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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

2019-09-03

문화


바다 위 삶이 알려준 무수한 해답들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
'오늘을 견디는 법과 파도를 넘는 법'


고작 스물일곱 여성’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
    배 안의 삶은 과연 어떨까. 선원 중 유일한 여성, 한번 승선하면 6개월은 배 안에 고립된다. 가족과 저녁을 먹는 것, 친구들과 맛집을 가는 것, 예쁜 옷을 사는 것, 연인을 사귀는 것 모두 바다에서는 불가능하다. 외로울 땐 그저 양팔을 둘러 스스로를 안아줘야 한다. 하지만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의 상황에 왠지 우린 위로를 받게 된다.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고 원하는 건 웬만하면 다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늘 부족함을 느끼는 우리에게 새로운 방식의 위로를 건넨다.
    내 방엔 작고 여린 전등이 하나 있다. 방안을 비추는 것은 작은 불빛 하나면 충분하다. 이걸 보면서 행복하기 위해 온통 밝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 불빛 하나가 바다에 작은 표식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잠이 든다. _본문 중에서
    나는 마스트에 켜진 불빛 하나에 의지한 채 방향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바다가 잔잔해질 때까지. _본문 중에서



    고립된 상황에서도 우리는 방향과 목표, 자기 자신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킨다.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그녀를 보면 주어진 오늘을 잘 견뎌낼 용기를 얻는다. 무작정 힘내라는 말 대신 눈앞의 것들을 하나씩 넘으면 된다는 이야기는 무리하지 않고도 삶을 극복할 수 있으리란 확신을 준다.
    왜 우리에겐 극단적인 선택지밖에 없었을까. 죽도록 열심히 살라거나, 아니면 대충 살라는 영혼 없는 위로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형태는 많지 않았다. 이 책은 그런 양극단에서 저울질하지 않아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살아야지' 하고 선택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누군가에겐 무시해도 좋을 ‘고작 스물일곱 여성’의 이야기겠지만, 누군가에겐 고되고 외로운 삶을 견뎌낼 수 있는 작은 불빛이 되어줄 이야기다.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는 것, 소중한 매일을 잘 살아낼 용기
    저자는 대학을 졸업한 후 스물네 살의 나이에 바로 3만 톤의 배를 운항해야 한다는 압박감, 책임감과 마주했다. 그 무게 앞에서 두렵지만 맹렬히 맞섰다. 두렵지 않다면 도전이 아니니까.
    도망칠 수 없었기에 맹렬한 기세로 뛰어올랐다. (중략) 단언컨대, 어떤 일에 도전할 때 두렵지 않다면 그건 도전이 아니다. 따라서 도전하는 자는 두려워하는 자이고, 두려움은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스스로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될 환경 속으로 자신을 던질 때 비로소 극복할 수 있다. _본문 중에서
    바다가 알려준 용기, 유연함, 의지는 모든 시련을 견딜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일단 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엄청난 용기를 가지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단 한 발을 내딛으라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일단 뭐든 해보면 결국 잘된 일이 된다. 그러니까 무언가 고민하기 전에 일단 해보면 된다. _본문 중에서


 
저자 김승주
    저자도 엄청난 꿈이 있어서 항해사의 삶을 선택한 게 아니었다. 꿈이 없었기에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했고, 자연스레 목표가 생겼다. 그 목표를 따라 묵묵히 걸어왔을 뿐이다. 언제 어디서 기회가 올지 모르니 열심히 살았고, 힘들기도 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지낼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소중한 매일은 ‘대충 살아도 괜찮은’ 종류의 것이 아니다. 오늘을 가능한 에너지만큼 잘 살아낼 때 분명 더 행복해질 것이다.
    1993년생. 고려해운 2등 항해사.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과학부를 졸업 후 컨테이너선 항해사가 되었다. 현재 27,799톤의 배를 운항 중이다.
    배를 탄 후 땅을 밟은 날보다 바다 위에서 보낸 날이 훨씬 많다.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 선원 중 혼자 여성이라는 상황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고 여전히 노력 중이다.
    외로울 땐 양팔을 둘러 스스로를 안아줬다. 큰 파도를 만나면 배에 달린 불빛만을 바라보며 견뎠다. 여전히 보이는 길과 보이지 않는 길 사이에서 방황하는 스물일곱 살이지만 오늘의 바다에서 오늘의 파도를 맞을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