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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테이 공간으로 거듭나다

2020-02-25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초롱이네도서관 개관 21주년
북스테이 공간으로 거듭나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1999년 1월 말 문을 열어 개관 21주년을 맞이한 초롱이네도서관(청주시 상당구 용암북로 4번길 38, 관장 오혜자). 원봉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초롱이네도서관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으로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0년 전 아파트 거실에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초롱이’라는 딸아이와 그 친구들이 함께 책을 읽게 했던 것이 시초가 됐다.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초롱이와 함께 했던 친구들은 이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2000년 3층까지 통나무집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이어온 초롱이네 도서관은 시간이 지나다보니 낡아서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지난 2017년 씨앗도서문화재단이 지원한 작은도서관 지원 기금과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기울어졌던 도서관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초롱이네도서관은 청소년, 성인까지 범위를 확장하게 됐다. 오혜자 관장 식구가 살았던 3층까지 공간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1층에는 어린이 그림책과 청소년책을 볼 수 있는 공간과 사무실이 위치해 있고, 2층에는 어른책과 30명 정도의 인원이 교육이나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작은 카페가 마련돼 있다. 3층은 북스테이 전용 공간으로 10명까지 사용할 수 있고 작은방 2개와 거실과 부엌, 큰방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게 북스테이 공간으로 대관을 시작한 것은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후 2018년부터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인문학공간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북스테이를 즐기며 도서관에서 추억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충주, 진천, 보은 등에서 독서캠프를 오기도 했으며 학교에 도서관 사서 교사가 있는 곳에서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이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혜자 관장은 “완벽한 숙박시설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추억만들기 프로젝트로 찾는 분들의 ‘가심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된 이후 작은도서관 개선 관련 전국에서 벤치마킹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는 개관 20주년을 맞아 도서들을 정리하고 기록하다보니 등록자료만 1만4천권에 이르렀다. 작은도서관의 역할은 많은 책을 소장하는 것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책을 접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지는 책 등은 정리해 1만권으로 정리해 쾌적한 공간을 유지하고 있다.
    초롱이네도서관은 20년이란 시간동안 다양한 책문화 활동과 아카데미 운영, 문화사업을 진행해 왔다. (사)어린이도서연구회 대전충북지부 청주지회를 운영하며 마음을 담아 손으로 직접 만드는 책문화활동, 세밀화모임 :     ‘풀꽃과 놀아요/사계절’의 박신영 작가의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화(花,畵,和)가 난다’ 프로그램, 문화소외지역의 어린이들을 찾아가 책을 읽어주는 활동, 동화속 주인공이 돼 만나는 가을동화잔치가 그것이다.
    또한 인문학 강좌와 도서관에서 하는 여러 가지 책문화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초롱이네도서관 회원은 별도의 가입비나 회비 없이 1회에 3권까지 2주간 대출 가능하고 도서관 이용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북스테이는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별도로 문의하면 된다. 전화 043-296-5050.


 
초롱이네도서관 관장 오혜자 인터뷰 “100년 가는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어요”
    “먼저 공간과 만나고 익숙하게 하는 것,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공간에 머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혜자 관장은 학생들에게 편안하게 책과 친해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도서관 곳곳에 스탬프를 비치해 두고 처음 방문해 어색해하는 친구들에게 도서관 구석구석 공간과 친해지는 놀이부터 접근하게 한다. 곳곳에 놓여 있는 캐릭터 인형과 소품들도 만지면서 공간과 친해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저희 도서관도 외부지원사업으로 도움을 받아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소외된 곳에 찾아가 책 읽어주기 ‘찾아가는 이야기 선생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부방 아이들은 책 읽어주는 경험을 못해본 친구들도 많아요. 한 기관에 3~4명이 1조로 방문해 책 읽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각장애 학생들이 있는 성심학교에 찾아가 구화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활동을 한지도 벌써 8년.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줄어 찾아가는 책읽어주기가 힘들게 됐지만 그동안 해왔던 것을 접기에는 아쉬워 힘들지만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오 관장은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며 “조금씩 지역과 마음을 열어나갔던 자세를 생각하며 젊은 세대 엄마들에게도 가치 철학을 함께 나누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 관장은 차근차근 지나왔던 것을 새겨보고 이어갈 것은 이어가고 정리할 것은 정리해보자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오 관장은 또 “책 읽기에 조금 더 주력하자”고 강조하며 “책을 읽고 싶은 공간의 역할, 머물고 싶은 독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어느 사이에 오래된 추억이 깃든 공간을 잘 보존하는 것이 하나의 큰 책무가 됐다는 오 관장.
    오 관장은 “도서관 처음 설립부터 외벽 플래카드로 붙여놨던 ‘100년 가는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초심으로 다음 세대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