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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화를 잇다 어린이 1인 1책 펴내기

2021-05-12

문화 문화놀이터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기록문화를 잇다 어린이 1인 1책 펴내기
'아주 작은 이야기 씨앗 하나가 한 권의 책이 되는 과정'

    어린이 1인 1책 펴내기’ 사업은 ‘2020 청주문화도시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으며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과 ‘사단법인 직지문화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했습니다.
    이 사업은 2020년 7월 13일부터 12주간 진행되었는데, 참여한 어린이는 60여 명이었습니다. 이 어린이들은 6주간 글을 쓰고, 6주간은 완성한 글에 그림을 그린 다음 책을 제작했습니다. 그렇게 12주간 동안 한 권의 책을 만든 겁니다. 필자는 이 사업에 글쓰기 강사로 참여했고, 그림지도와 책 제작은 북아트 전문가가 맡았습니다.
    60여 명의 어린이를 20여 명씩 세 반으로 나누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났는데, 처음 만난 날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방역수칙은 철저히 지켰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컸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시작한 첫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볼까요?” 



    필자는 어린이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서 집과 학교 등 일상적인 모습을 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외계인, 호랑이, 공주, 로봇, 우주선, 비행기, 개미, 마녀, 도깨비 등이 등장하는 상상의 세계를 그렸습니다.
    그래서 그 그림을 앞에 들고 나와 설명하기로 했는데,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갖고 있던 상상력과 창의력이 얼마나 훌륭한지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필자는 어린이들이 이야기의 얼개를 짜기 전에, 이야기 속에 나오는 주인공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자고 말했습니다. 나이는 몇 살인지, 주인공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주인공에게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인지, 주인공이 이루고 싶어 하는 일은 무엇인지 등을 적어보기로 한 겁니다. 그러고 나니까 얼개 짜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주인공이 누군지를 아니까 주인공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겁니다. 
    이야기의 얼개는 이야기의 뼈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야기의 얼개를 다 짠 다음, 얼개에 살을 붙여가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는 동안에 어린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니까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며 이야기를 썼을 겁니다. 그러니까 마냥 즐거웠던 거지요.



    우주여행을 가는 주인공도 있고 신기한 돌멩이를 주워 부자가 되는 주인공도 있었습니다. 어떤 주인공은 옛날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바꿔 버리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주인공은 매일 공부만 하라는 엄마를 골탕 먹이기도 하고, 마법의 모자를 쓰고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 자신의 글을 읽는다면, 자신들이 그 시절에 어떤 소망을 갖고 살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이야기에 그린 그림 속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가슴속에 품고 살았던     꿈과 희망을 가까이에서 만나게 될 겁니다.
    ‘어린이 1인 1책 펴내기’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필자가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한 것은 어린이들의 올바른 자아 표출과 정서적인 안정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아주 작은 이야기 씨앗 하나가 한 권의 책이 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주었고, 어떤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을 때 얻는 결과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해준 일입니다.
    책 한 권을 제대로 만들어 본 어린이라면 다른 사람의 책도 소중하게 여기면서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가 될 겁니다. 그리고 직지의 고향에서 자라난 어린이답게 자신의 이야기나 주변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키우며 성장할 겁니다. 
    ‘어린이 1인 1책 펴내기’ 같은 문화예술교육이 학교 안이나 학교 밖에서 활성화된다면, 어린이들이 좀 더 건강하고 밝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 1인 1책 펴내기’는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문화예술교육이라면 춤과 노래로 어우러진 문화예술교육도 있을 겁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하여 주입식 교육과 평가 위주의 교육에서 상처받는 어린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면 좋겠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하여 자기 생각을 건강하게 표현할 줄 아는 방법을 배울 거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도 얻게 될 겁니다. 또한 하나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동안에 어린이들은 단단하게 성장해나갈 겁니다.
    정원사는 꽃나무가 꽃이 피도록 가꾸어줄 뿐이고 꽃나무는 저절로 자란다고 합니다. 그렇듯이 어린이들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