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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한 다음 날, 복통과 설사가 계속된다면

2022-05-04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성인/노인)
과음한 다음 날, 복통과 설사가 계속된다면
'만성 췌장염을 주의하세요'

    과음한 다음 날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하루 정도 주의하면 좋아집니다. 만약 소화가 계속 안 되고 변이 둥둥 뜨는 변이 있거나, 심한 명치통증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전과 달리 코로나로 인해 직계가족만 모여서 조용히 추석을 보냈던 다음날, 40대 초반의 남성이 의뢰서를 들고 외래를 방문하였습니다. 진료를 할 때 환자의 얼굴부터 먼저 보는 데, 피부와 눈의 흰자위가 노란 ‘황달’이 관찰되었습니다. 환자는 추석 기간에 타원에 심한 복통으로 방문하여, 검사 결과 지속적인 음주로 인한 ‘만성췌장염’ 소견이 관찰되었고, 연고지 관계로 본원에 방문하였습니다. 황달을 나타내는 지표인 total bilirubin 은 5.77mg/dL 로 정상수치인 1.2에 비해 5배 가까이 상승되어 있었고, 복부 CT에서 췌관의 머리에 약 0.7cm 크기의 결석이 관찰되었습니다. 
 

    이 췌관결석으로 인해 췌관과 담관이 같이 막혀 황달이 있다고 판단되어 담관과 췌관의 관찰 및 치료가 가능한 ERCP 라고 불리는 특수내시경을 시행하였습니다. 췌관을 통과한 후 췌관의 입구를 전기칼로 절제한 후 췌석을 부순 후 제거하고 췌관에 관을 거치하였습니다. 
    이후 황달 및 통증이 호전되었으나 췌관의 협착이 있고, 췌석이 CT에서 췌관의 몸과 꼬리에 소량 관찰되어 약 4개월 후 ERCP를 시행하여 췌관의 상태를 볼 예정입니다.
    위의 환자의 경우 췌석이 생각보다 잘 제거되었으나, 췌석은 담석에 비해 훨씬 더 단단하여 제거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처럼 만성 췌장염이 오면 급성 췌장염과 달리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평생 통증이나 당뇨로 고통 받거나, 췌장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위험할 수 있는 ‘만성 췌장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췌장은 이자(Pancreas)라고도 불리는 소화를 담당하는 장기 중 하나입니다. 위와 십이지장 사이의 후복강에 위치해 있습니다. 
    마치 커다란 혀가 배 안에 옆으로 길게 누워 있는 모양으로 췌장의 머리 부분이 십이지장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췌장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우리가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우리 몸의 혈액 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나 글루카곤 같은 혈당 조절 호르몬을 만드는 내분비 기능이 있습니다. 내분비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고, 외분비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성 췌장염이라고 하면 왠지 고질병일거 같다는 생각이 드실 텐데요. 만성 췌장염은 췌장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췌장의 만성 염증 및 섬유화를 특징으로 하는 췌장의 비가역적인 염증 질환입니다. 비가역적이라는 의미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급성 췌장염이 생겼을 때 치료를 잘 받는다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나, 계속 술을 마셔 급성 췌장염이 여러 번 재발한다면 만성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만성 췌장염이 진행할수록 췌관 내 췌석이 생기고, 췌관의 왜곡이나 협착이 발생하며, 췌장실질의 위축이 유발됩니다. 



    만성 췌장염은 술에 의한 급성 췌장염이 여러 번 재발할 때, 흡연, 자가면역질환, 유전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술 자체는 만성 췌장염의 원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술에 의해 급성 췌장염이 여러 번 발생하면 만성 췌장염이 생기게 됩니다. 원인을 모르는 췌장염의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 대부분 흡연을 하였던 분이 많아, 흡연이 만성 췌장염의 중요한 위험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가면역 질환은 면역반응이 실수를 한 것으로 건강한 세포를 해롭게 보고 그들을 공격한 것입니다. 드물게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만성 췌장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만성 췌장염의 증상은 명치의 통증과 지방변, 체중감소, 당뇨병 등이 있습니다. 제산제 등에 반응이 없는 지속적인 심한 통증이 생기며, 음주나 고지방식 이후에 발생합니다. 이러한 통증이 몇 년 후에 감소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췌장에서 효소의 분비가 거의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므로, 환자의 건강에 좋은 건 아닙니다. 음식물이 소화가 되지 않아 둥둥 뜨는 지방변이 나오기도 하고, 소화불량이 되어 체중이 빠지기도 합니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가 줄어 당뇨병이 생깁니다. 위의 경우처럼 췌석이 담관과 췌관의 입구를 같이 막아 황달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만성 췌장염 환자의 치료는 두 가지 가장 큰 문제점인 ‘통증’ 과 ‘소화불량 및 지방변’의 치료를 목표로 합니다. 췌장의 머리나 몸 쪽의 췌관에만 석회화가 있을 경우 특수 내시경 치료를 통해 췌석을 제거하거나, 췌관에 관을 삽입하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췌장의 전체가 석회화 되었을 경우 통증 완화를 위해 수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소화불량 및 지방변의 치료를 위해 고용량의 췌장효소제를 투여합니다. 만성 췌장염의 합병증으로 췌장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추적관찰 또한 중요합니다.
    이런 췌장염의 예방법은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식이조절입니다. 비만,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적당량의 식사를 하고 기름진 음식을 줄입니다.
    두 번째 예방법은 운동입니다. 1주일에 3회 이상, 1번에 30분 이상의 유산소운동을 해야 합니다.
    세 번째 예방법은 금연을 하고, 폭음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성 췌장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만성 췌장염은 대부분 지속적인 음주와 흡연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급성 췌장염과 달리 이전 정상상태로의 회복이 불가능하며, 추후 췌장암이 생길 수 있어 지속적인 약물 치료 및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