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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전설 오누이의 지고지순한 사랑

2017-11-02

라이프가이드 여행


아름다운 전설 오누이의 지고지순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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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사 가는 길'에 등장하는 남매탑의 전설을 요약하면 이렇다. 신라의 고승 상원스님은 계룡산에서 수도하던 중 사람의 뼈가 목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호랑이를 구해준다. 며칠 뒤 호랑이는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상주에 사는 처녀를 물어다 준다. 스님은 이 처녀를 잘 보살펴 주었는데, 처녀는 이에 감화를 받고 스님에게 연정을 느낀다. 그러나 수도에 정진하는 스님은 처녀의 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스님은 고심 끝에 남매의 연을 맺자는 제안을 했고, 처녀는 받아들인다. 그 후 둘은 지금 남매탑 자리에 청량암을 짓고 수도에 정진하다 함께 서방정토로 떠난다. 둘이 입적한 뒤에 제자들이 세운 부도가 지금의 남매탑이 되었다.





‘닭벼슬을 쓴 용’의 양지바른 자리에 선 두 기의 탑
    이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한 남매탑이 있는 산이 계룡산(845m)이다. 남매탑은 계룡산 삼불봉 아래에 있다. ‘닭의 벼슬을 쓴 용’이라는 이름(鷄龍)처럼 바위 봉우리가 창처럼 치솟은 계룡산에서도 양지바른 터에 자리한다. 남매탑을 보러 가는 길은 계룡산에서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다. 이는 남매탑이 동학사에서 갑사로 넘어가는 고개에 자리했기 때문. 또 동학사를 기점으로 삼불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진 능선을 종주하려면 남매탑을 꼭 들르게 되어 있다. 동학사로 드는 길은 초입부터 운치가 있다. 주차장에서 상가지구를 지나면 곧장 호젓한 길이다. 봄에는 신록,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다. 느티나무 고목들이 늘어선 계곡에는 여름이면 짙은 녹음이 물 대신 흘러가기도 한다.
주차장에서 30분을 걸으면 동학사다. 예산 수덕사, 청도 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비구니 도량으로 꼽힌다. 동학사는 비구 대신 비구니가 주석한다는 것 말고는 여느 절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다만, 절을 감싼 두 개의 산줄기가 높고 험해, 하루에 볕이 드는 시간이 반나절도 되지 않는다.



억울한 영혼 달래던 절에서 비구니 사찰로

    동학사는 억울한 영혼을 달래주는 사찰이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동학사는 신라 성덕왕 23년(724)에 상원조사가 암자를 세운 후 상원사라 했다. 그 후 신라가 망하자 대승관을 지낸 유거달이 이곳에 절을 짓고 신라의 시조와 충신 박제상의 초혼제를 지냈다. 이때 승려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사세가 커졌고, 동학사란 이름도 이때 등장했다. 동학사는 또 태조 3년(1394) 고려의 유신 길재가 태조 왕건과 정몽주의 제사를 지냈다. 세조 3년(1457)에는 김시습이 사육신의 초혼제를 지내고 단종의 제단을 증설했다. 이듬해 이곳에 들른 세조가 단종을 비롯해 자신의 즉위를 반대하다 죽임을 당한 280여 명의 이름을 비단에 써 초혼제를 지내게 한 뒤 초혼각을 짓게 했다.
남매탑으로 가려면 동학사에서 조금 걸어 내려와야 한다. 홍살문과 세진정이란 정자 앞에서 오른쪽 계곡을 따라가게 돼 있다. 이 길도 깊은 활엽수림이다. 굴참나무와 졸참나무 등이 어울려 한여름에도 숲 그늘이 짙다. 등산로 초입은 무던하다. 바윗돌을 잘 다듬어 만든 등산로는 꾸준한 오르막이다. 너무 힘들지도, 그렇다고 콧노래가 나올 만큼 쉽지도 않은 그런 길이다. 세진정 갈림길을 출발해서 1km까지가 그렇다. 그러나 ‘남매탑 0.6km’라 적힌 이정표가 있는 곳부터 등산로는 가파르게 변한다. 등산로 왼쪽에는 잡고 오르라고 난간을 설치했다. 그렇게 난간이 설치된 곳을 힘들여 오르면 남매탑이다.




전설처럼 정답게 서 있는 두 기의 탑
    2기의 탑은 전설처럼 정답게 서 있다. ‘오라버니탑’이라 불리는 7층 탑은 키가 훌쩍 크다. 그 뒤에 있는 5층 탑은 몸돌의 일부가 사라져 조금은 위태롭게 보인다. 특이한 것은 같은 곳에 있는 두 개의 탑의 양식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7층 탑은 지붕돌이 시원스럽게 빠진 신라 탑의 양식을 계승하고, 5층 탑은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처럼 지붕돌의 끝을 약간 들어 올린 것이 백제 양식이다. 남매탑 주변에는 쉼터가 많다. 복원 중인 청량암도 있다. 남매탑에는 등산객들이 쌓아놓은 작은 돌탑도 많다.돌탑 앞에 징검다리처럼 놓인 돌은 일부러 깎아놓은 거북이다. 거북 모양의 돌은 등산객들의 훌륭한 쉼터가 된다. 남매탑에서 삼불봉 고개로 올라가는 길도 여전히 까다롭다. 그러나 남매탑에서 충분히 쉬면서 힘을 비축했다면 어렵지 않게 올라설 수 있다. 삼불봉 삼거리에서 고민에 빠진다. 금잔디고개로 가려면 산자락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가면 된다. 그러나 삼불봉을 오르지 않으면 백번 후회하게 된다. 삼불봉에 올라서서 ‘닭 벼슬을 쓴 용’의 형국인 계룡산의 진면목을 보고 가야 한다.



삼불봉에서 만나는 계룡산의 아름다운 파노라마

    삼불봉 고개에서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면 철계단이 나온다. 삼불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철계단을 오르면 기다렸다는 듯이 계룡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삼불봉~관음봉~쌀개봉으로 이어진 주릉이 정말 닭의 벼슬처럼 불끈불끈 솟아 있다. 이 능선이 감싼 깊은 계곡에 동학사가 안겨 있다. 금잔디고개로 가려면 다시 삼불봉 고개로 돌아가야 한다. 삼불봉 고개에서 금잔디고개는 편한 길이다. 이제 더 이상 오르막길은 없다. 금잔디고개에는 수도꼭지가 달린 샘이 있다. 여기서 물 한 바가지 먹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금잔디는 없고 헬기장과 벤치가 있는 금잔디고개에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고개로 올라서는 가파른 지대를 지나고 나면 길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렇게 1시간쯤 내려가면 갑사다. 동학사와 더불어 계룡산에 깃든 절 가운데 첫손에 꼽는 절이다. 갑사는 본 절보다 계곡 건너에 있는 대적전을 따라 내려오는 게 호젓하고 볼 것도 많다. 대적전 마당에는 고졸한 모습의 부도(보물 257호)와 백일홍이 서 있다. 본래 갑사는 이곳에 터를 잡았다. 그러나 몇 번의 전란을 겪으며 본당이 개울 건너로 옮겨 갔다. 대적전을 지나면 인적이 뚝 끊긴다. 말 그대로 절간처럼 고요하다. 오솔길은 계단으로 이어진다. 계단 좌우에는 대숲이 우거졌다. 그 아래 너른 잔디밭 가운데 철당간(보물 256호)이 우뚝 서 있다. 철당간을 지나도 길은 여전히 고요하고 호젓하다. 이 길은 두 개의 계곡이 만나는 곳에서 다시 개울을 건너가 갑사 가는 길과 합류한다. 갑사를 빠져나오는 길도 울창한 활엽수 고목이 있어 행복하다.



  
    가는 길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동학사로 가는 길은 공주와 유성 두 갈래다. 유성에서 동학사까지는 10분 간격으로 시내버스가 있다. 공주에서 갑사로 가는 버스도 20~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자가운전으로 갈 경우 경부와 호남고속도로를 이용, 유성IC로 나온다. 32번 국도 공주 방면으로 8km 가면 동학사 입구다. 동학사 입구에 숙박시설이 많다.
    동학사~남매탑~갑사 코스는 계룡산에서 가장 편한 코스다. 그래도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은 힘이 든다. 특히, 남매탑을 600m 남겨놓은 지점부터는 등산로가 상당히 가파르다. 비나 눈이 내린 경우 미끄러짐에 조심해야 한다. 삼불봉~자연성릉~관음봉은 바위가 많고 길이 험해 초보자는 피하는 게 좋다.

    별미
    동학사 입구에는 산채요리를 파는 집이 많다. 이 중 자연사박물관 곁에 자리한 ‘촌동네’(042-825-4110)는 두부 요리를 잘한다. 집에서 직접 만든 두부를 상에 내놓는다. 푸짐하게 먹으려면 정식이 좋다. 두툼하게 썰어내는 두부와 감자전, 10여 가지의 산채, 청양초를 넣어 매콤하면서 담백한 뚝배기 순두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