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비밀스런 단풍의 계곡

2017-11-23

라이프가이드 여행


비밀스런 단풍의 계곡
''








    주왕산으로 드는 첫 관문은 대전사다. 이곳은 주왕산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한 입석처럼 솟은 3개의 바위 아래 터를 잡은 대전사의 모습은 주왕산을 이야기할 때 단골로 등장한다. 키 높이를 마주하며 연이어 서 있는 3개의 바위는 성난 남성의 그것처럼 힘이 넘친다. 이 바위들이 있어 주왕산은 한 때 석병산(石屛山)이라 불렸다.
    일주문도 사천왕도 없는 대전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보광전 앞뜰에 서 있는 2개의 석탑에 새겨진 조각과 주변에서 발굴된 유물을 종합해볼 때 통일신라시대로 추측된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친 화재로 본래의 건물은 남아난 게 없다. 복원된 당우도 보광전과 명부전이 전부일 뿐, 나머지는 주춧돌만 남아 있다. 그나마 새로 복원한 석탑에 맞춰 끼운 일부의 석재가 눈여겨볼 만하다.





바위들이 미로처럼 엉키고 얽힌 주왕굴
    대전사를 빠져 나와 1폭포를 향하는 길은 맑은 계곡이 자랑이다. 길은 시골길처럼 정겹다. 그러나 1km 가서 주왕암 갈림길에 서면 대전사에서 선보였던 주왕산의 헌걸찬 바위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자하교를 건넌다. 이 길을 따라 200m 가면 주왕암이다. 통일신라시대 창건됐다는 이 암자에서 50m를 들어가면 주왕굴이다. 바위들이 마치 석문처럼 마주본 채 서 있는데, 그 속으로 들어가면 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주왕암에서 1폭포로 가는 오솔길이 있다. 이 길은 계곡 왼편으로 난 주등산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사람 하나 간신히 오갈 수 있을 만큼 좁다. 대부분 큰 길을 이용하는 탓에 언제나 한갓지다. 이 오솔길의 즐거움은 또 있다. 길 중간에 마당바위를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다. 이 전망대에 올라서면 주방천 너머로 거대한 바위가 버티고 서 있다.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의 하프돔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 당당한 자태다.




산책은 3폭포에서 마치고, 산행은 더 가고

    두 길이 만나는 것은 학소대. 이곳부터 1폭포에 이르는 길이 주방천에서 가장 아름답다. 2폭포와 3폭포가 있지만 규모나 폭포를 감싼 바위들의 형국으로 보나 1폭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1폭포는 폭포의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러나 이 폭포를 감싸고 돌아나간 바위들이 예술이다. 마치 바위들이 비밀의 문처럼 우뚝 버티고 서 있다. 이 바위들은 주문을 잘 못 외우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인간이 나타나면 덜컹 하고 저절로 닫혀버릴 것처럼 은밀하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나오는 석문이 이처럼 생겼을 것이다, 붉은 바위 속에 숨겨진 비밀의 도시 요르단 페트라도 이처럼 은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사이로 선녀탕과 구룡소를 돌아 나온 계곡물이 새하얀 포말을 내뿜으며 바위 허리를 껴안고 쏟아져 내려온다. 1폭포를 지나면 길은 점점 오솔길로 변한다. 번잡한 길과 작별한다. 2폭포는 오른쪽으로 한발 비껴나 있다. 200m 가량 들어가면 2단으로 떨어지는 폭포와 마주한다.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의 복숭아탕과 흡사하다. 1단에서 떨어지는 폭포 아래가 마치 복숭아처럼 파여 있다. 그러나 1폭포와 비교하면 수수하다.


주방천의 백미는 학소대부터 1폭포까지

    갈림길에서 400m 더 올라가면 3폭포다. 잠시 갈등이 생기는 곳이다. 제대로 보려면 계곡으로 내려가서 봐야 한다. 그러나 올라올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게을러진다. 눈을 질끈 감고 무조건 내려가야 한다. 30m 높이의 3폭포도 2단으로 되어 있다. 주방천의 폭포 가운데 규모로 본다면 가장 크다. 이 폭포의 아름다움을 좌우하는 것은 수량이다. 여름철 소나기가 퍼붓거나 장마철에는 장쾌한 물줄기를 선사한다.3폭포를 지나면 다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온순한 계곡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대부분 발길을 돌린다. 산책은 여기까지다. 이곳을 지나면 계곡의 풍경이 시들해진다. 만약 제대로 된 산행을 하려면 더 가야 한다. 금은광이를 넘어 달기폭포로 갈 수 있고, 가메봉과 칼등고개를 거쳐 대전사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코스 모두 만만치 않은 수고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가는 길
    상의주차장에서 제3폭포까지는 편도 4km다. 그러나 오르막이 거의 없어 아이들도 편하게 갈 수 있다. 왕복 3시간이면 넉넉하다. 갈 때는 물과 도시락을 꼭 가져간다. 주왕암~학소대 구간은 주방천 계곡 오른쪽으로 난 오솔길로 걸어보길 권한다. 단, 오솔길이 가파른 산비탈을 가로질러 나 있어 어린이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로 나온다. 안동을 경유, 청송으로 가는 34번 국도를 타고 간 후 청송읍에서 주왕산까지는 914번 지방도를 이용한다. 주왕산만 갈 요량이라면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주왕산까지는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가 1일 6회 운행된다. 주왕산 입구에 캠핑을 할 수 있는 상의오토캠핑장을 비롯해 민박과 모텔 등 숙박시설이 많다. 주왕산온천관광호텔(054-874-7000), 금강장여관(054-874-2121).

    별미
    주왕산 동쪽에 있는달기약수터 주변에는 약수로 달여 내는 백숙이 유명하다. 약수터 주변의 식당 20여 집이 같은 메뉴를 내놓는데, 코스 요리로 나오는 ‘토종닭 불고기’가 인기다. 우선 닭고기를 다져서 고추장 양념에 무친 후 숯불에 석쇠로 구워내는 닭 불고기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다음으로 백숙과 죽이 함께 나온다. 달기약수를 넣고 푹 곤 국물이 진하다. 3명이 먹으면 적당하다. 가격은 3만원 내외다. 달기약수 닭백숙(054-873-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