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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치열하게 코로나19와 맞선 고3 아닐까요?

2020-10-14

교육행정 체험현장

충북교육소식지

행복교육이 활짝
가장 치열하게 코로나19와 맞선 고3 아닐까요?
'의료진 응원하는 코로나배지 ‘stay strong’ 만든 고등학교 학생들'

    코로나19와 가장 적극적으로 싸워낸(?) 고등학생들이 있다. 시작은 작은 생각이었다. 간호사를 꿈꾸던 중앙여고 최지선 학생(고3)은 ‘코로나19로 지친 의료진들을 어떻게든 응원하고 싶다’며 친구에게 속마음을 밝혔다.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지선 학생은 이 문제를 학생자치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싶었다. 학생 회의에서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았고, 즉각 친구들이 화답했다. 그리고 점차 일이 커졌다.
    신예원 중앙여고 회장(고3)은 “학생회의에서 배지를 제작해 판매활동을 한 후 기부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미술부에 의뢰해 배지 디자인을 공모했고, 류정현 학생(고2)의 작품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우리 함께 이겨내자
    이렇게 만들어진 배지는 ‘stay strong.’ 마스크를 쓴 의료진 양 옆에 시민들이 같이 서 있다. 류정현 학생은 “가장 직접적으로 고생하는 의료진과 공무원, 시민, 학생 등 일반인을 함께 조명하고 싶었다. 다함께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핸드폰 어플을 통해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도안이 완성됐다. 처음엔 중앙여고 차원에서 배지를 제작·판매하여 수익금을 기부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7월 청주시고등학교학생회장단연합에서 시내 학교들도 함께 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중앙여고, 운호고, 서원고, 오송고 학생자치회에서 배지 판매를 돕기로 했다. 각 학교마다 배지의 취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고, 구매물량을 받았다. 그 사이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있었고 방학도 제각각이라 의견을 모으는 게 만만치 않았다.
    중앙여고 325개, 오송고 248개, 운호고 259개, 서원고 200개 등 배지 1032개를 학생과 교직원에 팔았다. 학생에겐 2000원, 그 외 어른들에겐 그 이상을 받기로 했다. 배지 제작 비용은 학생회 예산으로 지출했다. 9월 10일 약 200만원 정도가 모아졌다. 김병우 교육감은 학생들의 배지 제작 소식을 듣고 기꺼이 학생들을 집무실로 초청했다.
    학생들은 “교육감님을 직접 만나 뵐 줄 몰랐다. 배지 남은 수량이 80개 정도였는데 다 팔았다. 재고가 있으면 더 팔 수도 있었는데, 그것밖에 남지 않아서 더 못 팔았다(웃음). 장문의 응원편지를 페이스북에 남겨주시기도 했다. 정말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어른들 응원에 힘 얻어
    학생들 스스로 배지를 제작하고, 판매해 성금을 모금한 것도 모자라 홍보도 ‘셀프’로 진행했다. 운호고 정지명 회장(고3)은 “언론사 기자를 꿈꾸는 친구에게 보도자료 초안을 주고 작성을 도와달라고 했다. 직접 교육청 공보실에 전화를 걸어 내용을 알렸다. 두 차례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해 공보실에 전달했다. 그 후 각종 방송매체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사실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코로나19로 모든 게 움츠러들던 상황. 학생들이 배지를 제작하고 모금을 하기까진 곳곳에 난관이 있었다.
    정지명 학생은 “처음엔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맞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부모님들은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 시간을 빼앗긴다며 우려했다. 선생님들도 처음엔 반신반의로 바라보셨다. 그러나 이 일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생각한 것을 실천한 것에 대한 기쁨도 있었고, 자부심이 생겼다. 돌이켜보면 정말 이 사건을 나중에 어른이 돼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선 학생은 “혼자 생각하면 이룰 수 없는 일인데 같이 동참해줬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처음엔 우리 학교만 해야지 했던 일이 다른 학교로 번져나가고 매스컴에 오르내리니 얼떨떨하기도 했다. 일을 진행하면서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9월부터는 SNS를 통해 ‘stay strong’운동을 널리 전파할 계획이었다. 인스타그램에 배지를 달고 인증샷을 촬영해 해시태그 #stay_strong_fromus를 남기거나 윤종신이 작사·작곡하고 가수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노래를 학생들이 릴레이로 불러서 보내오면 편집을 통해 올리기로 했다. 
    신예원 학생은 “우리들의 작은 행동에 어른들이 응답해줘서 힘을 얻었다. 엄중한 시기가 이어지고 있고, 많이 지쳐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코로나19를 잘 이겨내면 좋겠다. 지난 3월 외교부가 ‘stay strong’운동을 전개한 것을 보고 그 문구를 따왔다”고 설명했다.
    ‘fromus’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학생들이 만든 이름이다. 온라인을 통해 주로 소통하다가 지난 9월초 중앙여고 인근의 한 카페에서 모여 전체적인 기획을 마무리 했다고 한다.
    설동훈 운호고 부회장은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것 자체가 행복했다. 우리의 행동이 의료진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학생자치’란 단어가 대한민국 교실에도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정지명 학생은 “하고자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이 일을 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 것 같다. 의료진을 지지하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우리가 더 울컥했던 시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만간 수익금을 의료진 방호복과 마스크 제공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