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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요즘도 걱정해야 하나요?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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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요즘도 걱정해야 하나요?
'구충제를 먹여야 할까요?'

    보호자들도 간혹 이런 질문을 하면서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생활환경이 전반적으로 나아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기생충 감염은 결코 무시할 수만 없는 이슈입니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생활환경 개선 및 위생 관념의 향상이 이루어지면서,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기생충 감염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보건당국의 1차 전국 장내 기생충 감염 실태 조사가 이루어진 1971년에 84.3%에 달했던 기생충 양성률은, 2012년에 실시된 8차 조사에선 2.6%로 낮아졌는데요. 특히 회충, 편충, 구충 같은 토양 매개성 기생충은 감염률이 0.3% 미만으로 격감하였습니다. 
    하지만 간흡충이나 고래회충처럼 음식물을 매개로 감염되는 기생충, 감염자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요충과 머릿니 등은 요즘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충과 머릿니는 보육 시설이나 학교 등에서 단체로 생활하는 아이들이 꽤 흔히 감염되는 기생충인데요. 해외여행에서 기생충에 감염된 채 귀국하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근절되었다가 1993년부터 휴전선 부근에서 재유행하기 시작한 말라리아 역시 기생충 질환에 해당합니다.
    백분율 상으로는 급격히 줄어든 게 맞지만, 이를 인구로 환산하면 2010년대의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100만 명이 넘는 기생충 감염자가 존재하는 셈인데요. 위생환경이 좋아진 요즘까지 왜 기생충 감염이 남아 있을까요?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채소나 육회 등 익히지 않은 고기를 즐기는 풍조, 해외여행의 증가, 영유아기부터 이루어지는 단체 생활,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의 증가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 외출 후에는 손을 반드시 씻는다.
    - 민물생선이나 포유류의 고기 또는 내장을 날 것으로 먹지 않는다.
    - 채소는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은 뒤에 먹어야 한다. 특히 미나리는 간질충의 중간 숙주이므로, 반드시 익혀서 먹여야 한다.
    - 애완동물이 산책 중 땅에 떨어진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고, 애완동물의 대변을 치운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구충제를 꼭 먹어야 하나요?
    보육 시설에 다니는 영유아와 그 가족,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족, 생식을 즐기는 가족 등은 매년 봄과 가을에 두 번 정도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흡충, 폐흡충, 주혈흡충 등에 사용되는 치료제(디스토시드정®)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지만, 요충이나 회충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 의약품 구충제(메벤다졸, 알벤다졸)로 퇴치할 수 있습니다. 구충제는 공복에 복용해야 사멸 효과가 더 높으며, 가족 구성원이 모두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머릿니는 주로 감염자와의 접촉(head-to-head contact)을 통해서 감염되며, 감염자가 사용한 모자나 스카프, 빗, 수건 등의 매개체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주로 3~10세 소아와 그 가족이 흔히 감염되며, 보육시설이나 학교 또는 캠프 등에서 감염자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됩니다.
    남아보다 여아에서 더 흔하게 감염되는데, 이는 머리 길이 때문이 아니라 여자아이들이 친구들과 놀 때 남자아이들보다 더 밀접한 접촉을 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합니다. 개인위생이나 청결 정도와는 상관없으며, 모든 사회 계층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도 꽤 흔한 편이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도 흔히 발견됩니다. 
머릿니는 어떻게 제거하나요?
    머릿니에 감염되었을 때 주증상은 가려움증으로, 머릿니가 흡혈할 때 주입되는 침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유발됩니다. 머릿니에 처음 감염된 경우, 침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기까지 4~6주 동안은 대개 가렵지 않습니다. 머릿니는 몸니와 달리 다른 병원체를 매개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진단법은 살아있는 머릿니를 확인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머릿니보다는 서캐(충란)를 확인하는 쪽이 더 쉬운 편입니다. 머릿니를 없애는 데는 살충제를 쓰는 방법과 물리적으로 머릿니와 서캐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1) 이 살충제
    소아과 교과서(홍창의 소아과학)에는 퍼메트린 1%가 머릿니 감염 치료의 최우선 선택약이라고 되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퍼메트린 5% 제제(오메크린크림®)만 나옵니다. 퍼메트린 5% 제제는 원래 옴 치료에 사용하는 약제로서 머릿니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지는 못했으나 머릿니 감염 치료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머릿니 치료에 보험이 적용되는 약제 중, 생산 중인 것은 신신린단액®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중추신경계 독성이 있고, 소아에서 심한 경련을 한 증례가 보고된 바 있어서 사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보험적용이 안 되는 일반약인 라이센드플러스액(피레트린엑스 0.66g/100g, 피페로닐부톡시드 4g/100mL)은 소아(2세 이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약제는 샴푸 형태로 되어 있는데, 마른 모발에 바르고 10분 후에 헹구면 됩니다. 서캐 살충력은 70~80%이므로, 7~10일 후에 반복 치료해야 하지만, 국화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2) 물리적 제거법
    물리적으로 머릿니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젖은 머리를 촘촘한 빗으로 빗어 내리는 방법을 말합니다. 참빗으로 머리를 빗어 머릿니를 제거했던 우리의 전통적 방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이 살충제를 사용할 수 없는 2세 미만의 소아에서는 유일한 치료법입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2주 동안 실시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할수록 치료율이 더 높아집니다. 
    요충(Enterobius vermicularis)은 사람에서 가장 흔한 접촉 감염성 기생충으로, 성인보다 소아에서 감염률이 더 높습니다. 열대 지방보다는 온대, 한대 지방에 더 많으며,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도 흔한 기생충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조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유치원 또는 초등학생에서 10~20% 정도의 감염률을 보일 정도로 흔합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야간에 항문 주위가 가려워지는 것입니다. 이는 암컷이 밤에 산란하기 위해 항문으로부터 주위 피부로 기어 다닐 때 가려움증이 유발되기 때문입니다. 또 경미한 복통, 메스꺼움, 구토, 설사, 식욕 부진 등의 소화기 증상도 나타납니다. 이러한 신체적 증상 외에도 집중력 저하, 주의력 산만, 학습력 저하, 불안감, 불면증, 야뇨증 등의 증상도 생길 수 있습니다.
소아에서 가장 흔한 기생충 감염 - 요충증
    요충은 장 내에서 산란하지 않기 때문에 대변에서 충란이 검출되지 않아 대변검사는 부적합하며, 셀로판테이프를 이용해 항문 주위 피부에 묻은 요충란을 검출해내는 항문 주위 도말법(anal swab)이 가장 효과적인 진단법입니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메반다졸(100mg)이나 알벤다졸(400mg)로 치료하는데, 3주 간격으로 최소 3회 반복 투약해야 합니다. 그리고 감염자를 비롯한 가족 또는 반 구성원 모두를 동시에 치료해야 합니다. 또 목욕과 손 씻기를 철저히 하고 손톱을 잘 깎아주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