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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가죽공예 이야기 ①

2018-08-16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꿈과 가죽공예 이야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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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국공예관에서 충북의 젊고 참신한 공예가 10인을 선정하여 “아름다운 쓰임“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하였다. 또한 좋은 기회로 전시연계교육을 하게 되었고 그 내용 안에는 작가와의 만남시간, 그리고 내가 전시한 가죽공예 작품의 부분적인 기법을 소개하는 체험수업이 함께 진행되었다. 사실 나 또한 전시회를 보러 가게 되어도 작품 위주로 미술관을 보고 나왔지 특정시간에 맞춰 내 시간을 내어 그런 자리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런 어려운 자리에 참가해주는 분들의 귀한 시간을 어떤 주제로 나 고은진에 대해 내 작품에 대해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고민 끝에 나는 ‘꿈과 가죽공예 이야기’를 주제로 하였다. 
    공방에서 한 대학생 친구와 수업을 하며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졸업반 친구였는데, 졸업전 준비에 바빴고 그 졸업전만 끝나면 그저 좋겠다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졸업전이 끝나면 생각하겠다한다. 꿈은 꾸는 건 나에게 사치라는 말과 함께. 또 한 친구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인데 전공이 잘 맞지 않아 바꾸고 싶어 했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과 꿈은 맞지 않는다며 꿈을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을 토로하곤 했다. 어쩌면 꿈에 대한 막막함이 당연한 20대가 아닌가 할 수 있겠지만, ‘역대 최악’의 취업률 속에 치열한 경쟁을 치러내야 하는 그들의 어깨는 참으로 안쓰러웠다.



아름다운 쓰임 전시에 '꿈과 가죽공예 이야기'라는 주제로 참여해 관객과 소통하고있는 스티치코 가죽공방 고은진 대표

    나와 나의 작품을 이야기만 하면 되는 시간이었지만, 나의 이야기에 빼 놓을 수 없는 꿈이라는 주제가 어쩌면 20대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나의 꿈과 가죽공예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나에게 ‘꿈’은 내가 그린 미래의 모습을 집약하는 단어이다. 처음으로 꿈이 생긴 그날은 초등학교 친구의 집에 놀러간 날이였다. 내 친구의 옷을 만드는 어머니의 모습을 계속 바라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렸지만 그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위해 옷을 만드는 정성을 그 시절 조금이라도 알아본 듯이 말이다. 자연스럽게 나의 꿈은 친구네 집에서 마주친 엄마의 정성을 딸에게 전해주듯 ‘옷을 만들며 정성을 전해주는 일’이였다.
    하지만 그런 느낌을 설명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었고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말하는 나의 꿈은 옷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바로 패션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선생님에게 물어봤던 것 같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고 대답해 주셨고, 난 운이 좋게도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였다. 동네에 미술학원 버스가 오면 무조건 올라탔다 학원비도 내지 않고 말이다. 그러다 결국은 미술학원도 다니게 되었고 학교에선 미술반 활동을 하고, 대회에서 상도 타고 시험을 치러 예술고도 갔다. 내가 본 하나의 아름다운 이미지는 나를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의 세계로 끌고 갔다. 이제 프로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대학에서 학위도 따고 취업도 해야 했고, 아.. 20대를 떠올리면 정말 아찔하다. 하지만 그 시절을 또 방황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내가 있었을까 싶으니, 어쩌란 말인가 20대는 좌충우돌과 시행착오로 가득할 수밖에 말이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20대에 원하고 꿈꾸던 패션디자이너가 되어 바쁘고 또 바쁘게 일을 배워나갔다. 갈 길은 멀기만 하고 나는 너무 치열했다. 꿈이란 단어도 잊고 살던 어느 날 왜 내가 이리도 바쁘고 고된 디자이너가 되려 했었나?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산다는 말을 그때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패션디자이너는 되었지만 내가 어릴적 눈으로 마주친 정성(지금은 그것이 가치로 해석되는)을 담아주는 나의 모습은 어디 있는가. 나는 그저 매일 열심히 일만하고 있었다. 초등학교때 본 친구 어머니의 정성을 담아 가치를 만드는 그 아름다운 모습은 껍데기로만 해석이 되어 난 잘 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획 또는 디자인해서 만든 옷들은 우리가 설정한 타켓 연령대의 이러 이러한 직종의 사람이 정말 입을까? 내가 만든 옷을 입은 그 누군가가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고민한 흔적을 조금이라도 기억은 해줄까? 실상 그들이 정말 그 옷을 입고 행복해 했는지, 마음에 안 들어 장롱 안에 모시고 있는지 정말 사람들이 찾고 원하는 디자인을 하고 있는지 그런 기획을 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진짜 꿈을 이룬 건지에 대해 조금씩 의심스러운 생각이 부풀어 가기 시작했다. 혹시 나는 그저 정해진 회사의 규칙을 지켜가며 일 하는 하나의 디자이너, 바쁜 일에 빠져  그 일에 쳐내는 데에 급급한 디자이너가 된 건 아닌지 하며 말이다. 그리고 그 염려가 사실이라는 것을 아는 데에는 긴 시간이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