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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거저보기 서양철학 편

2021-09-08

문화


이제 웹툰으로 공부하는 시대가 왔다
인문학 거저보기 서양철학 편
'웹툰계의 알쓸신잡, 이과생도 읽는 철학 웹툰'


모든 철학자의 사상은 그의 삶에서 짜낸 정수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서양철학 인물사이며, 철학자들의 삶을 공부하는 건 철학 공부에 도움이 된다. 예컨대 플라톤과 철인정치 사상을 그냥 놓고 배울 때는 헷갈릴 수도 있다. 이때는 플라톤이 철인정치라는 개념을 떠올린 배경을 살펴보아야 한다(플라톤은 중우정치로 인해 스승을 잃은 경험이 있다). 
    모든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아테네에서, 연극과 군중심리에 선동된 사람들이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내리는 걸 본 어린 플라톤은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어리석은 민중에게 정치를 맡기기보다는 현명하고 덕을 갖춘 일부가 정치를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화를 알게 되면 아마 플라톤의 철학이 조금은 더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모든 철학자의 사상은 그의 삶에서 짜낸 정수와도 같다. 생각은 경험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이게 위인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하고 유명인이라고 하기에도 약간 애매한 철학자들의 생애 관련 에피소드가 계속해서 발굴되어 세상에 공개되는 이유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니까! 그러니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공부 잘했다는 마음으로 책을 덮길 바란다. 모르는 사람의 생애를 알아 가는 것도 공부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철학을 할 수 있다.
    철학 공부는 어렵다. 돈도 되지 않는다. 마땅히 할 일 없이 밤하늘만 주야장천 봐도 되는 부유한 엘리트의 전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당장 철학이 뭐냐고 물었을 때 제각기 다른 답이 나오는 것도 우리를 헷갈리게 만드는 주원인이다. 그런데 철학이 무엇이냐는 간단한 질문에는 죽어도 입이 맞지 않는 수많은 철학자들이, 단 하나 의견을 같이하는 게 있다. 바로 남의 생각을 달달 외우는 게 철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렵고 긴 서양철학사를 읽다가 잠시 페이지에서 시선을 뗀 뒤, 나 혼자 가만히 “이 사람의 생각이 정말 옳은 걸까?”라고 반추하는 그 순간부터가 바로 철학의 시작이다. 과거의 철학은 우리에게 자신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라고 서 있는 거인 역할만 할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자기 자리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검토하고 비판하는 삶을 사는 이들은 전부 철학자라고 부를 만하다. 예를 들어, 실험을 앞두고 이 실험이 정말 윤리적인지 생각하는 과학자들, 자신이 감내하는 하루의 노동시간과 임금 규정이 정당한지 고민하는 노동자들…, 이들 모두가 철학자다. 그리고 세상은 늘 이런 사람들에 의해 바뀌어왔다.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철학을 할 수 있습니다. 그편이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몇몇 엘리트들에게 철학을 죄다 맡기는 것보다 낫다. 비록 처음에는 생각하는 데 서툴러서 종종 앞뒤가 안 맞기도 하고, 자기 생각이 옳으면 좋겠다는 욕심에 독단에 빠지기도 할 테지만, 이건 다듬어가는 법을 배우면 얼마든지 해결될 일이다. 철학자들의 사상과 그에 대한 비판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 비록 그 공부가 조금은 어렵겠지만 여태껏 이 책에서 거저 본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그 과정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철학은 진보하고, 진보를 향한 도전은 바로 우리의 몫이다.
    헤겔은 철학이 진보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가장 최근의 철학이 가장 발달하고 깊이 있고 풍부한 철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보다 200년 후에 태어난 우리는 당연히 더 발달하고 깊이 있고 풍부한 철학을 할 수 있다. 도전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위를 향해 시선을 들어 올린 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나자빠진 철학자가 바라보던 밤하늘이 어디 순전히 그만의 것이던가. 언젠가 우리 모두 밤하늘을 함께 올려다보며 마음껏 우리들의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추천사
    읽는 내내 배를 잡고 웃었다. 여러 철학자의 사상을 그들 삶의 흥미로운 일화에 담아 촌철살인의 지혜로 잘 풀어낸 까닭이다. 《인문학 거저보기》는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풍자로, 아직 철학을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지적 흥미를 일깨우는 좋은 입문서로 다가온다. 거의 잊혔던 여성 철학자들의 삶을 세심히 발굴하여 소개하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 깊은 책이다. 깊은 생각과 혜안이 절실했으나 철학 책의 난해함에 기겁했던 독자에게, 철학에 대한 짧고 굵은 설명을 원했던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다.  _안광복 중동고등학교 철학교사, 철학박사,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 저자 
저자소개. 지하늘
    1999년생. 예술대학에서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인문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고3 때 완독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이런 혼종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니체가 진리 탐구는 철학이 아닌 예술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던 점, 그가 사랑했던 디오니소스의 축제에서 연극과 영화가 유래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나름 기막힌 인연이다. 2019년부터 《인문학 거저보기》를 트위터에서 연재했다. 서양철학을 중심으로 다룬 시리즈인 이 책이 작가로서 내는 첫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