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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매화향에 봄이 무르익다

2021-05-20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떠나요 농촌으로
고운 매화향에 봄이 무르익다
'양주 맹골마을'

    매화잎을 닮은 다섯 개의 산봉우리 사이에 자리한 아늑한 마을. 예로부터 이 고장을 맹골마을이라 불렀다. 기름진 땅에서 풍요로운 곡식이 자라니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전통과 문화를 만들어 갔다. 켜켜이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옛것’을 소중히 여기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맹골마을. 그곳에 가면 넉넉한 마음을 품고 사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 


‘이웃사촌’이 어깨 붙이고 사는 마을
    동서남북 사방이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아늑하고 아담한 맹골마을. 마을을 감싼 다섯개의 산봉우리가 마치 떨어지는 매화잎과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봄이면 꽃망울튼 고운 매화가 모두에게 모자람 없이 봄을 알리는 곳. 양주시 남면 매곡리에 위치한 맹골마을은 80여 가구가 이 집, 저 집 어깨 붙이고 사는 마을이다. 얼핏 보기엔 시간마저도 느리게 흘러가는 고요한 마을처럼 보이지만,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개인지부터 오늘 저녁 밥상에는 무슨 반찬이 올라올지까지 속속들이 아는, 사람 사는 재미가 쏠쏠한 고장이다. 맹골마을에서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문헌상으로는 340년 전 맹골마을에 수원 백씨가 처음 자리 잡았다고 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외지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마을 주민의 60%는 수원백씨다. 마을 곳곳에 세워진 이정표에는 마을 주민들의 이름이 정성스레 새겨있는데, ‘백씨’가 아닌 다른 성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랜 세월 한 성씨가 모여 살다 보니, 이곳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항렬에 따라 존댓말을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일손이 필요할 땐 주저 없이 힘을 보태고, 슬픈일도 기쁜 일도 함께 나눈다. 진정한 의미의 ‘이웃사촌’이다. 


젊은이들이 일궈낸 전통의 맛
    맹골마을은 예로부터 쌀과 콩 농사를 생업으로 삼아왔다. 넓은 평야 지대는 아니지만, 맑은 공기와 기름진 땅에서 정직한 사람들이 땀 흘려 일하며 키운 곡식들은 어디 내놔도 부족함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 마을을 이끌던 장년들이 노년에 접어들면서, 벼가 익고 콩이 자라는 풍경도 하나둘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마을에 변화가 시작된 건, 맹골마을에서 나고 자라 타지로 나갔던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오면서부터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 설계 일을 하던 백종광 씨가 맹골마을로 돌아온 건 10년 전, 마을에 ‘전통발효체험장’사업이 시작될 무렵이다. “농업기술센터 지원으로 전통발효체험장을 만드는 사업을 하게 됐는데, 어르신들이 하시기엔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어요. 그래서 사업 진행 과정부터 체험장 설계까지 도와 드리다 보니, 어느새 운영까지 맡게 되고 다시 맹골마을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콩을 삶는 것부터가 난항이었다. 어린 시절 메주를 빚던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마을에는 백종광 씨를 도와줄 지원군이 얼마든지 있었다. 시할머니에서 시어머니로, 다시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에게도 전수된 전통 방법을 손끝에 단단히 거머쥔 마을 어르신들. 덕분에 전통발효체험장 항아리에는 맹골마을 어머니들의 손맛이 담긴 전통장이 맛있게 익어가는 중이다. 맹골마을을 든든하게 지키는 장승과 가가호호 세워져 있는 나무 문패는 백의열 씨의 솜씨다. 백의열 씨 역시 도시로 나갔다가 10년 전쯤 다시 돌아와 마을에 작업실을 차렸다. 전공을 살려 조각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미술체험장을 운영하며 마을에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정겨운 외할머니집 같은 곳이 되길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는 어르신들의 지혜에 젊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더해지자, 마을은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맹골마을이 행정안전부 주관 ‘접경지역 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변화에 속도를 더했다. 전통 발효음식 체험과 미술 체험을 비롯해 전통주 만들기 체험, 목장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치즈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마을의 잣나무숲에서는 숲 체험이 진행되는데, 맹골마을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는 어르신들과 숲을 거닐다 보면 시간을 여행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가족 단위로, 혹은 친구 연인과 함께 맹골마을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면서 ‘민박’을 운영하는 가구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누리는 푸근한 인심과 따뜻한 정은 도심 속 세련된 숙박시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다. 뒷마당에서 텃밭의 채소와 함께 즐기는 바비큐는 맹골마을에서만 누릴 수 있는 덤이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맹골마을 어르신들이 오랜 세월 지켜온 마을의 전통, 그리고 넉넉한 인심과 따뜻한 정은 후대에도 물려줄 수 있도록 잘 지켜나가겠습니다. 우리 맹골마을이 분주한 일상을 내려놓고 몸과 마음에 쉼을 누릴 수 있는, 정겨운 외할머니집 같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TIP
    <쌀’을 활용한 전통주 체험 + 전통주 ‘맹골향’ >
    맹골마을에는 조선시대 마지막 국모였던 명성황후가 은신처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백수현 가옥이 있다. 백수현 선생의 큰어머니는 수라간의 마지막 나인이었는데, 궁중에서 배우고 익힌 솜씨를 자손들에게 전수하여 현재까지 가문의 내림주로 전해지고 있다. 백씨가문의 내림술은 밀 누룩을 사용하는 기존의 가양주와는 달리, 벼로 만든 누룩과 찹쌀, 물, 이 세 가지만으로 제조하여 색깔이 맑고 향이 좋으며 도수가 높다. 지금은 김영자 명인이 가문의 내림주를 계승하고 있으며, 전통술 담그기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전통주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이 오롯이 담긴 내림주 브랜드 ‘맹골향’을 개발, 판매를 앞두고 있다.



    <‘콩’을 활용한 전통 발효음식 체험 + 전통장> 
    맹골마을에서 자란 콩의 맛있는 변신을 경험할 수 있다. 맹골마을에서 생산되는 메주는 100% 햇콩만을 원료로 손으로 빚어낸다. 방부제, 인공색소, 화학조미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순수 건강식품이다. 여기에 맑은 공기와 바람, 정성 어린 손길이 더해지면, 된장과 간장, 고추장이 탄생한다. 맹골사랑에서는 직접 전통장을 만드는 체험도 가능하다. 맹골마을 백종광 대표와 함께라면 누구라도 맹골마을 전통 장의 맛을 충분히 구현해낼 수 있으니, 솜씨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자연을 누릴 여유로운 마음과 정성만 있으면 충분하다. 
    <‘자연’을 활용한 미술체험 + 카페> 
    올해 새순이 돋을 때쯤 문을 연 ‘문화쌀롱’은 오픈과 함께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카페 곳곳에 자리한 도자기 그릇은 백의열 사장의 솜씨다. 또 인근에 자리한 백의열 사장의 작업 공간에서는 맹골마을의 깨끗한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통해 창의적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미술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천연염색, 목공체험, 조각체험 등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곧 문화쌀롱에서도 도자기 체험이 진행될 예정이라니, 예쁜 공간에서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흙을 빚어 보는 것도 좋겠다. 
    ※ 체험 신청 : 맹골마을 홈페이지 mengol.invil.org
    ※ 현재는 코로나19로 체험이 유동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사전 문의 후 방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