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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향토작가 ‘박청홍’

2023-03-09

문화 문화놀이터


다음 세대 기록인
청주 향토작가 ‘박청홍’
'어떤 기록이든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다면 어느 세대에게나 가치 있다 생각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청주를 기록하는 향토작가 박청홍입니다.
충북 청주에 기반을 두고 작품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이 고향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청주시 수동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살고 있지요. 군대 시절을 제외하고는 학교도 다 이 근방에서 졸업했습니다. 그러니 제 작업은 토박이의 장점을 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향토작가라는 호칭이 제법 마음에 들기도 하고요. 
 
청주 향토작가 ‘박청홍’
 
사실 ‘애향심(愛鄕心)’이 지금의 청년세대에게는 조금 낯선 단어일 수도 있겠는데요, 
선생님의 기록을 보면 애향심 없이는 불가능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분명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닙니다. 돈을 벌자고 마음을 먹었으면 아마 다른 일을 했겠지요. 다만 제가 태어날 때만 해도 인구가 7만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이 도시가 지금은 거의 85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저는 바로 그 변화의 시기를 온몸으로 체감한 시대의 증인이 될 수 있겠죠. 경제적으로나 정신적 혹은 물리적 측면에서 청주는 굉장히 많은 발전과 쇠퇴를 거쳐왔고, 그 과정을 단순히 사건의 기술로서만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는 방법에 대한 문제의식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 방법은 보다 사람과 가까운 기록을 남기는 것이었고 자연스럽게 민간의 영역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지역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애향심이라는 것은 결국 ‘관심’입니다. 내가 사는 지역, 마을의 이야기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가 바로 지역에 대한 애정입니다. 제가 청주에서 8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는데 애정이 생기지 않는 것도 사실 힘든 일이지 않을까요? 뼛속까지 청주 사람이라는 소리를 우스갯소리로 하고는 합니다. 
청주를 소재로한 기록물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처음 출간한 책은 1998년에 나온 '청주를 찾아서'입니다. 이어서 2002년에 '청주, 淸州, 청주'가 나왔고, 2018년에 '청주에 살어리랏다'를 출간했지요. 향토기행의 성격을 담은 저의 책은 사무실에서 나온 기록이 아닌 현장에서 나온 기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세어 보니 기록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제 차가 7대나 망가졌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끌고 다니는 차는 시골의 좁은 길 어디라도 갈 수 있도록 기동성이 좋은 경차로 장만했습니다. 제 나이가 팔십이 넘었는데 아직도 운전하고 다닐 열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지요. 



    첫 책을 집필할 당시에는 10년간 자료를 모았습니다. 제가 살던 때를 쓰는 기록도 있었지만 그래도 청주의 모든 것을 경험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많이 찾아보며 연구하는 기간이 길었습니다. 지역에 관해서 나름의 연구를 거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물론, 풍수지리로까지 영역이 확대되었고요. 자료를 모으면서도 향토기행 수필을 꾸준히 지역 신문에 연재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신문이지만 10년 가까이 연재하면서 책을 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첫 책인 ‘청주를 찾아서’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엮어 '청주, 淸州, 청주'를 발간하였습니다. 두 번째 책은 동네의 지명과 사라져가는 유래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무형의 풍속, 소멸된 풍물, 사라진 놀이문화 등을 기록하려고 애썼습니다. 이런 주제들은 결국 그 옛날 우리가 천진난만하게 행복했던 고향 동네를 그려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그 동네에 터를 잡고 살지는 않아 기록이 원주민들의 마음에 충족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성실하게 기록하려 애쓴 흔적은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북문로를 시작으로 서문동, 봉명동, 용정동, 비하동, 지동동, 서촌동, 신촌동, 정봉동, 신대동, 신성동, 평동, 남촌동, 외북동, 내곡동, 화계동, 원평동, 송정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치 옛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책인 '청주, 淸州, 청주'가 나왔지만 아직도 청주의 반을 더 취재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야 비로소 ‘청주에 살어리랏다’를 통해 통합 청주시 81개 동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기록한 것입니다. 아주 긴 여정이었고 고된 작업이었음은 틀림없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작업을 계획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청주시가 과거에 청원군과 통합되면서 많은 읍면이 생겨났습니다. 행정구역상 청주시의 동은 다 기록을 하였지만, 읍면의 기록은 미완의 상태입니다. 그래서 미원면을 시작으로 문의, 현도, 내수를 포함한 청주의 14개의 읍면을 더 취재하여 기록할 생각입니다. 여기서 다소 특이한 부분은 바로 부강면인데, 이곳은 현재의 행정구역상 청주시에 속하진 않습니다. 세종시가 생기면서 그쪽으로 편입되어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강면은 예부터 청주에 소금을 실어나르기 위한 중요한 요충지이기에 이야기가 풍부합니다. 과거 청원군 부용면으로 불려 지역 분들은 부용면으로 더욱 잘 알고 있는 곳이죠. 청주는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이었기 때문에 소금이 강을 통해서 도시로 운반되었습니다. 그때 바로 이 부용면에서 석교동까지가 소금이 운반되는 길이 있었습니다. 소금이 없으면 사람도 살 수 없기에 이 물길은 청주 시민들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물길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석교동에 가장 먼저 소금을 받기 위한 다리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때 어느 경로의 물길로 얼마나 많은 소금이 운반되었으며 현재는 그 흔적이 어디까지 남아 있는지, 우리가 궁금해하고 또 알아야 할 기록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힘닿는 한 열심히 다니며 기록해볼 생각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이 무엇인지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늦게 뜨겁고 느슨하게 식는다’ 우리 지역을 소개할 때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리적인 위치 혹은 정치적인 판세, 사회문화적 풍토까지 다양한 것들이 지역을 정의하는 데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기록입니다. 내가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그런 기록을 남기고 싶습니다. 조금은 날것의 느낌이고, 조금은 비판적인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지금의 우리가 하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이를 자유롭게 남길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록이든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다면 그것은 어느 세대에게나 가치 있는 기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