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리스트 글 전체보기
유병숙 작가
이메일 : freshybs@hanmail.net
『책과 인생』 등단
한국산문작가협회 명예회장
한국문인협회, 국제PEN 한국본부 회원
한국산문문학상, 에세이스트 올해의 작품상 2회 수상
제12회 한국문학백년상 수상
『충청매일』에 에세이 연재
『조선일보』에 에세이 게재
수필집 『그분이라면 생각해볼게요』
문화 | 문화놀이터
[수필] 말은 존재의 집
미쳤다!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자신의 외국 여행기를 중심으로 패널들과 방담을 나누고 있었다. 현지의 문화 체험을 소개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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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햇살의 줄탁
북악산 위로 아침 해가 빼꼼 고개를 내민다. 마당 데크 위 부겐베리아에 햇살이 내려앉는다. 햇살의 줄탁! 가녀린 가지에서 갓 태어난 이파리가 꼬물거린다. 주홍빛 꽃다발이 휘청인다. &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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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에게 비밀이 생겼다
요즘 들어 무엇을 먹어도 입맛이 없다. 밥 먹자는 말만 들어도 속이 울렁거리고 니글니글해진다. 식구들이 즐겨 먹는 청국장, 순두부, 감자탕, 추어탕 등은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부글거린다. 병원에서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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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함께여서 참 좋았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친구의 영정사진이 꽃에 둘러싸여 있었다.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하늘나라로 떠나기 며칠 전 그녀가 전화를 했다. 반가운 나머지 요즘 왜 배드민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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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매미가 운다
열대야에 뒤척이다 무언가 아우성치는 소리에 퍼뜩 잠이 깬다. 시계는 새벽 3시를 향해가고 있다. 활짝 열린 창문을 내다본다. 머리맡을 흔들어대던 소리는 매미의 그악스러운 떼창이었다. &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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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그냥 살아요
허리통증이 전에 없이 지속되어 병원을 찾았다. 오늘은 또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의사가 특유의 경쾌한 목소리로 묻는다. 오른쪽으로 삐따딱하게 휘어진 허리를 손으로 받치고 선 나는 더듬더듬 증세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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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춤과 함께
어린 손녀가 봄볕 가득한 마당에서 춤을 춘다.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작은 몸 어디에 그런 흥이 살고 있는 걸까? 음악이 들려오면 자동으로 흔들어대는 걸 보며 아하, 춤은 인간의 본능이구나 했다. 갑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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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백발 유감
거울을 본다. 늘어난 흰머리가 신경을 거스른다. 일전에 미용사는 염색하면 당장 십년은 젊어 보일 거라고 자신했다. 오년도 아니고 무려 십년이라니! 코웃음을 쳤지만 오랜 지기처럼 지내온 그녀의 말이 오늘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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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컬레 신발로 남은 엄마
신발장을 열었다. 달랑 두 식구 신발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남편보다 내 신발이 배는 많은 것 같다. 한 번도 신지 않은 구두를 꺼내 든다. 펑퍼짐한 발에 어울리지도 않는데 왜 사들였던 걸까? 없앨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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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눈으로 만지다
삐리리링! 친정집 번호키 풀리는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들렸다. 문 열리기 무섭게 몸을 반쯤 일으키고 “누구야?” 묻던 어머니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마중 나올 것 같았다. &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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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길버트 그레이프처럼
아침 일찍부터 남동생과 조카는 캠핑카를 정돈하느라 분주했다. 옷가지와 식료품들을 싣고 있는 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축 처진 어깨, 굽은 등…. 녹록지 않았을 이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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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뜻밖의 위로
그날 밤 비가 억수로 내렸다. 천둥 번개가 요란하더니 벼락까지 내리쳤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 여동생에게서 카톡이 왔다. 언니, 카펫 팔았어. 바쁜지 오밤중에 가지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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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날 위한 꽃은 나도 살 수 있어
대학로를 걷다 화원 앞에 걸음을 멈춘다. 주황, 보라, 연파랑…. 내가 좋아하는 빨강 장미는 보이지 않는다. 언제 꽃집 꽃들이 몽땅 파스텔 톤으로 바뀐 것일까? 분홍빛 장미를 들여다보다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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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조르바처럼
조르바가 내게 툭, 말을 건넨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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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불꽃을 켜다
어둠이 고인 집에 들어선다. 엄마가 남기고 간 체취가 사방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문득 탁자에 놓인 성모마리아 상에 눈길이 간다. 그 앞에 놓인 타다 남은 작은 초 두 개에는 촛농이 눌어붙어있다.&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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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예지몽(豫知夢)
창문을 내다보니 낡은 집이 깜깜하게 엎드려 있다. 마당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바람에 일렁이는데, 순간 불이 일어나더니 집은 물론 사방이 화염에 휩싸였다. 꿈이었다! 식은땀이 흘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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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봄날은 간다
소리꾼 장사익 선생이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노래를 한다. 오른손이 곡선을 그리더니 무릎장단을 친다. 장례식장이 일순 고요해졌다. 장례식장에서의 노랫가락은 생경했지만, 은은한 음색이 오히려 숙연한 분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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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손맛을 느끼다
일기예보는 4~5m의 풍랑 예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아침 내내 바다의 표정을 살폈다. 예보가 무색하게 바다는 잔잔했다. 아들과 함께 낚시에 나섰다. 차가운 날씨가 코끝을 찡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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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욕망은 늙지 않는다
아침나절에 우이신설 경전철을 탔다. 어르신 승객이 많았다. 승객들 사이로 호리호리한 여인이 들어섰다. 잿빛 머리에 얹힌 모자, 허리가 잘록한 외투, 외투 자락 사이로 보이는 짧은 바지, 앙증맞은 가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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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소풍
바그마티(Bagmati)강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동쪽에 자리한 성지이다.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아내리며 형성된 강은 또 하나의 성지인 갠지스 강의 상류이기도 하다. 이 강변에 파슈파티나트 사원(Pas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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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희망이 생겼어
“물리치료를 자주 받으니 다리에 힘이 생긴 것 같아…. 요즘 희망이 생겼어!” 구순을 바라보는 엄마의 입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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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오드리 헵번처럼
문득 걸음을 멈추고 거리를 바라본다. 이대로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멀리 떠나버릴까? 바람이 옷자락을 흔든다. 스쿠터를 탄 한 쌍의 젊은이가 팝콘 같은 웃음을 터뜨리며 곁을 지난다. 순간 영화 「로마의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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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No problem
마당바위에 오르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자주 형상을 바꾸며 흐르는 구름이 한가로웠다. 귓속으로 새소리가 흘러들었다. 청아한 새의 지저귐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문득 양수리 친구의 낭랑한 목소리가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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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박수를 기다리며
남편 위암 수술 전날, 주치의가 수술동의서가 담긴 태블릿 PC를 들고 왔다. 문항마다 사인하라고 했다. ‘복부를 개복하여….’ 라는 문항에 이르자 깜짝 놀랐다. 복강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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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동동 구리무
친정집 문을 열면 먼지 냄새가 났다. 때로는 그 냄새마저 엄마의 온기처럼 느껴졌다. 엄마가 요양원으로 가신 후 여름과 가을, 겨울이 지나고 또 봄이 왔다. 그간 자매들은 버릇처럼 묵묵히 빈집에 모이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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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엄마의 반어법
병원 아침 식사 시간은 7시였다. 어머니 식사를 수발하러 병실에 들어섰다. 전날만 해도 비위관에 산소 호흡기까지 주렁주렁 매달고 있던 어머니가 맨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필시 밤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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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그 고등어조림 다시 한번 먹어봤으면
요즘은 뉴스 보기가 겁난다. 노인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퍼뜩 엄마가 계신 요양원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엄마를 요양원에 모시기까지 암담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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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즐거운 나의 집
마트에 들어서니 페리오치약을 들고 있던 홍보원이 다가왔다. 5개 묶음 한 세트를 사면 하나 더 끼워준단다. 물끄러미 치약을 바라보았다. 까닭 없이 가슴에 통증이 지나갔다. 불쑥 잊고 있던 옛 추억과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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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얼굴
손주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마음이 그럴 수 없이 허전하다. 유리창에 고사리 같은 손가락들이 무수히 찍혀 있다. 다가가 바라본다. 손자국들이 서로를 포옹하듯 다정하게 포개져 있다. 마당을 내다보며 유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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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마스테
세계 최고봉 초모랑마(에베레스트: 8,850m)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첩첩이 주름처럼 겹쳐진 봉우리가 일행을 따라왔다. 낮은 봉우리는 이름조차 없다는 히말라야산맥, 지대가 높아질수록 하늘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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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선물
조각보를 햇빛 바른 곳에 넌다. 이는 시어머니 생전에 손수 만드신 것이다. 딸애가 아기 때 입었던 색깔 고운 옷을 조각조각 잘라서 곱게 이었다. 지금도 아이는 머리맡에 두었다가 껴안고 잠을 청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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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햇살을 소환하다
히말라야 남체바자르(해발 3,340m)에 당도했다. 문득 마을이 나타났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집들, 판잣집에 나무를 덧댄 모습 등은 마치 우리네 70년대로 회귀한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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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155번 버스를 타다
155번 버스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올라탔다. 버스 안은 한산했다. 금호동 로터리를 지나니 2차선 도로가 나왔다. 멀리 금호극장이 보였다. 다 왔다!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이 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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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소나기
중학교 1학년 국어 시간에 〈나의 미래〉라는 제목의 글짓기 숙제가 있었다. 나의 발표 차례가 되었다. “나는 커서 무엇이 될까? 생각하면 해골이 복잡합니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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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가고파
어머니가 틀니를 끼다 말고 TV를 바라보았다. 한 성악가가 이은상의 를 부르고 있었다. 어머니와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함께 앉아 노래를 들었다. 듣다 보니 목청 높여 노래 부르던 시절이 아련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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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복잡한 현실에서 훌쩍 벗어나고 싶으면 도심에서 가까운 강화도를 찾곤 했다. 그곳에 이색 카페가 생겼단다. TV 방송 덕분에 유명세를 탄 그 카페는 핫 플레이스 데이트 코스, 빈티지 미술관, 우리나라 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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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소나무 대가족
소나무 우듬지가 바람결에 춤추고 있다. 노송 아래 어린 소나무들이 어미를 닮아 제법 의젓한 모양새들이다. 볼 때마다 기특하고 흐뭇하지만 그때 일을 떠올리면 만감이 교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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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엄마 생각
불광역에서 내려 지하도를 빠져나왔다. 집에 가려면 버스를 두 번 더 갈아타야 한다. 횡단보도에 서서 초록 불이 켜지길 기다렸다. 하늘에는 휘영청 달이 밝았다. 친정에서 돌아오는 내내 엄마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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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엄마의 웃음
남편이 입원하자 친우가 문병을 왔다. 헤어지며 너, 잘 웃었는데… 네 얼굴에 표정이 없네. 많이 힘들지? 힘내! 내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새삼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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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선을 넘다
‘어라? 왜 이렇게 길이 파헤쳐져 있지? 누가 여기에 나무를 심으려고 그랬나?’ 머리가 갸웃해졌다. 평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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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눈부처
현관문을 여니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려왔다. 시어머니와 딸은 이야기하느라 내가 들어서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몸을 숨기고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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