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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후 아이가 몸을 긁지는 않나요?

2017-05-29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산책 후 아이가 몸을 긁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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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 때문에 산책도 꺼려해 집안 실내에서 온통 난리법석 엉망진창을 떨던 우리집 둥이와 탱이에게도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초여름이 왔다. 미세먼지와 황사 이 외에도, 데리고 나가지 못했던 핑계라면 많고 많지만, 그래도 이제는 한번쯤 나가 뛰어놀 때도 되었다. 열심히 뛰어놀고 나니, 아이들 표정도 밝아지고 무언가 뿌듯한 기분이 든다. 앞으로 자주 데리고 나가야지 다짐한다. 물론, 맘처럼 잘되진 않겠지만 말이다. 3~4일쯤 지났을까? 우리집 하얀 강아지 둥이가 평소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엉덩이 쪽을 계속 핥는 것도 같고, 몸을 긁는 것도 같고. 약간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 “어? 둥이 엉덩이에 저거 뭐지?” 큼지막한 진드기였다. 이 녀석이 사실 어딘가 긁은 것은 며칠 정도 되었다. 진드기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저 하얀 몸을 아무리 뒤져도 진드기는 발견할 수 없었고, 산책한 날 목욕까지 시켰으니 ‘설마 진드기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결국 진드기였다.



    동물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보호자분들께서 진드기에 대해서 잘 알고계시지 못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전화를 통해. 혹은 반려견을 직접 데려 오셔서 몸 여기저기 붙어있는 벌레에 대해 여쭙는 분도 있으시고, 진드기인 것은 알고 있지만 기피제를 무분별하게 적용해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미 진드기의 생김새나 예방 및 구제법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보호자분들도 많으신 줄로 안다. 한번은 한 보호자분께서 갑자기 반려견의 귀 안에 무엇이 났다고 하시며 방문하셨는데, 살펴보니 진드기였다. 이미 혈액을 잔뜩 먹고, 비대해져 귓구멍 안쪽에 찰싹 붙어있던 진드기. 사실 그 경우는 그럴 만도 했다. 필자도 처음에는 무언가 혈종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포셉으로 이리저리 건드려보니 주둥이만 귀벽에 박은 채로, 파닥거리는 얇은 다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로는 간단한 문제였다. 진드기를 사멸시키는 약을 떨어뜨리고, 수분이 지난 후 깔끔하게 떼어냈다. 다시 하절기가 되면서 진드기가 기승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살인진드기, 쯔쯔가무시와 같은 이름을 뉴스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반려견의 몸에 붙어있는 진드기를 방치하는 것은 반려견의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사람에게도 중증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반려견을 너무나 사랑하여 부둥켜 안고, 함께 자는 보호자라면 더욱 그렇다. 이에 진드기와 관련한 몇가지 QnA를 작성하여 독자들에 알리고자 한다.



진드기는 어떻게 생겼나요?

    진드기가 흡혈하지 않았을 때는, 워낙 작아 그 구조가 잘 구별되지 않습니다. (1 mm 미만에서 5mm 정도까지 다양) 기본적으로는 타원에 가까운 몸통에 네 쌍의 다리를 가졌으며, 흡혈 후에는 몸통이 훨씬 더 커집니다. 비유하자면 흡혈 전에는 참깨보다 작아, 구조를 구별하기도 힘들던 것이 흡혈 후에는 호박씨만큼 커져 쉽게 식별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의 몸에 진드기가 있는지 알 수 있나요?

    사실 한눈에 진드기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비교적 예민한 강아지라면 어딘가 가려워서 계속 긁는 다거나, 안절부절 못하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혈액을 빨아서 불어 있다면, 어느정도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산책 후, 이제 막 붙어온 진드기라면 크기가 매우 작아서 털이 하얀 강아지라 하더라도 쉽게 찾기 힘듭니다. 진드기는 주로 풀숲과 접촉이 많은 다리, 발바닥, 배, 꼬리와 항문 주변, 얼굴과 귓바퀴에 많지만 몸통을 비롯해서 신체 어디든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보호자 분이 여기저기 구석구석 털을 넘겨보며 뒤지는 수밖에 없어요. 잘 알 수 없다면 예방약을 적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떻게 진드기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우선은 산책 시에 가급적 반려견이 풀이 무성한 곳은 들어가지 못하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쩔 수 없다면 진드기 예방약으로 관리해 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진드기가 붙는 것을 원천봉쇄할 순 없습니다. 다만, 진드기가 오래 혈액을 빨기 전에 죽게 하는 약이 있을 뿐이지요. (기피제 사용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본지 3월 21일에 게재된 “작은 적 큰 위협, 기생충 예방” 편에도 언급된 바 있지만, 진드기를 포함한 외부기생충을 잡는 약으로는 먹는 타입, 바르는 타입, 그리고 목걸이 형태로 목에 채워주는 타입이 있습니다. 약마다 적용 범위가 다르고, 예방 기간이 상이하니, 적용 방법에 대해서는 가까운 동물병원에 방문하셔서 상의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산책 후 강아지의 몸에서 진드기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려견의 몸에 입을 박지 않고 기어 다니는 상태라면 우선은 그냥 떼어 주셔도 됩니다. 물론 장갑은 끼시는 것이 좋겠지요. 하지만 입을 박은 채로 고정되어 있는 경우, 조심스럽게 떼지 않으면 주둥이가 피부에 박힌 채로 남아 피부를 자극하고, 2차감염 및 알러지의 소인이 됩니다. 반려견을 데리고 병원에 내원하시면, 진드기를 사멸 시키는 약을 국소적으로 떨어뜨린 후 떼기 때문에 보다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진드기를 뗀 자리에는 소독이 필요하며, 혹시 남아있을 진드기를 구제하기 위해 관련 외용(또는 내용) 구제제를 적용하게 됩니다. 병원에 내원하실 수 없는 경우에는 꼭 장갑을 낀 뒤, 집게를 이용하여 가급적 진드기의 머리부분을 잡고 천천히 떼어 내어야 합니다. 한 마리의 진드기가 발견되었다면, 여러 마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최대한 아이의 털을 샅샅이 뒤져 진드기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전신적으로 많은 수의 진드기에 감염되었다면, 반드시 병원에 내원하셔서 진드기 구제제를 적용해야 합니다. 또한 절대로 아이에게 농약을 뿌리거나 사람용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시면 안됩니다.


진드기가 개와 사람에서 어떤 질병을 매개하나요?
    사실 진드기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어떤 질환을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피부염 정도면 모를까요? 그럼에도 진드기가 위험하다는 것은 진드기가 여러가지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매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반려견의 몸에 붙은 진드기가 해당 바이러스나 세균을 갖고 있지 않다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갖고 있으면 큰 일이겠지요. 진드기는 사람에서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쯔쯔가무시증과 같은 질환을 매개합니다. 특히,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일명 살인진드기로 매년 우리나라에서도 수십건의 감염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개에게는 바베시아 감염증, 라임병, 아나플라즈마 감염증 등의 중증 질환을 유발하는 병원체를 매개할 수 있습니다. 이 질환들은 혈액 내 적혈구나 혈소판을 파괴하거나 각종 염증을 일으켜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저희 병원에도 최근 내원하여 치료받은 사례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