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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계절을 겨울로 꼽지 못하는 아이들

2018-11-07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좋아하는 계절을 겨울로 꼽지 못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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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 이른 추위에 이미 10월부터 보일러를 튼 분들이 많으시죠? 기록적인 폭염이 지나가 겨우 한숨 돌렸더니 뼛속까지 시린 추위가 곁에 왔습니다.
    겨울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귤이나 고구마를 까먹으며 추위를 잊었던 기억, 올해도 꼭 오길 바랐던 산타할아버지, 듣기만 해도 겨울을 느끼는 크리스마스 캐롤. 가족과 함께 만들었던 반짝이던 트리.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녹여낼 추억 하나씩 꺼내다 보면 겨울이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아이었을 때 꺼내는 겨울의 따뜻한 추억들은 집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우리 곁에는 겨울에 오히려 ‘집에서 도망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무려 10%.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 10명 중 1명이 최저기준에 미달하는 열악한 집에서 생활하거나 지하, 옥탑방, 고시원, 컨테이너박스에서 살고 있습니다. 충북에만 27,363명의 아이들이 주거 빈곤 상태이고, 이중 22,727명은 최저기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원래 겨울에는 집에서 세수밖에 못해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중학생 영미(가명), 초등학생 영수(가명). 폐병으로 한쪽 폐를 제거한 할머니는 조금만 걸어도 가쁜 숨을 내쉽니다. 산소 관리를 해주며 월 5만원에 살고 있는 무허가 주택은 컨테이너박스로 만들어져 겨울에는 한기를 그대로 전해줍니다. 겨울마다 물이 얼어 차디찬 물에 세수가 전부인 외부의 좁고 어두운 화장실. 임시로 만든 재래식 화장실은 영미와 영수가 가장 싫어하는 공간입니다.
    새벽 4시까지 공부하는 영미. 박지성 선수 같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영수. 아이들의 꿈이 겨울의 찬기 때문에 사그라지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어요. 올 겨울은 따뜻한 물로 세수할 수 있도록, 학교에 다녀와서 꽁꽁 언 손발을 사르르 녹일 수 있도록 창고 한 가득 연탄을 이 아이들에게 선물해주세요.




10식구가 겨울을 버티는 한 장의 전기장판

    1살부터 18살. 8명의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는 시골의 작은 집. 교통사고 이후 찾아오는 극심한 통증으로 아빠는 고물을 파는 일로 삶을 버티고 있습니다. 지속해서 나타나는 염증 반응으로 갓 태어난 막내에게 모유 한번 줄 수 없는 엄마. 그런 엄마를 이해해주듯 1살 아가는 방긋방긋 웃어 보입니다.
    어렵게 지원받아 이사 온 지금의 집은 아이들에게 위험한 공간이 많지만 국가보조금으로 10식구가 삶을 유지하기에도 어려워 방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추워진 날씨에 10식구가 의지하는 건 전기장판 하나. 1살 막내가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인 엄마는 여러 겹의 이불과 옷으로 아이에게 온기를 전합니다.
    1살 아가가 여러 겹 이불의 온기가 대신 집안의 따뜻한 온기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10식구가 겨울을 떠올리면 가족의 행복을 추억할 수 있도록 올 겨울 하원(가명)이네가 키다리아저씨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기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에서 ‘따뜻한 겨울나기’를 준비합니다. 모이는 따뜻한 후원금을 도움이 필요한 충북의 1000여명 아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에요.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정성은 연탄, 기름, 전기장판, 겨울옷이 될 난방비가 되며, 한 가정 당 30~50만원씩 지원됩니다. 




    남극, 황제펭귄이 서로의 체온으로 극한 추위를 이겨내는 ‘허들링(Huddling)’ 펭귄 무리 전체가 한데 모여 체온을 나누며, 바깥쪽에 있는 펭귄들이 체온이 떨어질 때 서로의 위치를 바꾸면서 한겨울의 추위를 ‘함께’ 견뎌내는 방법입니다.
    겨울을 시작하는 오늘, 황제펭귄의 더불어 사는 지혜를 우리 가까이에 추위로 겨울을 무서워하는 이웃과 아이들에게 마음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요? 허들링처럼 작은 몸짓이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한다면 ‘남극처럼 살벌하게 느껴지는 추위’ 조차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행복을 떠올릴 수 있는 따뜻했던 추억’이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