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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위에 펼쳐진, 우리 문화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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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위에 펼쳐진, 우리 문화
'위대한 문화유산 한식'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한식
    대체 우리 음식은 어떤 것일까? 뉴욕의 어떤 음식평론가는 한식을 두고 “이렇게 훌륭한 음식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불가사의하다.”고 했다. 한식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왔기 때문에 그 문화적 총량은 대단한 것이다. 우리 음식은 시대를 달리하면서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그래서 전통 한식으로 생각되는 음식들 가운데에는 근세에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현재 한식의 대표 주자처럼 되어 있는 요즘 먹는 배추김치는 만들어진 지 100여 년밖에 되지 않은 새로운 음식입니다. 불고기나 삼겹살은 1960년대 이후에 생겼으니 역사가 더 짧다.
    한식은 많은 특징들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된장이나 김치와 같은 발효음식이 특히 발전해 있는 것은 우선적으로 꼽히는 특징이다. 발효음식은 영양이나 건강 면에서 매우 뛰어난 효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더 각광받을 음식이다. 그런가 하면 한식은 음식을 섞어서 비비고 삶고 하는 것이 유달리 많은 음식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국제적인 음식에는 비빔밥이 있고, 서민적인 음식으로는 설렁탕이나 각종 매운탕들이 있다. 아울러 육식보다는 채식을 선호하는 것도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 고추를 사용해 매운맛을 즐기는 것도 그 특징에서 제외할 수 없다. 고추는 잘 알려진 것처럼 임란 이후에 일본에서 수입되었고, 그 이후 한국 음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그런 까닭에 한국음식의 대가였던 강인희 교수 같은 분은 이 이후에 한국 음식이 완성되었다고까지 말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탁을 보자. 고추가 들어간 반찬이 항상 반 이상이다.


우리 음식은 밥을 먹기위해 차려진다
    우리 음식의 특징을 보려면 이와 같이 한이 없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니 더 복잡하다. 그러나 여간 해서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특징이 있다. 이제 그것에 대해 보고자 한다. 우리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밥을 먹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식은 모든 것이 밥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유를 든다면 밥은 왕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국은 왕비라고나 할까? 그리고 장류나 김치는 영의정 같은 조정 대신이라고 할 수 있다. 나머지 반찬들은 그 밑에 있는 관리의 역할을 한다고 해야겠다.
    한식은 여기에 가장 중요한 특징이 있다. 한식의 상차림은 보통 ‘공간전개형’이라고 한다. 한 상에 다 차려놓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서양식이나 중국식은 ‘시간전개형’이다. 이 두 가지 형식이 어떻게 다를까? 양식은 각각의 음식이 시간을 두고 한 접시씩 나오지만 한식은 한꺼번에 차려놓고 먹는다는 것이다. 한식에서 모든 반찬이 다 나열되는 것은 밥과 같이 먹기 위해서 이다.
    그렇게 한 상을 차려놓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수저로 음식을 먹는다. 여기에 한식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즉 겸상을 하는 것이다. 상 하나를 두고 여러 사람이 반찬을 이런 식으로 공유하는 것은 다른 나라 음식 전통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물론 한국에도 외상 혹은 독상의 전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특별한 경우에는 외상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그림은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관리가 새로 부임했을 때 그 지역의 노인들을 초빙해 접대하는 잔치를 묘사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비싼 한정식 집을 가보면 전래의 공간전개형보다는 서양식을 따라 시간전개형으로 서빙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수프부터 먹는 서양식을 따라 죽을 먼저 먹고 각각 음식을 단독으로 들다가 마지막에 밥과 국을 먹는다. 하지만 양식의 시간전개형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왜냐하면 양식은 음식을 먹는 데 자유가 속박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한식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기호에 따라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다는 것
    한식의 최고 장점 중에 하나는 자신이 그때그때 기호에 맞게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채소가 당기면 나물이나 김치를 먹으면 되고 고기가 먹고 싶으면 생선이나 불고기를 먹으면 된다. 그러나 양식은 그게 안 된다. 자신의 자유나 창조 정신을 발휘할 수가 없다. 샐러드가 나오면 그것만 먹어야 하고 스테이크가 나오면 고기만 먹어야 합니다. 양식에서는 채소와 고기를 같이 먹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음식은 고기를 먹을 때 김치나 마늘, 쌈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곁들일 수가 있다. 고기는 전적으로 이런 채소와 먹어야 하거늘 양식은 이런 자유를 완전히 빼앗아 간다. 고기만 먹는 게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닐까? 양식처럼 한 디쉬(dish)만 먹는 것이 서양 문화에 경도된 사람들에게는 멋있게 보일는지 모르지만 제 눈에는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음식을 주체적으로 먹어야지 왜 주는 대로만 먹느냐는 말이다.
    물론 공간전개형인 한국 음식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음식의 온도 문제인데 음식이 항상 깔려 있으니 곧 식게된다. 어떤 음식은 식으면 맛이 없어질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여러 명이 같이 먹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있다. 같은 음식에 수저를 대기 때문에 비위생적일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찌개 같은 음식을 먹을 때 여러 명이 자기 숟가락을 담그는 것은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다. 그러나 이런 단점들을 잘 고친다면 한식은 분명 경쟁력 있는 음식임에 틀림 없다.

수저를 사용하는 이유는 찌개나 국을 좋아하는 특성 때문
    그 다음 특징은 먹는 도구와 관계된 것이다. 한식은 포크와 칼을 사용하는 양식과는 달리 수저를 사용한다.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중국이나 일본도 우리와 같이 젓가락은 사용합니다만 숟가락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숟가락을 중시하는 이런 면도 우리 음식 문화의 독특한 면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왜 숟가락을 애용할까?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국과 찌개 때문이다. 한식에서 국은 서양식에서처럼 반찬 급의 부식(副食)아니라 주식(主食)이다. 한국인들은 예부터 개인적으로는 국을, 집단적으로는 찌개 먹기를 아주 좋아했다. 설렁탕이니 김치 찌개니 하는 한국인들의 애호 음식을 보면 한국인들이 국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생선회를 먹을 때에도 마지막에는 반드시 매운탕을 끓여 먹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보다 뜨듯한 국물을 더 좋아하는 민족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우리 음식 사랑에서 시작한다
    지금 정부에서는 한식을 세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우리부터 제대로 된 한식을 먹어야 하고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연구도 턱없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한식을 취급하는 곳도 많지 않다. 한식을 세계화하기 이전에 우리부터 우리 음식을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