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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농산물의 화려한 변신 요즘간식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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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농산물의 화려한 변신 요즘간식
'우리 농산물의 다채로운 가능성을 만나다'

    비건마카롱, 쌀푸딩, 쑥케이크, 감자를 똑 닮은 감자빵부터 전통 한과까지. 형형색색의 물감을 짜놓은 팔레트처럼, 우리 농산물로 만든 간식이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변화무쌍한 매력으로 다가온 요즘 간식을 들여다봤다. 
인류와 함께 걸어온 음식, 간식
    우리는 저마다 '간식'에 얽힌 기억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따뜻한 샌드위치, 달콤하고 화려한 케이크를 처음 맛본 황홀한 순간, 하굣길에 친구들과 함께 몰려가 먹던 떡볶이까지. 간식이라는 단어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간식은 말 그대로 '식사와 식사 사이의 음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록에 따르면 선사시대부터 존재해 왔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에는 야생 꿀이나 과일로 만든 단맛이 나는 음식에 불과했지만, 이집트 왕 람세스 2세의 무덤에서 작은 과자 조각 부조가 발견되면서 고대에 와서는 신을 모시는 제사 음식에도 과자와 같은 간식류가 사용되었다고 보여진다. 중세 유럽에서는 소화를 돕기 위해 생강 등의 식재료에 설탕을 널고 졸인 음식을 식후 입가심으로 먹는 것이 유행했고, 이후 18~19세기 궁정의 만찬에 사용되어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디저트의 형태로 자리잡게 되었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간식인 떡은 본격적인 농경시대가 전개되면서 쌀과 그 이외의 곡물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삼국시대 이전에 기장, 수수, 쌀 등을 재배했고, 삼국시대 유적에서 갈돌이 발견되어 이미 이시기에 곡물가루로 떡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추측한다. 고려시대에는 불교문화의 영향으로 차를 마시는 문화가 발달해 이와 곁들여 먹는 떡과 한과가 발전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농업기술과 가공기술이 발달하고, 유교가 사회 깊숙이 뿌리를 내리면서 다양한 관혼상제와 연회에 필수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현대에 이르러서 서양의 빵과 디저트를 접하면서 우리 고유의 전통 떡과 한과의 인기는 점차 줄어들었지만, 근래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우리 농산물로 만든 간식을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


요즘간식, 전통 식재료의 현대적 재해석
    최근 간식에 대한 관심은 달콤한 맛과 화려한 모습을 넘어 전통 식재료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쌀과 밀, 쑥과 흑임자 등을 사용해 케이크나 마카롱, 푸딩과 파이를 만들어 전통의 식재료를 현대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 간식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MZ세대는 음식의 본질인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경험해보지 못한 '옛것의 새로움'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식재료를 재해석한다. 그리하여 '요즘간식'은 가장 평범하게 느껴졌던 우리 농산물에서 시작된다.
쌀은 '밥'으로만 먹는다는 착각, 쌀의 색다른 변신
    우리의 주식으로 사용되는 곡물인 '쌀'은 그 익숙함 때문에 서양의 화려한 간식들 속에서 이목을 끌지 못했지만, 오래전부터 우리 고유의 간식에 사용되어 왔다. 쌀을 이용해 만든 대표적인 간식은 우리가 흔히 아는 떡과 한과이다. 쌀가루를 반죽해 익히는 방식으로 만든 떡은 과일과 견과류, 한약재 및 조청과 꿀을 사용하면서 종류가 다양해지고 모양도 화려해졌다. 한과는 주로 쌀과 같은 곡물가루에 조청과 꿀을 섞어 달콤한 맛을 내 차와 곁들여 먹기에 좋은 전통식품이다.
    몇 해 전부터는 글루텐 섭취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염증성 장질환이나 류머티즘 관절염 등의 자가면역질환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표적인 '글루텐프리'곡물인 쌀이 과자, 빵 등 간식의 주재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5년 이후 1인 가구가 늘고 서구식 식습관이 확산되면서 국민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을 감소하고 있지만, 식사 대용의 간식 및 가공식품으로 사용되는 쌀 소비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쌀로 만든 케이크와 빵을 파는 곳은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나, 건강을 생각하는 중장년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얼마 전에는 한 대기업에서 쌀과 똑같은 포장용품에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판매해 MZ세대의 이목을 끌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국민간식이자 대표적인 쌀 가공식품 인 '떡볶이'등의 떡류 수출이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56.7%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가는 쌀의 변신이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건강한 빵이 주는 행복, 우리 밀로 만든 빵
    간식에서 '밀'은 가장 많이 쓰이는 식재료 중 하다나,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밀 소비량은 31.2kg으로 주식으로 소비하고 있는 쌀 소비량이 57.7kg인 것으로 감안하면 상당한 양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은 1%미만으로 대표적인 간식 중 하나인 빵에 사용되는 밀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빵 시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이 먹거리로 이어져, '우리 밀'빵집을 찾는 소비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우리 밀을 사용하는 빵집 리스트를 공유하고, 전국 곳곳에 있는 우리 및 빵집을 찾아가는 '빵지순례'를 인증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 밀 빵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들은 대부분 달콤하고 맛있는 빵보다는 우리 밀과 천연재료를 통해 건강한 빵을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물건을 구매하는 가치소비소비와 환경보호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는 사회적 변화가 기인한다.
    국내에서 생산된 밀은 수입한 밀에 비해 운송거리가 짧아 탄소발자국 줄이기에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해 생산한 햇밀을 사용해 밀의 미네랄과 섬유질을 함유한 건강한 빵을 맛볼 수 있다. 통밀가루를 사용하면 일반 밀가루보다 식이섬유와 칼슘, 철, 인 등의 무기성분과 비타민 성분이 풍부해 자연이 주는 맛과 영양을 그대로 담을 수 있다.
    정부는 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밀 자급기반을 확중하기 위해 2025년까지 밀 자급률을 지금의 5배 수준인 5%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 땅에서 자란 밀로 만든 간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식량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할 수 있다.


각양각색 다양한 품종으로 매력을 뽐내는 딸기
    과일은 과육과 과즙이 풍부하고 단맛과 향이 좋아 누구나 즐겨먹는다. 그 중에서도 달콤한 향과 맛, 화려한 색으로 눈을 사로잡는 딸기는 봄을 상진하는 과일로 자리잡았다. 특히 딸기가 이토록 사랑받는 간식으로서 입지를 굳히게 된 것은 2007년 한 호텔에서 시작한 '딸기 디저트 뷔페'의 영향이 크다. 딸기뷔페에서는 신선한 생딸기부터 딸기로 만든 수십 가지의 케이크와 음료, 샐러드 등 그야말로 딸기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다. 이제 매년 유명호텔에서 열리는 딸기뷔페는 겨울과 봄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잡았고, 4~10만 원의 적지 않은 가격에도 사람들이 몰려 한 달 전에 예약이 완료될 만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때 일본 품종이 대부분이었던 딸기는 2005년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에서 '설향'품종을 개발해 보급하면서 약10년 사이에 국산 품종이 90%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죽향', '금실', '킹스베리', '만년설', '메리퀸', '아리향', '비타베리', '골든벨' 등 다양한 국산 품종이 연이어 개발되면서 겨울철 가장 사랑받는 과일이 되었고, 소비자들도 품종을 보고 구입할 만큼 다양한 품종이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딸기의 인기는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고, 해외로 이어지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신남방 국가를 중심으로 한국산 딸기가 인기를 끌면서 2012년에는 2,244만 달러였던 수출 규모가 2021년에는 6,348만 달러로 늘어 '딸기한류'를 만들어가고 있다.
은은한 향과 고소한 단맛으로 입맛 사로잡은 쑥
    봄이 되면 산과 들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만큼 흔한 쑥은 오랜시간 봄을 대표해 왔지만, 특유의 쌉싸래한 향취가 강해 젊은층의 선호는 높지 않았다. 최근 이 기류가 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쑥라떼를 내놓더니, 대기업에서는 쑥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연남동이나 성수동과 같이 젊은 층이 줄을 서는 트렌디한 카페에서도 쑥으로 만든 케이크와 마카롱, 라떼를 메뉴로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청량하고 쌉싸름한 맛을 지닌 녹차나 깊이 있는 떫은맛을 묵직하게 머금은 말차와는 또 다른 쑥만의 특색이 매력적이라는 반응이다. 쑥을 넣어 만든 쑥라떼나 쑥까눌레를 맛보면 자연스럽고 편안한 쑥의 풍미가 은은하게 퍼져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새롭다.
    향토적인 식재료로 여겨져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던 쑥이 오히려 그 '자연스러움'을 무기로 젊은 층에서 트렌디하게 재해석되는 모습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먹는 것이든, 입는것이든 자유적인 화려함이 있어야 주목받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제 고유의 맛과 멋'을 지닌 것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우리 농산물들은 우리에게 익숙하다는 이유로 쉽게 폄하되고 평범하게만 여겨져 왔다. 이제 전통 식재료에 오래된 편견을 깨고 우리 농산물의 다채로운 모습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