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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생활 22년, 이젠 청국장이 더 좋아요

2022-05-09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가정의 달 특집 - 청주 가덕 다문화가족쉼터 대표 라셀씨
충북생활 22년, 이젠 청국장이 더 좋아요
'사회적기업 ‘모퉁이 돌’강사…결혼 이주자 위한 쉼터도 운영'

    필리핀에서 청주 가덕면으로 결혼 이민을 온 라셀 씨. 
    22년간 한국에 살면서 발달장애아의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중에 향토요리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랴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랴 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살아왔다. 그녀가 최근 마을의 빈집을 활용해 결혼이주자 가족을 위한 다문화가족쉼터를 마련했다. 바쁘거나 힘들어도 언제나 씩씩한 ‘굳세어라, 라셀 씨’를 만나봤다. 


충북인 22년 차, 필리핀 결혼이주자 라셀 씨
    청주 가덕면에 폐교를 활용한 문화 예술 체험장 ‘모퉁이 돌, 더 플레이그라운드’가 있다. ‘모퉁이 돌’은 장애인, 취약계층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도서관, 캠핑, 동물체험, 피자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영어 교육 강사, 도서관 활동가로 일하다가 현재는 장애인 근로자 지원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리핀 결혼이민자 라셀 디오네스(52) 씨를 만났다.
    비가 내리는 봄날, 활짝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라셀 씨. 그의 몸에 배어있는 바지런한 동작과 마음 씀씀이에서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가 보였다. 
    “결혼해서 22년을 충북 청주에서 살았어요. 이젠 자랑스러운 충북도민이지요.”라고 말한다.
    9남매 중 맏딸로 태어난 라셀 씨는 필리핀에 살 때도 부모님을 돕느라고 백화점, 약국, 빵집, 식당 등에서 다양한 일을 했다. 그러다가 남편과 중매로 만나 결혼을 하고, 충북 청주 가덕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삶을 단단하게 지지해 준  ‘모퉁이 돌’
    라셀 씨를 직업인으로 살 수 있도록 도운 ‘모퉁이 돌’과의 인연도 꽤 깊다.
    처음 ‘모퉁이 돌’을 찾은 이유는 발달장애 1급인 아들의 언어치료를 위해서였다. “한국에 살면서 일이 많은 거, 몸이 힘든 거는 전혀 저를 슬프게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큰 아이가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때는 정말 많이 슬펐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때였던 것 같아요.”
    한국 생활이 낯설었던 라셀 씨는 장애가 있는 아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마침 동네에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모퉁이 돌’이었다.
    아쉽게도 ‘모퉁이 돌’에는 발달장애를 위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하지만 라셀 씨를 위한 일자리가 있었다. 큰 아이가 장애인종합복지관에 다니는 시간 동안 영어를 가르치거나 놀이수업을 진행했다. 누구네 며느리, 누구 부인이 아니라 ‘라셀 디오네스 선생님’이라는 직업인이 됐다. 
    이때부터 라셀 씨의 삶은 달라졌다. 더 적극적으로 사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난 2016년에는 ‘충청북도향토음식경연대회’에 출전해서 다문화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제 손맛이 이제 한국 맛으로 바뀌었어요. 김치도 아주 맛있게 잘 담급니다.”라고 말한다.


라셀 언니의 ‘다문화가족쉼터’
    최근 라셀 씨는 동네의 빈 집을 활용해 ‘가덕 다문화가족쉼터’를 만들었다.
    결혼이주자들이 모여서 마음껏 소통하고, 삶의 지혜를 나누는 공간이 절실하다고 생각하고,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그녀는 적응하지 못하는 이주 여성들에게 큰 언니로서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다문화가족쉼터는 요리하고, 놀고, 만들고, 이야기하고, 자유롭게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이에요. 말 그대로 쉼터입니다.”
    결혼이주자들에게 ‘라셀 언니의 다문화가족쉼터’는 맘 편히 쉬었다가 갈 수 있는 친정 같은 공간이다. 숨통 트이는 공간이다.
    청국장과 비빔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충북도민 라셀 씨.
    “제 삶은 아직도 멈추지 않은 롤러코스터 같아요.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잘 해봐야죠.”라고 말한다.
    언제나 씩씩한 라셀 씨의 삶을 5월의 봄기운 가득 담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