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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통의 진한 소고기 국물과 표고의 담백함이 조화를 이뤄

2017-02-24

맛집 상당구


40년 전통의 진한 소고기 국물과 표고의 담백함이 조화를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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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맛 집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아직도 그곳에 있을지 미심쩍었다. 근방의 커다란 건물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남문로 쪽 ‘랜드마크’처럼 유명했던 자유극장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남문로 CGV에서 한복거리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니 아아, 아직도 그대로 제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반가웠다. 바로 그 이름은 버섯찌개 원조 <경주집>이었다. 1973년에 오픈했다고 하니 무려 40년이 넘은 집이다. 이 집은 ‘버섯찌개 원조’를 내세우는 식당으로 표고버섯과 소고기를 넣고 끓인 버섯찌개를 판매한다. 외지인들은 잘 모르는, 청주 토박이들이 오랫동안 단골로 삼은 식당이다. 매 식사 때마다 손님으로 점포를 가득 채우는 것은 물론, 집에서 끓여 먹기 위해 포장해 가는 손님도 많은 곳이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문을 열자 일렬로 배치된 식당내부에는 손님으로 꽉 차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몇몇 손님은 문밖에서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겸연쩍은 생각으로 주인에게 왔음을 알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경주집>을 제외한 주변의 상권은 모두 일찍 문을 닫아, 불빛이 적은 탓인지 그날따라 하늘의 별이 유달리 또렷이 보였다. “들어와서 안쪽으로 가세요.” 주인인 것 같은 젊은 청년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안내한다. 주문을 하기도 전에 또 다른 종업원은 재빠르게 버섯찌개 2인분을 가져다 불을 지핀다. 사람 수에 맞춰 무조건 버섯찌개만 팔기 때문에 별도의 주문이 필요 없는 것이다. <경주집>은 버섯찌개(1인 9천원) 단일메뉴만 판매한다. 술은 판매하지 않고 오직 식사손님만 받는다. 공깃밥(천원)과 라면사리(천원원)은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결국 1만원인 것이다.



    버섯찌개는 사골육수에 표고버섯과 소고기를 냄비에 담아낸다. 테이블에서 냄비 뚜껑을 덮고 먼저 강한 불로 팔팔 끓인 뒤 먹는데, 끓일수록 버섯에서 맛이 우러나오므로 약한 불로 줄여 계속 끓여가며 먹는 것이 특징이다. <경주집>은 버섯찌개를 끓일 때 마른 표고버섯을 사용한다. 건조 과정을 거치면서 감칠맛이 상승하고 식감도 쫄깃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린 마른 표고버섯을 불고기 양념하듯 간장양념에 하루정도 재워두고 쓴다. 잘게 썰어 넣는 소고기는 한우 암소만 사용한다. 차림표에도 분명 ‘국내산소고기’라고 표기해 신뢰를 높였다. 찌개육수는 한우 등뼈와 목뼈로 사골육수를 내는데 표고버섯 자체의 감칠맛이 더해져 구수한 풍미가 좋다.



    밑반찬으로 내는 울릉도 특산물인 취나물이 좋다.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았지만 깊은 맛이 인상적이다. 자연에서 나는 향기가 은근히 맛을 돋운다. 사골육수와 표고버섯은 자칫 무겁고 느끼해질 수 있는 조합이지만 <경주집>에서는 여기에 고춧가루 양념장과 다진 마늘, 후추를 더해 칼칼한 맛을 살렸다. 육수가 진하고 감칠맛이 풍부해서 손님 대부분이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다. 충북 보은에서 공수해온 쌀밥 맛도 좋은 편이다. 손님들은 육수를 남기지 않고 라면 사리를 추가해서 국물까지 싹 비운다. 표고버섯은 선대부터 거래해온 경북 영주의 버섯농장에서 구입한다. <경주집>메뉴는 오직 하나 버섯찌개다. 1인분 1천원하는 밥을 포함하면 1만원이다. 사리를 추가하면 1만1천원인 셈이다.
 
-경주집 / 221-6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