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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야 놀자!

2020-10-21

교육행정 교육프로그램

충북교육소식지

배움이 활짝
평화야 놀자!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공감과 소통을 배우는 꽃동네학교 아이들'

    통동리를 감싼 향기로운 아카시아꽃도, 교단에 핀 사랑스런 분홍 낮달맞이꽃도 다 지고서야 노랑 학교버스가 줄지어 운동장으로 들어왔다. 안타깝게도 건강 때문에 학교에 오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이 아직도 3분의 1이나 된다.
    오랜만에 학교가 시끌벅적! 아이들 꽃이 피었습니다!
    “특수학교에도 학교폭력이 있나요?”
    학교폭력 담당자 모임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의 주된 의사소통 도구는 언어가 아닌 몸이다. 자신의 느낌이나 의사를 간단한 말로 표현하는 친구들은 상대와의 소통이 조금이나마 가능하겠지만 그것마저도 어려울 땐 우리 누구나 그러하듯 몸으로 대신하게 되는데 이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폭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꽃동네학교에서는       2018년 학교폭력예방교육으로 ‘비폭력대화’를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자신의 욕구를 부탁하는 말로 표현해보는 시간을 꾸준히 가졌다.



    그리고 작년, 우연히 접하게 된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하여 학교생활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갈등을 한자리에 모여 앉아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모습들이 작은 희망으로 다가왔다. 올해에는 마침 음성 평화제작소와 연결이 되어 학교폭력예방사업 어울림 프로그램으로 ‘전교생이 함께하는 급별 회복적 생활교육’을 연간 20차시 실시하게 되었다.
    회복적 생활교육 활동 첫 날, 마스크를 하고 등교한 중학교 학생 9명 전원이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어색한 침묵을 깨는 강사님의 평화놀이가 시작되었다.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붑니다, 청바지 입은 사람에게 바람이 붑니다”하니 학생들은 잠시 망설이더니 뛰기 시작했고 빈 의자 쟁탈전으로 금방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연스럽게 모든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룹의 공통점을 찾고 그 공통점에 기반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평화놀이를 하였다. 이 밖에도 ‘사람 보물찾기, 동물 흉내내기, 나를 소개합니다, 다른 점 찾기’ 등의 놀이를 하며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공감, 소통을 경험하였다.
    둘째 날은 전공과 학생들과 유·초등학교 학생들의 평화놀이가 진행되었다.
    전공과 학생들은 ‘공깃돌 돌아오기, 느낌 카드’로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진솔하게 표현 해 보고 다른 친구들의 경험을 경청하며 서로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놀이의 성공과 실수는 동료의 관점을 반영한다는 관계의 중요성도 배웠다.



    유·초등학교 학생들의 프로그램은 강사님의 깜짝 ‘보물찾기’로 시작되었다. 통동관 구석구석에 숨겨놓은 색종이 보물을 찾는 모습은 정말 엄청난 보물이라도 찾는 것 같았다. 재빠르게 많이 찾은 친구는 교사의 권유가 없었는데도 찾지 못한 친구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였다. 실내화 멀리 던지기, 공을 보자기에 받기 등을 할 때 보여준, 평소에 함께 어울리지 못했던 친구들의 환한 웃음은 지켜보는 선생님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무엇보다 놀이에서 자기 모둠이 이기지 못했어도 속상해하지 않았고 모두 즐거운 얼굴이었다. 승패와 상관없이 함께하는 활동이 주는 즐거움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된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또한 평소 끊임없이 움직이고 소리지르는 등의 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친구들도 놀이를 통해 에너지를 표출하고 참는 법을 연습하여 평화를 익히게 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았다.
    마지막으로 셋째 날은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바람이 붑니다, 느낌카드, 손님 모셔오기’ 등의 평화놀이가 이루어졌다. 정확한 발음은 아니지만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친구의 발표를 들으며 기다려 주고 감정을 나누어 보기도 했다. 또한 평소 교과서나 모니터만 보느라 잘 몰랐던 친구들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기도 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에게 회복적 생활교육 활동은 흔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교육을 맡아주신 강사님께 사전에 급별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우리 아이들의 특성 및 생활연령에 맞춘 평화놀이 프로그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강사님은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을 교육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학생들이 이야기 도중 끼어들거나 돌발행동을 보이지 않아 인상적이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앞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하였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원활하게 소통하게 할 수 있을까? 폭력으로 깨진 관계를 어떻게 하면 따로 또 같이 회복하게 할 수 있을까?
    또한 특수교사들은 학생들이 마음의 소리를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어떤 연습을 반복적으로 시켜야 할까? 어떻게 하면 자신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친구의 아픔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전하는 거부의 메시지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할까?
    회복적 생활교육이 이 모든 질문에 희망의 돛을 달아줬고 꽃동네학교는 이제 평화놀이의 즐거운 항해를 시작했다. 하반기에 예정되어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 프로그램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평화야, 가을바람과 함께 건강하게 곧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