에 누렸던 것을 못 누리는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은 성장을 위해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같은 반 학생들이 공유한다면 만남은 미루어졌지만,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활동지를 월간지 형태로 묶고 학생들이 익숙한 환경에 맞춰 e-book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며, 학습소식지를 구상하였습니다. 어떤 학생은 담임의 계획을 환영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또한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학급소식지를 제작하며 처음 봉착한 어려움은 ‘처음’이라는 의미로 표지에 학생들의 얼굴을 모두 싣고 싶었던 욕심에서 생겼습니다. 담임교사의 얼굴도 같이 신는다는 조건으로 보내주었고,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 모습이 연출된 표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표지가 완성되자, 그다음 학생들의 글을 엮는 작업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원격수업에 대한 비평을 학생이 자발적으로 써서 보내주기도 하고, 몇 가지 주제에 맞는 글을 적극적으로 보내줬습니다.
    첫 학급소식지가 나오고 학생들과 파일을 공유하였을 때도, 등교 수업이 이루어지기 전이라 학생들의 반응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거나 싫어하지는 않을까?’,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가며, 제작한 것인데 학생들이 그 마음을 몰라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개인적인 일로 학교를 방문하게 된 학생에게 넌지시 “우리 ○○는 소식지에 글이 실렸던가?” 물었는데, 너무도 구체적으로 “예! 여섯 개 실렸어요.”하는 대답에 그동안의 걱정을 모두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학급소식지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그다음 6월 호를 준비하며 더욱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활동지 글은 전보다 알차고 풍성했으며, 창체활동을 통한 글이 아니더라도 나름의 정성이 들어간 원고를 먼저 보내주기도 하고, 글의 형식도 다양해졌습니다.
    학생들이 손으로 써낸 글을 일일이 한글 파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페이지를 디자인하며 다시 또 읽다 보니 학생들을 전보다 깊이 알게 되고, 그들의 글로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론 지금의 상황이 어떤 면에서는 기회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년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학생들 하나하나의 마음도, 생각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르고, 우리 반에 작가 수준으로 글을 깊이 있게 쓰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과나무 아래 뉴턴이 떠오릅니다. 모두가 아는 뉴턴의 그 일화, 평화로운 그의 일상을 상상하실지 모르겠지만, 실상은 17세기 중반 흑사병의 창궐로 다니던 캠브리지 대학에 휴교령이 내려져 하는 수없이 고향에 머물렀던 시기에 있었던 일화입니다. 그 시기 뉴턴과 동시대 사람들도 지금처럼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답답하고 두려운 일상을 보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 뉴턴은 과학과 수학 역사에 본인 이름을 남기게 된 대단한 발견을 하였으며, 스스로도 그 시기를 본인의 연구 인생의 전성기라고 고백하였습니다.
    담임의 소소한 도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모든 우리 반 학생들이 이 시기를 뉴턴처럼 훌륭하게 극복해내기를 바랍니다. 실내에 머물 수밖에 없고 마스크에 입과 코가 가려진 채로 친구들과 편하게 만나지도 못하는 현실 속에서, 몸은 다른 공간에 머물지만 우리의 마음만이라도 한곳에 모아지길 기대하며 오늘 다시 아이들의 글을 모아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학급소식지에 담아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