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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하면 충치균이 옮을까?

2021-09-03

라이프가이드 건강헬스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어린이/청소년)
뽀뽀하면 충치균이 옮을까?
'뽀뽀를 하지 않으면 충치균은 옮지 않을까?'

    얼마 전 뽀뽀를 하면 아기에게 충치균이 옮는다는 말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는 충치균이 존재하지 않지만 부모가 뽀뽀를 통해 아기에게 충치균을 옮기기 때문에 뽀뽀를 하지 않으면 아기에게 평생 충치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솔깃한 내용이긴 하지만, 잘못된 정보입니다.
    뽀뽀를 하면 아기에게 충치균이 옮습니다. 그런데 충치균만 옮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입속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세균들이 살고 있고, 그 종류도 최소 700가지 이상입니다. 그래서 뽀뽀를 하면 충치균 뿐만 아니라 세균총이라고 부르는 수백 가지 종류의 세균 집단이 통째로 옮겨 갑니다.
    그럼 뽀뽀를 하지 않는다면 이 세균 집단이 옮겨지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부모가 입을 만지고 나서 만진 집안의 모든 물건들을 아기가 만지고 그 손을 입에 가져가면 세균 집단이 옮겨갑니다. 부모가 까꿍~! 할 때 튀는 침이 아기의 입 속에 들어가면 세균 집단이 옮겨집니다. 아기를 무균실에 가두어 키우지 않는 한, 함께 생활하는 부모의 세균집단은 수많은 경로를 통해 결국 아기에게 옮겨가게 됩니다. 연구된 그 수많은 경로 중에 부모의 뽀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보도한 것이 결국 ‘뽀뽀를 안하면 충치균도 옮지 않는다’라는 내용으로 와전된 것입니다. 마치 아이들의 충치가 모두 부모의 뽀뽀 탓인 것처럼 말이죠.



    충치균을 아기에게 감염시키지 않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가능하다 쳐도 부모의 세균집단을 아기에게 옮기지 않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은 아닙니다. 부모의 세균 집단은 아기에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거기에서 아기들은 아직 몸에 갖추고 있지 않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유익균과 면역물질들을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마음껏 뽀뽀를 해도 되는 거냐고요? 그렇습니다. 뽀뽀해도 됩니다. 대신 위생관념이 중요합니다. 세균집단이란 것은 좋은 세균들과 나쁜 세균들이 균형을 이룬 집합체입니다. 좋은 세균이 더 많이 살면 면역력이 뛰어난 건전한 균형을 이룬 세균 집단입니다. 반대로 나쁜 세균이 더 많이 살면 면역력이 약한, 질병을 유발하는 나쁜 균형을 이룬 세균집단입니다. 이 균형은 건강한 생활 습관과 깨끗한 환경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깨끗한 환경에서 잘 씻고 건강하게 사는 부모의 침 속에는 좋은 균형을 이룬 세균 집단이 존재합니다. 반대로 더러운 환경에서 살면서 건강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부모의 침 속에는 나쁜 균형을 이룬 세균 집단이 존재합니다. 부모는 아기에게 이 세균집단을 감염시킴으로써 자신의 면역력 집합체를 물려주게 됩니다. 아이들 입 속의 세균집단은 80% 이상 부모 입속의 세균 집단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결국 부모가 위생적으로 건강하게 살아야 아이에게 건강한 세균집단과 면역 체계를 물려줄 수 있는 것입니다. 
    "선생님, 충치도 유전인 거죠? 아유 우리 집은 대대로 이가 약해서 우리 애도 충치가 너무 잘 생겨요. 이를 잘 닦는데도 그러네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인간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유전의 결과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의 아이들 입속을 보면 십중팔구 위생이 좋지 않습니다. 양치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다. 부모님들도 함께 검진해 보면 마찬가지로 위생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충치도 많습니다.
    입안이 깨끗한데도 충치가 유난히 잘 생긴다면 유전 탓일 겁니다. 본래 이가 약한 것이지요. 그러나 입안이 깨끗하지 못한데 충치가 잘 생긴다면 그건 유전 탓이 아닙니다. 유전 때문에 이가 약해서 충치가 잘 생기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아닙니다. 그냥 이를 잘 닦지 않는 문화, 집안의 생활 습관, 즉 가풍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이들인데도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양치를 할까 싶을 정도로 입속이 깨끗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물론 충치도 잘 생기지 않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부모를 검진해 보면 역시나 입속이 깨끗합니다. 튼튼한 이를 물려준 것이 아니라 이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위생적인 생활습관을 부모가 몸소 실천하며 아이들에게 물려준 것입니다.
    연인 간의 키스를 통해서도 10초 동안에 충치균을 포함한 8천만 마리 이상의 세균이 감염된다는 뉴스도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충치균이 많은 연인과 키스하면 내 입속에도 충치균이 많아지고, 충치도 잘 생기게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시적으로는 충치균이 증가할 수 있지만, 기존에 자리잡고 있는 내 입속의 세균 집단에 의해 원래의 균형을 금방 되찾습니다. 게다가 나쁜 세균만 옮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처럼 좋은 세균 나쁜 세균 모두 들어있는 세균 집단이 감염됩니다. 따라서 건강하고 위생적인 생활을 하는 연인과 키스를 한다면 건강에 크게 해가 될 것은 없습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조심해야 되겠지요. 
    중요한 건 위생관리! 
    스킨쉽은 인간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은 우리의 정신 건강에 매우 필요한 감정입니다.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고 살면 마음뿐만 아니라 몸 건강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아이들에게 뽀뽀해주세요. 안아주고 손을 잡고 쓰다듬어 주세요. 스킨쉽을 통한 애정 표현을 맘껏 해주셔야 건강하고 똑똑한, 자존감 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인 사이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은 표현하는 것입니다. 단!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방역 수칙, 잊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