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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옥수수’로 이룬 6차 산업의 본보기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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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귀농인
‘팝콘옥수수’로 이룬 6차 산업의 본보기
'손병용 내포긴들영농조합 대표'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업과 2차 산업인 가공 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융합한 ‘농촌융복합산업’을 뜻한다. 팝콘옥수수의 재배와 가공, 제품 유통과 판매 그리고 체험 활동까지. 6차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내포긴들영농조합의 손병용 대표를 만났다.


 
Q. 귀농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초등학교 2학년까지 이곳 충주에서 살다가 서울로 올라가 30년을 살았어요. 서울에서 매장 2개를 운영했는데 관리인이 따로 있어서 시간 여유가 있었죠. 2008년경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도시민 대상 귀농 교육이 있었는데, 저는 언젠가 아버지가 계신 고향에 와야지 생각하던 중이어서 ‘이참에 배워보자’ 하고 참여했어요. 당시 4개월 동안 숙박하면서 농사도 배우고 현장 실습도 하고 성공한 체험 마을도 방문하는 등 좋은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 많은 것을 보며 ‘나도 충주에서 이런 걸 해봐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어 2008년 귀농했습니다.
Q. 처음엔 어려운 점이 더 많았을 것 같아요.
    막상 내려와 보니 현장 실습과 실제 귀농 생활은 전혀 달랐어요. 너무 막막해서 몇 년간 방황했죠. 더 배워야겠다 싶어서 농업벤처대학에도 다녀봤고요. 열심히 이곳저곳을 오가다 보니 주민분들이 좋게 봐주셨는지 2012년 말쯤 마을 이장을 시켜주셨어요. 그래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체험 마을을 만들어보자고 다짐했죠. 그런데 그러려면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존재가 필요하니 영농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 근방에 들이 길게 나 있어서 마침내 주민들에게 출자를 받아 2013년 내포긴들영농조합을 구성했습니다.


 
Q. ‘팝콘옥수수’를 선택하신 이유?
    국내 팝콘옥수수 시장이 8,000억 원 규모라고 하는데, 그동안은 거의 99%를 미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었어요. 그러다 2013년 강원도농업기술원 옥수수연구소에서 국내산 팝콘옥수수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당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국내산 팝콘옥수수 확산을 위해 재배에 참여할 농가를 구하고 있었죠. 그때 저는 다양한 작물 재배를 시도하면서 실패도 많이 겪은 때여서 기꺼이 지원했습니다.
Q. 사과팝콘은 처음 봤어요.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한창 방황하던 2010년쯤 충주 하면 사과여서 밭에 사과도 심었어요. 사과는 심은 지 3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으니 2013년 사과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죠. 그런데 수확을 앞둔 어느 가을날 돌풍이 불어 사과가 다 떨어졌어요. 크기와 맛에 상관없이 떨어진 과일은 상품 가치가 없으니 저는 모두 내다 버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내가 아깝다며 모두 효소로 만든 거예요. ‘청’이라고 부르는 효소가 유행하던 때였거든요. 그런데 그 많은 사과 효소로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니까 제가 잠든 사이에 아내가 이것저것 시도한 모양이에요. 그러다 우연히 팝콘에 효소를 발라 먹어 보니 맛이 괜찮아 레시피를 발명하게 됐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은 거예요. 그 이후 사과팝콘으로 상도 많이 받고 제조 공장도 짓고, 천천히 성장을 거듭하게 됐습니다.


 
Q. 고추팝콘, 우유팝콘의 탄생 일화도 궁금해요.
    사과 외에 충주에 많은 것이 고추와 원유인데,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고추와 원유를 가져다 팝콘에 접목해보니 맛이 좋더라고요. 고추는 수확 시기를 놓치면 상품 가치가 없어지고, 원유도 기준 원유량인 쿼터를 넘으면 값이 확 내려가요. 사과도 그렇고, 고추도 원유도 품질이나 먹는 데는 이상이 없는데 겉모양이나 기준 때문에 판매조차 할 수 없다는 건 농민에게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이런 고추나 원유를 저렴하게 구매하고, 농민 분들은 수익을 창출하면서 서로 ‘윈윈’하고 있습니다.
Q. 귀농인에게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사실 포털 사이트에 ‘귀농 교육’을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져요. 그런데 현실은 교육과 달라서, 저는 귀농인에게 가장 필요한 게 ‘선생님’인 것 같아요. 요즘은 정부 기관에서 ‘멘토-멘티’ 제도도 많이 운영하고 있으니 이런 제도를 적극 활용해 선진 농업인에게 실전 기술을 배우면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귀농 후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결정했다면 지자체나 지원센터 등에 문의해보세요. 막연히 “귀농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라고 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겠지만 “이 지역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싶은데 선생님을 소개받고 싶습니다”라고 하면 전문 농업인을 소개해주신다거나 관련 정보를 자세히 알려주실 겁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조합 수익으로 주민들과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가는 게 목표였는데, 그 꿈은 이미 이뤘어요. 이제 목표는 우리 마을의 긴 들판이 팝콘옥수수로 가득 차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국내산 팝콘옥수수도 기계화, 대량화가 가능해져 미국산 팝콘옥수수에 대항하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죠. 8,000억 원 규모인 팝콘옥수수 시장 중 10%만이라도 국내산이 차지하게 된다면 그만큼 수입 대체 효과가 나오고 농가 소득도 향상될 테고요.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도 우리 영농조합의 시스템을 활용해 특산물 팝콘을 만들 수 있도록 기술력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TIP] 손병용 대표가 말하는 귀농 시 유의 사항
    아주 드물게는, 도시에서 소위 ‘엘리트’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귀농·귀촌할 때 ‘나는 원주민들과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생각은 농촌 생활에 적응하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귀농을 결심했다면 최소한 귀농 교육을 단 한 시간만이라도 받길 권한다. (글 이선 / 사진 박정우)
    귀농귀촌종합센터 www.returnf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